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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뛰는 건설로봇, 인증은 '공장'에 멈췄다

입력 2026-06-25 14:00:52 | 수정 2026-06-25 14:00:43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현장에 로봇 투입이 빨라지고 있지만, 상용화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타공·도장·해체·자재운반 등에 쓰이는 이동·원격·협동로봇은 사람과 장비가 뒤섞여 움직이는 현장 특성상, 고정식 산업용 로봇 중심의 안전·인증 체계에 그대로 맞물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로봇이 타공·자재운반 등 실제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만 이동·협동형 로봇은 현장마다 작업 동선과 안전조치를 다시 검증해야 해 상용화의 문턱이 남아 있다./사진=조태민 미디어펜 기자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콘크리트 3D프린팅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한편, 200㎏ 고하중 자재를 다루는 양팔로봇과 자동천공·자율주행 도장로봇 등 현장형 로봇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벽체 타공과 철골 볼트 체결 로봇을 실제 현장에서 시험하며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GS건설은 대동로보틱스와 자재운반·반복작업용 자율주행 로봇의 공동개발과 현장 실증을 추진 중이다. 호반건설도 AI 기반 외벽 균열점검 로봇의 공동주택 현장 실증을 마친 뒤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별 적용 단계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시·시연을 넘어 실제 시공과 품질관리 공정에 들어가기 위한 검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같다.

로봇을 다루는 방식은 회사 규모에 따라 갈린다. 대형 건설사는 전담 조직과 연구시설을 갖추고 직접 개발하거나 제조사와 손잡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는 외부 개발사의 장비를 현장에 맞춰 들여오는 쪽에 가깝다. 그 사이에서 건설현장용 로봇을 전문으로 만드는 개발사들도 성장하고 있다. 2023년 설립된 고레로보틱스는 비정형 건설현장 주행에 특화한 자재운반 자율주행 로봇으로 CES 2026 혁신상을 받았고, 엠에프알은 원격조종 기반 해체·작업 로봇을 앞세워 현장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때다. 산업용 로봇으로 분류되는 장비는 자율안전확인신고와 안전검사 체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현행 안전검사 기준은 3개 이상 회전관절을 가진 다관절 로봇이 포함된 산업용 로봇 셀을 대상으로, 방책과 감응형 방호장치 등을 통해 사람과 로봇의 보호영역을 나누는 방식에 무게가 실려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도 고정식·이동식 로봇의 협동작업 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장처럼 작업 구역과 동선이 비교적 고정된 환경을 전제로 한 기준에 가깝다. 공정과 층수, 자재 적치 위치, 투입 인력이 수시로 달라지는 건설현장에서는 제품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해서 바로 본공정에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내 마감 공정의 자재운반 로봇, 철골 볼트 체결 로봇, 협소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원격 해체로봇은 모두 건설로봇으로 묶이지만 작업 반경과 이동 경로, 속도, 위험요인이 다르다. 로봇팔과 주행장치, 작업도구, 원격조종 여부, 작업자와의 거리 등을 따져 보호구역과 비상정지 장치, 작업자 동선, 위험성평가 방식을 현장마다 다시 정해야 한다. 한 현장에서 확인을 마친 장비라도 다른 현장에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이유다.

이 부담은 건설사 규모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대형 건설사는 복수의 사업장에서 로봇과 작업 방식을 반복 실증하고 보완할 여력이 있다. 다만 실제 도입 단계에서는 생산성뿐 아니라 기존 공정과의 간섭, 협력업체 작업과의 충돌, 장비 이상 때 대응 체계까지 확인해야 한다. 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책임지는 시공사로서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먼저 들이기 어려운 만큼, 부담은 주로 검증에 드는 시간과 안전관리 책임으로 돌아간다.

중견·중소 건설사는 자체 개발과 반복 실증이 가능한 현장 기반이 부족해 외부 로봇 개발사와 협업해야 한다. 하지만 개발사가 장비를 만들었다고 해도 실제 현장을 가진 시공사와 공정 담당자, 협력업체, 현장 안전조직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실증 자체가 어렵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실증처를 찾는 일부터 상용화의 시작이다. 현장을 확보한 뒤에도 통로 폭과 바닥 상태, 작업 높이, 자재 규격에 맞춰 장비와 프로그램을 다시 손봐야 한다. 성능·안전성 확인은 물론 설치와 철거, 원상복구 비용까지 감당해야 다음 현장 적용을 논의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스마트건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중견 건설사의 실제 현장과 기술 실증비를 연결하는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술 성능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실제 건설현장에서 검증할 기회와 비용을 함께 확보해야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 중소 건설로봇 개발사 관계자는 "기존 항목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장비는 절차를 밟으면 되지만, 새로운 장비나 작업 방식은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부터 정리해야 해 시간이 길어진다"며 "대형사는 여러 현장에서 보완할 수 있지만, 중소 건설사와 개발사는 실증처 하나를 확보하는 단계부터 공정·안전·비용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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