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항공사들이 안전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출범 등 업계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비상 대응 훈련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안전관리, 기단 현대화까지 안전 투자 범위를 넓히며 안전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항공사들은 안전을 단순한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관련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항공사 통합 과정에서 안전 체계 일원화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안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아지면서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 통합 앞둔 대한항공·아시아나, 안전 검증 총력
대한항공은 올해 말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안전 검증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 통합 이후에도 동일한 수준의 안전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과 점검을 잇달아 진행하며 통합 운영 기반 마련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이 함께 참여한 통합 비상탈출시범을 실시했다. 보잉 787-9와 737-900 기종을 활용해 엔진 화재와 비상착수 상황을 가정한 탈출 훈련을 진행했으며 국토교통부 감독관이 전 과정을 점검했다. 양사 승무원이 함께 참여한 첫 안전 검증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구명정 탑승 시범을 진행하는 모습./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이달 국토교통부 주관 인수합병 종합점검비행도 앞두고 있다. 회항과 엔진 화재, 여압 상실, 응급환자 발생 등 실제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비상 상황을 적용해 통합 운영 체계의 대응 역량을 검증할 예정이다.
정비 현장 안전관리 강화에도 나섰다. 대한항공은 최근 노사합동 안전보건점검을 실시해 항공기 정비고와 기체 수리 작업장, 자동창고 등을 점검했다. 업계에서는 통합 항공사 출범 과정에서 안전 체계 일원화가 최대 과제로 꼽히는 만큼 대한항공이 훈련과 현장 점검을 병행하며 안전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AI·실전 훈련으로 예방 중심 안전관리
LCC들은 디지털 기술과 훈련 인프라를 활용한 예방 중심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AI 기반 위험물 안내 프로그램 'JRAG'를 도입했다. OCR과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화물 라벨과 배터리 정보 등을 분석하고 위험물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독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실시한 전사 품질심사 779건을 분석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는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항공기인 보잉 737-8 도입을 확대하며 기단 현대화에도 나서고 있다. 최신 기종 확대를 통해 정비 효율성과 운항 안정성을 높이고 안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진에어는 통합 LCC 출범과 에어버스 기종 도입에 대비해 A320neo 전용 시뮬레이터를 도입했다. 약 220억 원을 투입해 비행 시뮬레이터와 비행훈련장치 구축에 나섰으며 실제 기내 연기 상황까지 구현할 수 있는 장비를 적용해 실전 대응 능력을 높였다. 또한 역량 기반 훈련 평가(CBTA)와 증거 기반 훈련(EBT)을 도입하고 에어부산·에어서울과 공동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통합 이후를 대비한 안전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A320neo 시뮬레이터에서 운항 승무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진에어 제공
이스타항공도 공항소방구조대와 함께 중대산업재해 예방 비상 대응 훈련을 실시하며 현장 대응 능력을 점검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실시한 항공교통서비스평가에서는 안전성 부문 만점(100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운임과 서비스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안전 역량 자체가 브랜드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AI와 데이터, 훈련 인프라, 기단 현대화까지 안전 투자가 항공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