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한국이 서부 발칸 지역 핵심 경제국인 세르비아와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며 발칸반도에 첫 경제 교두보를 마련했다. 최근 동유럽의 인건비 상승으로 세르비아가 새로운 제조·투자 대안처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양국 간 교역을 다변화할 제도적 기반이 구축됐다는 평가다.
산업통상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현지 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야고다 라자레비치 대내외무역부 장관과 한-세르비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4년 9월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년 9개월 만이다.
이번 협정은 양국이 품목 수 기준 90.2%, 수입액 기준 96% 이상의 높은 수준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한 게 핵심이다. 이는 2024년 발효된 중국-세르비아 FTA의 자율화율(수입액 기준 95%)을 넘어서는 수치로, 현지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 경쟁사보다 유리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미가입국인 세르비아가 그동안 한국산 반도체와 전자제품에 최고 25%까지 부과하던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면서 정보통신(IT) 업계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열리고 자동차 부품 전 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유라코퍼레이션·경신전선 등 현지에 진출한 국내 부품사들의 공급망 운영에 활력이 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라면·김 등 K-푸드와 K-뷰티(화장품) 제품도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안정적인 첨단산업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한국은 이번 협정을 통해 세르비아산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등 이차전지와 반도체 핵심 원자재에 대한 관세를 5년 내에 모두 없애기로 했다. 반면 국내 민감 품목인 쌀, 천연꿀, 유제품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최소화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물류 및 비즈니스 환경도 개선된다. 일반 수입물품은 도착 후 48시간 이내, 특송물품은 6시간 이내에 통관하는 '신속통관 규범'이 도입돼 물류비용이 절감될 전망이다. 최근 문제시되는 온라인상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 차단 등 실효성 있는 법적 보호 장치도 협정문에 명시됐다.
여한구 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서부 발칸의 핵심 파트너와 시장 개방을 넘어 공급망, AI, 바이오를 아우르는 미래산업 경제협력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양국 기업이 협정 혜택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법률 검토와 국문 번역 등 후속 절차를 마친 뒤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