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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로봇이 짓고 공장서 찍는다…'건설의 미래'가 모였다

입력 2026-06-24 15:52:14 | 수정 2026-06-24 15:52:07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이제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자재를 나르고, 건물을 허뭅니다.”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 전시된 엠에프알의 경량 무인 해체로봇. 협소한 실내와 부분해체 현장에서 작업자가 직접 장비를 조종해야 했던 위험 공정을 원격화하는 기술이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현장. 사람이 타던 소형 굴삭기 대신 원격으로 조종하는 해체로봇이 전시장 한쪽을 차지했다. 수십 미터 상공에 있던 타워크레인 조종석은 지상으로 내려왔고, 현장에서 만들던 콘크리트 부재는 공장에서 찍어낸 뒤 조립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사람이 맡아온 해체와 양중, 자재 운반 같은 위험하고 고된 작업을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넘겨받는 모습이다. 골조와 설비, 주거 모듈까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방식도 고층 공동주택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스마트건설을 비롯해 모빌리티와 AI시티, 우주항공, 혁신기업 분야 기술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국토교통기술대전은 올해로 15회째로, 81개 기관이 409개 부스를 차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미래 국토·교통 기술의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개회식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올해로 15회째인 이번 행사는 81개 기관이 409개 부스를 차려 역대 최대 규모로 마련됐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건설 분야에서 두드러진 건 사람을 위험한 작업에서 빼내려는 기술이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현장 인력 고령화와 인력난이 겹친 데다, 잇따르는 중대재해로 안전이 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과 맞물린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물 안전해체 연구단 부스에 놓인 엠에프알(MFR)의 경량 무인 해체로봇이었다. 그동안 협소한 실내나 부분해체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소형 굴삭기에 올라타 벽체를 철거해야 했고, 장비 전도나 낙하물, 붕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사람이 하던 이 작업을 로봇에 맡긴 것이다.

엠에프알이 선보인 ‘MFR DR-08’은 장비 중량 0.8t 미만의 소형 로봇으로, 10층 이하 중소형 건축물 해체와 리모델링 과정의 부분해체를 겨냥했다. 기둥은 남기고 벽체만 걷어내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구간이 주된 대상이다. 다관절 로봇팔로 장비 이동을 줄였고, 자동 수평과 전도 방지 기능도 갖췄다. 현재 모델은 작업자가 보이는 거리에서 원격 조종하는 방식이며, 회사는 내년 최대 50m 떨어진 비가시권에서도 작업할 수 있는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용석 엠에프알 상무는 “건설로봇은 해체를 넘어 시공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로봇 관련 KC 인증 항목이 없거나 부족하고 작업장 안전인증 절차도 길어 상용화에 시간이 걸린다”며 “인증 항목이 이미 있는 기술은 한 달이면 되지만, 항목이 없으면 기준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모인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 공동관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의 기술이 모였다. 장비를 단순히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 공정 안에 자동화를 끼워 넣으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현대건설이 선보인 지상제어 타워크레인 시연 모습. 운전자가 수십 미터 상공의 조종실 대신 지상 조종실에서 카메라 영상을 보며 장비를 다룰 수 있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현대건설은 운전자가 상부 조종실 대신 지상의 원격 조종실에서 장비를 다루는 지상제어 타워크레인을 내놨다. 사각지대까지 비추는 카메라 영상과 풍속, 충돌방지 정보를 화면으로 보면서 조종하는 방식으로, 통신은 끊김에 대비해 유선 두 회선에 무선을 더한 구조로 짰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아델스타 현장(880가구)에서 이 기술로 1000회 넘게 양중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수십 미터 높이에 홀로 오르는 데 따르는 추락 위험과 고립감을 덜어낸 것이 강점이다.

‘공장에서 찍는 건설’도 전시장에 들어왔다. 대우건설은 거푸집 조립부터 콘크리트 타설, 표면 마감, 양생까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부재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PLC 기반 제어로 각 공정을 연동해 생산 효율과 작업 안전성을 함께 높였다. 공정 자동화로 기존보다 생산성은 30% 높이고 재해율은 50% 낮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대우건설이 전시한 콘크리트 프리팹 부재 생산공정 자동화 시스템 모형. 거푸집 조립부터 타설, 마감, 양생까지 공정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재해율은 낮추는 기술이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모듈형 PC 공동주택 연구단은 공장에서 기둥과 보, 바닥판에 외벽과 창호, 설비 일부까지 결합한 모듈을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고층 PC 공법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단은 경기 하남교산 A-1BL에 지하 2층∼지상 25층, 723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실증단지를 추진 중이며, 이 가운데 400가구에 PC 공법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다루는 기술도 자리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하 레이더(GPR)로 얻은 탐사 데이터를 지도와 현장 사진, 시추주상도와 묶어 분석하는 AI 관제 기술을 선보였다. 분산된 자료를 사람이 일일이 맞춰보던 작업을 줄여, 지반침하와 싱크홀 위험을 더 빠르게 짚어내는 것이 목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센서와 영상, 사고 데이터를 결합해 충돌·화기·침수 등 현장 위험을 실시간으로 인지·예측하는 스마트 안전통합관제 시스템을 소개했다.

야외 복도 쪽 스타트업 부스에서는 유닛랩이 모듈러 건축 실행 플랫폼 ‘유닛빌드’를 소개했다. 단순히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지 분석과 설계 자동화, 제조, 시공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GIS 기반으로 모듈 운송 경로와 크레인 진입 가능 여부, 부지 조건을 먼저 검토하고 BIM 데이터로 설계와 물량 산출을 연결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생산과 시공 가능성을 함께 따져, 현장마다 새로 도면을 그리고 여러 업체를 거치는 기존 모듈러 사업의 변수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성민 유닛랩 대표는 “모듈러는 거래사례가 쌓여야 감정평가가 정확해지고 금융도 본격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기술 개발과 함께 감리 기준 같은 제도적 보완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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