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칸 영화제가 사랑한 대한민국 대표 거장 박찬욱 감독의 정교한 영화 세계를 스크린 밖 ‘활자’로 깊이 있게 탐닉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열렸다.
박 감독의 독보적인 미장센과 뇌리에 박히는 명대사의 정수를 담아낸 마스터피스 선집 '박찬욱 각본 컬렉션'(을유문화사)이 정식 출간되어 영화계와 출판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총 9권의 단행본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박찬욱 감독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핵심 연출작들을 빠짐없이 담아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포문을 연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시작으로, 그의 전설적인 ‘복수 3부작’인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가 포함됐다.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9편이 '박찬욱 각본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활자로 제작돼 출간됐다.(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여기에 파격적인 상상력이 돋보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와 ‘박쥐’(2009), 전 세계를 매료시킨 ‘아가씨’(2016),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헤어질 결심’(2022)은 물론, 이병헌·손예진 주연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최근작 ‘어쩔수가없다’(2025)까지 거장의 25년 영화 인생을 집대성했다. 특히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등 초기 대표작 3편의 각본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최초로 정식 발간되어 소장 가치를 더한다.
이번 각본 선집은 단순히 영화 대사를 옮겨 적은 대본집을 넘어, 박찬욱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진화하고 변모해 왔는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구조적 설계도 역할을 한다.
독자들은 날것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복수는 나의 것’과 유연한 여성 서사로 변모한 ‘친절한 금자씨’의 텍스트를 비교하며 거장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 또한 정서경 작가 등 독창적인 색깔을 가진 공동 각본가들과의 협업이 박 감독의 작품 세계에 어떤 변주와 신선한 호흡을 불어넣었는지 분석하는 재미도 선사한다. “너나 잘하세요”,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마침내” 등 수많은 밈(meme)을 낳았던 명대사들이 콘티와 영상으로 구현되기 전, 오직 문장 자체로 가졌던 팽팽한 긴장감과 문학적 완성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을유문화사 측은 “영화 속 화려한 미장센에 가려져 있던 박찬욱 감독의 탁월한 작가주의적 면모와 치밀한 텍스트의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은 물론,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신간의 의미를 전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