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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코스피 9000 시대의 그늘

입력 2026-06-22 13:20:23 | 수정 2026-06-22 13:20:22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이원우 경제부 차장

5000까지는 판타지였지만 9000이 되자 '다큐'로 변했다. 코스피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5000 얘길 할 때만 해도, 그 말을 믿지 않을수록 국장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역대 정부가 아무리 방법을 써도 속수무책이었던 코스피였다. 그러던 것이 5000을 넘어 6000, 7000, 8000…결국엔 9000까지 왔다. 모두가 행복해졌을까?

이재명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생색내지 않는 것은, 어쩌면 세간의 평대로 그가 '주식을 좀 아는 대통령'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사이좋게 손 잡고 부자가 되는 동화같은 결말은 허락되지 않았다. 애초에 '모두가 부자가 된다'는 말 자체가 모순 아닌가. 내 계좌가 불어나는 속도는 언제나 너무 느리게만 느껴진다. 다들 그래서일까? 화려한 축제에서 모두가 춤을 추고 있지만 어쩐지 눈은 웃고 있지 않다. 누구도 FOMO(기회 상실 공포)라는 덫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보다 더 번 사람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없으면 철저히 소외되는 상승장'이라는 말도 이젠 사치스러운 표현이 됐다. 소수 대장주들이 절대다수를 '왕따'시키는 장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딱 두 종목만 합치면 코스피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 된다. 두 종목만 오르면 다른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코스피는 올라간다. 

문제는 주식 어플을 끄고 나면 펼쳐지는 실물의 세계다. 정신을 차려 보면 원화 가치를 제외한 모든 가격이 올라가고 있을 뿐이며, 주식 또한 그 재화의 하나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돈을 벌고 있는 게 아니라 손실을 막는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때, 앞으로 코스피가 얼마나 더 오른들 나의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덮쳐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없으면 철저히 소외되는 상승장'이라는 말도 이젠 사치스러운 표현이 됐다. 소수 대장주들이 절대다수를 '왕따'시키는 장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사진=김상문 기자



하물며 저 두 종목에 올라타지 못했다면? 코스피 지수가 4-5%씩 상승하고 있는데도 상승종목보다 하락종목이 6-7배 더 많은 현실은 그 자체로 실물경제에 대한 우화다. 인공지능(AI) 붐에서 벗어나 있는 기업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들은 말 그대로 아사(餓死) 직전의 상태다.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아서 이젠 원·달러 환율 1500원이 고착화됐는데도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코스닥은 아예 올해 초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첫 문장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라는 말이 생각나는 시장이다. 7월부터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기 시작하면 이제부터 도대체 무슨 일이 펼쳐질지 감도 오지 않는다.

정부와 당국은 언제나처럼 교란된 사인을 보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허가해서 안 그래도 과열된 시장에 기름을 붓더니만 스페이스X 신규상장(IPO) 투자엔 장벽을 쳐서 찬물을 끼얹었다. 그들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약 20년 전에도 재테크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20대여 재테크에 미쳐라' 류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차트를 석권했다. 당시 그 책을 읽었던 20대들은 지금 40대가 되어 주식창을 보며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한 가지 기억할 사실은 그런 뒤 얼마 가지 않아 2008년 금융위기가 왔고, 또 얼마 가지 않아 힐링 콘서트 열풍이 불었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진 않지만 운율은 맞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는 운율의 어디쯤에 와 있을까? 시장을 냉철하게 바라보되, 계좌 관리만큼이나 '마음 관리'에 신경 써야할 나날들이 시작됐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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