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재건축·리모델링이 늘면서 건축물을 걷어내는 해체공사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영세한 사업 구조와 전문인력 부족, 재래식 공법에 머문 현장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체공사 시장이 2030년 6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인력 부족과 재래식 공법 의존을 줄이기 위한 기술·안전관리 체계 고도화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7일 업계에 따르면 건축물 해체시장은 노후 건축물 증가와 정비사업 확대를 기반으로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국내 건축물 해체시장 규모가 2022년보다 약 3배 늘어난 2030년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준공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 비중은 2005년 29%에서 2022년 41%로 높아졌다. 리모델링 시장도 2002년 7조8000억 원에서 2030년 29조4000억 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본격화할수록 철거와 구조 변경, 자재 반출을 맡는 해체공사 물량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수요 확대를 감당할 해체업계의 기반이다. 해체·비계공사업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5.3% 성장해 전문건설업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 100대 해체기업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1곳에 그쳤고, 업체당 기술인력은 평균 3.2명 수준으로 분석됐다. 2030년까지 부족할 해체 전문인력은 4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공법도 성장하는 시장 규모에 걸맞은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국내 현장에서는 압쇄와 전도 방식처럼 구조물을 물리적으로 파쇄하거나 무너뜨리는 방식이 여전히 주로 활용된다. 저층 또는 단순 구조물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건물이 밀집한 도심이나 대형 구조물, 복잡한 리모델링 현장에서는 소음과 진동, 비산먼지뿐 아니라 구조 안정성 관리 부담도 커진다.
국토교통부 연구단과 건설 관련 연구기관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무인 경량 해체장비와 워터젯 절단, 모듈 단위 해체, 분별해체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구조물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대신 공정을 세분화하고, 해체 과정에서 나온 자재를 분리·재활용하겠다는 방향이다. 하지만 장비 보급과 현장 적용, 숙련 인력 확보는 아직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해체공사의 취약한 기반은 최근 사고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해체 작업 중 구조물이 붕괴해 7명이 숨졌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서소문고가 철거 현장에서 상판이 무너지면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서소문고가는 1966년 준공된 뒤 2019년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노후 시설물이다.
사고 원인을 공법이나 인력 부족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해체 대상 구조물의 상태를 사전에 정밀하게 조사하고, 설계와 공정계획, 감리 단계에서 위험을 통제하는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시장성이 커지자 대형 건설사도 해체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중소 업체 중심이던 시장에 IPARK현대산업개발 등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가 참여하면서, 해체 설계와 안전관리, 후속 시공을 연계해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다만 대형사의 진입만으로 다수 영세업체가 안고 있는 기술·인력 공백이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국토부는 이달 산·학·연·관 15곳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해체공사 안전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해체 설계와 안전진단, 감리, 해체업 자격요건을 손보기로 했다. 10층 이상 건축물의 리모델링·해체공사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으로 안전관리계획 수립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체는 더 이상 건물을 없애는 단순 작업이 아니라 정비사업 전체의 안전과 사업성을 좌우하는 첫 공정"이라며 "발주 단계부터 정밀조사와 공법 선정, 전문인력 배치, 감리 대가가 제대로 반영돼야 시장 성장과 안전이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