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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 인증 늘리면 부실공사 줄까…국가인증감리제 확대에 '물음표'

입력 2026-06-11 14:34:23 | 수정 2026-06-11 14:40:53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국토교통부가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 도입한 국가인증감리제를 도로·교통시설 분야까지 확대한다. 감리 전문성을 국가가 직접 검증하겠다는 취지지만, 공개된 운용 구조가 공공용역 가점과 우대 중심에 머물러 있어 실제 현장 안전·품질 개선 효과는 검증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증감리제가 도로·교통시설 분야까지 확대되지만, 공공용역 가점 중심의 운용을 넘어 감리 권한과 대가 보완 등 현장 실효성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우수건설기술인 선정계획'을 확정하고 내달 20일부터 8월 14일까지 신청 접수를 진행한다. 올해는 기존 건축시설 분야에 도로·교통시설 분야를 추가해 총 200명 이내의 우수건설기술인을 선발한다.

신청 대상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실시한 건축시설·도로·교통시설 분야 건설사업관리용역 참여기술인 종합평가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기술인이다. 정부는 서류심사와 10월 면접심사 등을 거쳐 11월 중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수자원시설, 단지개발 분야까지 선정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국가인증감리제는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도입됐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감리의 구조안전 검토 미흡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면서 기존 학력·자격·경력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관리 능력과 전문성을 국가가 종합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에는 건축시설 분야에서 우수건설기술인 75명이 처음 선정됐다.

다만 도입 당시부터 제도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는 이어져 왔다. 기존 건설기술인 등급제와의 중복, 특정 인증 감리인에 대한 수요 쏠림, 인증 감리인 선발이 실제 현장 투입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대표적이다. 감리 권한과 적정 대가, 발주처로부터의 독립성 문제가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개인 인증만으로 부실공사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현재까지 공개된 운용 구조를 보면 선정자에게 주어지는 실질 혜택은 공공 발주 건설사업관리용역 평가 우대에 가깝다. 지난해 선정된 건축시설 분야 우수건설기술인은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건설사업관리용역 참여 시 가점을 받을 예정이고, 올해 선정자는 2027년 공공 발주 건설사업관리용역 사업수행능력평가 과정에서 가점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가점·우대 구조만으로 실제 부실공사 감소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공개된 성과지표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제도 도입 첫해인 지난해 선정 인원은 당초 한도인 150명 이내에 못 미친 75명에 그쳤고, 올해는 적용 분야와 선발 규모가 확대되지만 인증 감리인의 실제 현장 배치 실적이나 배치 이후 안전·품질 개선 효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제도 확대의 효과를 가늠하려면 단순 선발 인원보다 인증 감리인이 어떤 현장에 투입됐고, 현장 관리와 품질 개선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사후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검단 사고 역시 감리 개인의 역량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당시 사고는 설계·시공·감리·품질관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총체적 부실로 조사됐다. 감리 개인의 전문성을 인증하는 방식만으로는 공기 압박, 비용 부담, 발주처와의 관계, 재시공 요구 권한 등 감리가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까지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연구원도 지난해 3월 발간한 '서울의 공사여건을 감안한 서울시 건설공사 감리기능 강화방안' 보고서에서 부실공사의 원인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건설단계 전반의 사회적·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연구원은 감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감리용역대가 현실화, 감리원 배치기준 작성의 전문화, 설계도서 검토시간 확보, 상주 감리 비율 확대, 공사중지 명령 강화 등이 함께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개인 인증 확대만으로는 현장 감리 기능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안전·품질 제도를 평가와 불이익 강화 방식으로 보완해 온 전례에서도 비슷한 논란은 반복됐다. 부실공사 예방 취지로 운영돼 온 ‘건설기술진흥법상 벌점제도’ 역시 개정 논의 과정에서 부과 기준의 불명확성, 형평성, 과도한 불이익 등을 둘러싸고 실효성·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제도 강화가 곧바로 사고 예방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도 감리제도 개선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확대가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우수 기술인을 발굴·우대해 공공 건설사업관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관 합동 감리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감리대가 현실화, 공사중지 요청 시 건축주·허가권자 동시 보고 의무화 등 보완 방안도 추진해 왔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인증 감리인을 얼마나 많이 선발하느냐보다 이들이 현장에서 권한과 독립성을 갖고 작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가 인증은 감리 전문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공기·비용 압박과 발주처와의 관계 속에서도 감리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며 "적정 대가와 권한이 뒷받침돼야 부실공사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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