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하며 서울시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을 중심으로 짜인 기존 틀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건설사와 조합의 셈법도 한결 단순해졌다. 다만 가속 페달은 서울시가 밟더라도 재건축 규제와 금융 등 '브레이크'는 중앙정부가, 인허가 일선은 자치구가 쥐고 있다. 시장이 내건 '31만호 속도전'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서울시가 정부·자치구와 합을 맞추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 시장 후보가 재개발 현장을 찾아 주택공약을 발표하던 모습./사진=연합뉴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전날 치러진 6·3 지방선거에서 48.94%를 득표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48.34%)를 약 3만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5.4%포인트 뒤진 채 출발해 개표 13시간여 만에 결과를 뒤집은 신승이자,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2031년까지 서울에 31만호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3년 내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 8만5000호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묶어 집중 관리하고, 추진위원회 구성을 생략한 채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동시에 처리하는 '쾌속통합', 정비계획 단계부터 교차검증을 끝내 반려를 줄이는 '신통AI기획' 등을 속도 장치로 내세웠다.
득표 지도를 펼치면 곧 정비사업 지도가 드러난다. 막판 역전의 동력은 강남에서 나왔다. 오 시장은 강남구에서 65.99%, 서초구 64.68%, 송파구 54.78%를 얻어 강남 3구에서만 정 후보와 10만표 안팎씩 격차를 벌렸고, 뒤늦게 집계된 이 표가 8000여표 차 역전을 만들었다. 강남 3구뿐 아니라 용산(57.09%), 여의도를 낀 영등포(50.50%), 목동을 품은 양천(49.22%), 둔촌이 있는 강동(50.66%)까지 오 시장이 우세했던 자치구는 서울 재건축·재개발의 핵심 무대와 정확히 겹친다. 굵직한 정비 사업장이 몰린 지역에서 '공급 속도'를 앞세운 오 시장이 힘을 받은 것이다.
환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사진=연합뉴스
이런 겹침은 서울시가 이미 추진해온 신속통합기획에서도 확인된다. 시는 앞서 한강벨트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 정비 물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는데, 강남 3구(7만5000가구)를 비롯해 양천(5만3000가구)·영등포(2만3000가구)·용산(2만1000가구) 등 물량 상위권이 오 시장의 득표 우세지와 사실상 포개진다. 오 시장이 그동안 그려온 정비사업 판과 그가 표를 얻은 지역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강남권의 전통적 보수 성향 등 다른 요인도 작용한 만큼 정비사업만으로 표심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두 지도가 뚜렷하게 겹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건설사와 조합이 5선 체제에서 가장 반기는 대목은 예측 가능성이다. 길게는 10년 넘게 걸리는 정비사업 특성상 정책 방향이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이다. 신통기획 후보지와 모아타운 등 기존 사업장이 흔들림 없이 굴러간다는 점에서 시공권과 분양 일정을 짜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문제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가 따로 논다는 점이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닥치고 공급'을 내걸며 현 정부 부동산 기조와 각을 세워 왔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출·세제 등 정비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권한 상당수는 중앙정부에 묶여 있다. 실거주 보호와 투기 수요 억제에 무게를 둔 정부 기조와 서울시의 공급 드라이브가 부딪히는 구도가 당선과 동시에 예고된 셈이다.
브레이크는 하나 더 있다. 같은 날 치러진 구청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5곳 중 17곳을 가져갔다. 정비구역 지정과 인허가, 토지거래허가 실무 상당 부분이 자치구 권한인 만큼, 시장이 속도를 내려 해도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과의 협의가 또 하나의 관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오세훈 5선 이후의 관전 포인트를 기존 사업의 연속성보다 서울시가 정부·자치구와 부딪히는 지점에 두고 있다. 속도전이 규제와 협의의 벽에 막힐 경우 31만호 착공 목표의 현실성도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인허가에 드라이브를 걸 의지는 분명하지만 재건축 규제와 금융 권한은 정부에, 인허가 실무는 자치구에 있다"며 "당장 올 하반기 분양·착공 일정부터 정부·구청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