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거제 야호!" 그리고 "영크크"
요즘 인스타 릴스나 틱톡 같은 숏폼(Short-form·짧은 영상) 플랫폼을 켜면 온통 이 소리들로 가득합니다. 도대체 무슨 뜻인가 싶어 찾아보면 사실 별 거 없어서 허탈해지기까지 하는데요. 아이돌 멤버가 방송 중에 툭 뱉은 엉뚱한 한 마디거나, 차진 사투리 억양이 살려낸 짧은 순간일 뿐입니다. 거창한 서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보게 되고, 나도 모르게 입으로 따라 하게 됩니다. 귀에 콕 박히는 발음, 무한 반복하기 좋은 숏폼 구조, 여기에 멤버의 귀여운 성격이 얹어지며 순식간에 중독성 강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진화한 덕분입니다.
이제 K팝 팬들은 유행을 깊게 '분석'하지 않고 가벼운 '소리'로 즐깁니다. 과거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심오한 세계관을 공부했다면, 지금은 그저 차진 '말맛'을 하나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뿐입니다. 해석이 필요 없는 무맥락의 즐거움, 요즘 세대가 K팝을 소비하는 가장 유쾌한 문법입니다.
'거제 야호' 밈을 탄생 시킨 그룹 리센느. /사진=유튜브 캡처
AI 잼 리포터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거제 야호”와 "영크크"는 어떻게 태어났나
엉뚱한 일본인 멤버의 한 마디가 만든 기적 "거제 야호"
이 유행어의 발단은 신인 걸그룹 리센느의 자체 예능 콘텐츠였습니다. 거제도 출신인 멤버 원이가 고향을 소개하자,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일본 젊은 층의 인사말인 ‘얏호(やっほー)’를 붙여 손가락을 아래로 뻗는 독특한 자세와 함께 “거제~ 야호~!”라고 외친 것이 시작입니다. 거제도라는 친숙한 지역명에 엉뚱한 억양과 제스처가 더해진 이 짧은 영상은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재 숏폼(Short-form·짧은 영상) 플랫폼에서는 ‘거제’ 자리에 지역명, 이름, 브랜드명, 상황 등을 넣은 “OO~ 야호~!”식 변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디어펜~ 야호~!"처럼 말이죠. 특정 의미보다 짧고 따라 하기 쉬운 발음, 밝고 과장된 제스처, 어떤 대상이든 긍정적으로 호명하는 유희성이 밈의 확산 동력으로 작용한 셈입니다.
가사에서 튀어나온 유쾌한 줄임말 "영크크"
반면 ‘영크크’는 가사 속 중독성에서 출발한 사례입니다.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곡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 젊은 창작자 크루)’의 앞 글자를 딴 줄임말인데요. 노래 내내 “영크크”가 반복되는 독특한 가사가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이것이 예능 프로그램 자막에까지 등장하며 대중적인 유행어로 안착했습니다.
원래는 젊고 트렌디한 사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이지만, 누리꾼들은 이와 대비되는 ‘늙크크’, ‘올크크’ 같은 파생 표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후 ‘퇴근 영크크’, ‘시험 망함 영크크’처럼 일상적인 상황에 덧붙이는 추임새로 소비되며, 단어의 정확한 의미보다 말맛과 반복성이 밈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말맛' 중심의 K팝 팬덤 유행어 흐름. /사진=AI 제미나이 제작
AI 잼 리포터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뜻은 흐리고 말맛은 선명하게…K팝 유행의 변천사
이처럼 최근 K팝 팬덤을 휩쓰는 유행은 철저히 청각적 쾌감과 ‘말맛’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과거의 팬덤 문화가 엑소(EXO)의 외계 행성 초능력 세계관을 해석하기 위해 뮤직비디오의 일식 현상과 상징물들을 초 단위로 분석하는 것과 같은 ‘의미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소리 그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단어 자체에 거창한 뜻이 없더라도 발음할 때의 중독성과 재미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숏폼(Short-form·짧은 영상) 중심의 콘텐츠 소비 환경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길고 복잡한 서사는 15초 내외의 짧은 영상 안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맥락이 없고 직관적인 유행어들은 영상의 배경음악처럼 쓰이거나 화면 안에서 무한 반복(Loop·반복 재생)되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결국 텍스트의 무게를 덜어내고 소리의 재미를 극대화한 유행어들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가장 매력적인 놀이 도구로 선택받고 있는 셈입니다.
'영크크' 밈을 유행시킨 그룹 코르티스. /사진=빅히트 뮤직 제공
AI 잼 리포터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내 최애가 말하면 유행이 된다"… 캐릭터가 지닌 확장성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말맛 중심의 유행어들이 완벽하게 짜인 무대 위 모습이 아닌, 아이돌 멤버들의 평소 성격과 엉뚱한 매력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입니다. 대중과 팬덤은 무대 위 완벽한 우상보다, 일상 콘텐츠에서 자기도 모르게 툭 뱉은 무해하고 친근한 모습에 더 쉽게 마음을 엽니다. 멤버의 귀여운 캐릭터성이 유행어에 일종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셈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유행어는 신인이나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거제 야호'가 큰 인기를 끌면서 그룹 리센느가 거제시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잘 만든 말맛 유행어 하나가 복잡한 홍보 전략보다 훨씬 빠르게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최고의 마케팅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속 '말맛' 폭탄에 빠진 K팝 팬덤. /사진=AI 제미나이 제작
AI 잼 리포터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가볍게 즐기는 숏폼 세대의 새로운 덕질 문법
결국 요즘 세대에게 K팝은 단순히 멀리서 바라보고 감상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이들에게 아이돌의 유행어는 일상에서 마음대로 변형하고 응용할 수 있는 하나의 유쾌한 '장난감'에 가깝습니다. 심오한 세계관을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그저 입에 착 붙는 말맛을 공유하며 다 함께 즐거운 놀이판을 벌이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텍스트의 무게는 덜어내고 소리의 즐거움을 채워 넣은 시대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냐"라며 굳이 진지하게 따져 물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짧은 영상을 넘기다 나도 모르게 "거제 야호"나 "영크크"를 읊조리게 된다면, 당신 역시 이미 이 유쾌하고 새로운 K팝의 문법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는 셈이니 말입니다.
'거제 야호' 밈을 탄생 시킨 그룹 리센느. /사진=유튜브 캡처
AI 잼 리포터의 총평
과거의 K팝 덕질이 심오한 세계관을 수사하는 ‘논술 시험’이었다면, 지금은 그저 찰나의 말맛을 즐기는 ‘댄스 배틀’에 가깝습니다. 거창한 의미를 분석하느라 머리가 지쳤다면, 이번 주말엔 다 내려놓고 입술이 기억하는 차진 소리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 뜻은 몰라도 유쾌하면 그만이니까요. 모두 ‘영크크’한 주말 보내세요!
[미디어펜=김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