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연애 매칭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또다시 출연자 사생활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매 시즌 반복되는 출연자 검증 실패에 대중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제작진이 자극적인 이슈를 시청률과 화제성 상승의 빌미로 삼기 위해 검증을 사실상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날 선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채널A ‘하트시그널 5’.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여성 출연자 A 씨가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상간녀로 지목돼 현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상태라는 폭로 글이 확산됐다. 사태가 커지자 A 씨는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제작진은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방송 분량 방향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출연자의 사생활에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해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채널A '하트시그널5'./사진=채널A 제공
문제는 이러한 일반인 출연자 잔혹사가 비단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트시그널’은 이전 시즌들에서도 출연자의 학교 폭력, 음주운전, 성폭력 연루 등 심각한 전과와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며 통편집과 사과를 반복해 왔다. 다른 방송사의 연애 프로그램들 역시 메신저 대화 조작 의혹, 전 연인 데이트 폭력 등으로 폭로와 하차가 일상처럼 반복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제작진이 과연 출연자를 검증할 의지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제작진은 매번 생활기록부 확인, 사전 인터뷰 강화, 심층 면접 등을 거쳤다고 항변하지만, 정작 방송이 시작되면 치명적인 출연자 리스크가 터져나오곤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중의 시선은 단순한 ‘검증 실패’를 넘어 제작진의 ‘고의적 묵인’ 의혹으로 향하고 있다.
방송계 내부에서도 연애 예능의 우후죽순 격 범람이 도덕 불감증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많은 프로그램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범하고 무해한 출연자보다,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자극적이고 튀는 서사를 가진 인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논란이 터진 출연자가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견인하고, 시청률 상승의 1등 공신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방송 이후 논란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제작진은 ‘우리도 몰랐던 피해자’라는 방패 뒤에 숨어 시청률이라는 실리는 챙기고 비난의 화살은 출연자 개인에게만 돌리면 그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제작진이 노이즈 마케팅을 유도하기 위해 리스크를 알고도 방치했거나, 최소한의 도덕적 검증조차 손을 놓았다는 ‘고의성 의혹’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반인의 사생활을 소비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연애 매칭 프로그램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과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이들 프로그램은 ‘사랑의 시그널’이 아닌 ‘도덕적 침몰’의 시그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출연자의 눈물과 자극적인 폭로를 시청률 장사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