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만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90분간 나눈 대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럽 및 G7정상회의 순방 결과를 직접 설명하는 브리핑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긴 대화를 한 것은 사실 북핵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단체 기념촬영 때 처음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도 먼저 ‘북한 문제가 어떻게 될까’라고 물어봐서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 얘기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과 종전 협상을 끝낸 직후 자신의 SNS에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사진을 올려 다음 해결 목표는 북한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도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기 이전 단계에서 실현 가능한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G7참석·유럽순방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6.19./사진=연합뉴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와 관련해 대화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니까 답답해했다. 저한테 방법이 뭘까 물어도 봤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금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고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래서 북핵 문제에 관한 우리 입장을 좀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이미 한 번에 처리가 불가능하고, 단계별로 목표를 나눠서 풀어가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핵개발 중단을 첫 번째 목표로 하되 비핵화를 포기하진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그러면서 서로 신뢰가 쌓이고 북한 스스로 체제 보장이 안정화됐다고 판단할 때 비핵화를 실현하는 장기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설명에 트럼프 대통령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충분히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런 제안을 한 이유에 대해 “북한은 이미 일정 수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연간 10~20개의 핵무기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해내고 있고, 투발수단도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확보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거의 마지막 개발 단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가진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2026.6.13./사진=트루스소셜 캡처
그러면서 “북한이 이런 상태인데 원론적인 얘기로 접근하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북한은 비핵화를 말하지 말고 핵보유를 인정하면 대화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으니 이러면 대화 자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결국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국제사회가 해왔던 봉쇄와 제재는 효과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계기로 북러 간 군사협력이 이뤄지면서 제재의 실효성이 더 떨어졌다. 북한과 러시아 국경이 완전히 열리면서 작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사상 최고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젠 북한의 핵물질 추가 개발, 미사일 추가 개발 이런 것을 중단하는 의제로 협상을 해야 될 때가 됐다고 보여진다. 더 확산되지 않게 하는 게 이익”이라면서 “지금은 대북제재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점에도 많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미국으로 보여지고, 미국이 좀 더 북한이 공감할 수 있는데 현실적인 안을 내면 좋겠다. 미국의 싱크탱크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은 현실성 있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으니 그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무조건 비핵화를 외쳐봐야 아무런 진척이 없었던 것을 경험했다. 수십 년 간 안 됐던 것을 아직까지 되풀이하면 무책임한 것이고, 이젠 현실성 있게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