[미디어펜=박재훈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에 잇따라 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바이오 업계에도 노사 문제가 새로운 경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조의 협상력이 강화된 가운데 성과급과 임금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노사 관계가 바이오 기업들의 새로운 경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에는 최근 민주노총 산하 지회인 ’유니트리온’이 출범했다. 창사 25년 만의 첫 노동조합이다. 노조는 초과이익 성과급(PS) 산정 기준 공개와 노조 참여형 임금 결정 체계 마련, GMP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인력 충원, 교대근무자 복지 확대, 조직문화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노조 설립 권리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성과급 제도와 인건비 구조 변화가 경영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이후 커지는 노사 변수
업계는 최근 변화의 배경으로 노란봉투법 시행을 꼽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노동계의 교섭력이 한층 커질 수 있는 제도적 계기가 됐다.
그동안 바이오 업계는 전통 제조업에 비해 노사 갈등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분야로 분류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가 과반 노조로 성장한 이후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지급은 물론 영업이익과 연동한 초과이익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대립했다.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부분파업과 전면파업, 준법투쟁이 이어졌고 생산 차질 가능성과 고객사 신뢰 훼손 우려도 제기돼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조업 중심 이슈로 여겨졌던 노사 문제가 이제는 바이오 업계에서도 현실적인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은 24시간 연속 공정과 장기 수주 계약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은 생산능력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도 주요 평가 요소로 보는 만큼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성과급 갈등, 업계 전반으로 번지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틀째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1게이트 정문 앞에서 열린 노조 결의 대회 모습. /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노사 갈등의 중심에는 결국 성과급과 임금체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노조는 단순한 보상 확대를 넘어 성과 산정 기준의 투명성과 협상 과정 참여, 직군 간 형평성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셀트리온 노조가 초과이익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체계를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업계에서는 성과 배분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다른 바이오 기업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사와 중소 바이오기업 간 보상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기업 노조가 높은 수준의 성과급 인상을 이끌어낼 경우 업계 전반의 기대 수준도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개발 투자 부담과 약가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제한된 중소 바이오기업은 이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보상 격차 확대가 인력 이동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성과급 규모 자체보다 배분 원칙의 기준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노조의 협상력을 전제로 경영진이 임직원과 주주, 고객사를 모두 설득할 수 있는 보상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면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문제는 단순한 임금 이슈를 넘어 인력 운영과 연구개발 투자, 기업 경쟁력과도 연결되는 사안"이라며 "노사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보상 기준과 의사소통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