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이제는 협업이 뉴노멀"… 제약업계, 희귀질환 신약 '분업화'로 리스크 분산

입력 2026-06-24 16:24:45 | 수정 2026-06-24 16:24:39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제약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협업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개발 난이도가 높고 환자 수가 적어 단독 개발 부담이 큰 희귀질환 분야에서 기술력과 자본, 임상 역량을 분담하는 방식이 새로운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사진=유한양행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계기로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을 공동 개발하거나 합작법인 설립·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리스크를 나누는 사례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희귀질환은 전체 환자 수가 적어 시장이 좁지만, 치료 옵션이 부족해 약가와 보험 급여에서 상대적으로 우대받는 만큼 ‘좁지만 수익성이 높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희귀질환 개발, 협업이 경쟁력

최근 유한양행은 고셔병 치료제 후보물질 Y35995H가 미국 FDA에 이어 EMA에서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물질은 GC녹십자와 공동 연구를 통해 확보된 물질로 현재는 유한양행이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업계는 희귀질환 영역으로 확장된 협업형 R&D(연구개발) 사례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기업들의 협업형 희귀질환 개발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GC녹십자와 바이오벤처 노벨파마가 공동 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 ‘GC1130A’는 FDA 희귀의약품과 소아 희귀의약품 지정, EMA 희귀의약품 지정을 모두 확보했다. GC1130A는 미국 1상 시험계획(IND) 승인도 획득해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이 공동 개발하는 파브리병 치료제 LA-GLA도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LA-GLA는 지난 2020년 양사가 공동 개발한 리소좀 축적질환 치료제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다. 또한 국내 대형 제약사 간 공동개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임상 과정이 요구되는 만큼 위험 분산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바이오벤처는 후보물질 발굴을 담당하고 제약사는 임상과 생산, 사업화를 맡는 역할 분담 구조가 확산되는 추세다.

◆렉라자가 보여준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공식

유한양행 연구원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유한양행



이 같은 흐름은 희귀질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외부 기술 도입과 공동개발, 기술수출을 결합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확대하며 신약 개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대표 사례는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다. 렉라자는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한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이 도입한 뒤 다시 존슨앤드존슨(J&J) 계열사 얀센에 기술수출해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했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연구 역량과 제약사의 개발 능력, 글로벌 빅파마의 허가·판매 네트워크가 결합한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평가받는다.

SK바이오팜도 중추신경계(CNS)와 항암 분야를 중심으로 개방형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와 CNS 파이프라인 사업화를 추진하는 한편 AI(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차세대 신약 발굴에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개발 및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 중 하나다. 마곡 C&D센터를 중심으로 바이오벤처 및 스타트업과 협력하며 줄기세포 치료제와 디지털 헬스케어, AI 의료기기 분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비용 증가와 임상 성공 확률 하락으로 협업형 연구개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AI와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은 환자 규모가 작고 개발 리스크가 높아 기업 간 역할 분담이 필수적인 영역”이라며 “앞으로는 공동연구와 기술도입, 기술수출을 연계한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이 신약 개발의 표준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