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치욕적인 참사를 당했다. 2026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고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A조에 속해 조별리그를 1승 2패(승점 3)로 마쳤다. 1차전에서 체코에 2-1로 역전승을 거둘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2차전에서 공동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지긴 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마지막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이기거나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남아공전에서 한국은 용병술, 전술, 투지, 체력 등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것 없이 믿기 힘든 졸전을 펼친 끝에 0-1로 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이 결국 2026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홍명보호는 초조하게 다른 조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12개 조 3위 가운데 상위 8위 안에 들면 32강으로 향하는 길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희망고문'은 가장 비극적으로 끝났다. 다른 조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이 계속되면서 조 3위 가운데 한국의 순위는 점점 내려가더니, 끝내 8위 밖으로 밀려나 탈락이 확정되고 말았다. 단 1승만 올리고 승점 3점에 골 득실 -1이었던 한국이 32강 희망을 품은 것 자체가 욕심이었던 것이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화려한 외양에 가려진 한국 축구의 초라한 현실이 이번 2026 월드컵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것도 본선 진출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확대돼 토너먼트에 32개국이나 올라가는 '손쉬운'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은 충격 그 이상이다.
더군다나 한국은 조 추첨에서 최상의 '꿀조'에 편성되는 행운을 누렸다. 멕시코가 개최국이어서 껄끄럽긴 했다. 하지만 유럽 예선을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체코, 아프리카 팀들 가운데 약체로 꼽힌 남아공과 묶여 최소 32강 진출은 무난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이 확정돼 일찍 짐을 싸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대표팀 구성도 역대급이었다. 월드스타 손흥민을 보유했고, 주전 대부분이 유럽 여러 리그에서 뛰며 경쟁력을 갖췄다.
당연히 축구팬들은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고, 32강을 넘어 16강 이상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을 보냈다.
돌아온 결과는 참혹했다. 도대체 한국 축구가 왜 이렇게까지 월드컵 도전 역사에서 치욕적인 일을 당해야 했을까.
대한축구협회도 홍명보 감독도, 선수들도 모두 다 못했다.
축구협회는 최근 수 년간 각종 잡음이 잇따랐다. 그 중심에는 정몽규 협회 회장이 있다. 2013년 회장에 취임해 4선에 성공하며 13년 이상 협회의 수장을 맡아온 정 회장은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를 못했다. 일부 특출난 해외파 선수 몇 명이 일군 성과에 취해서인지, 정작 한국 축구의 건전한 토양을 다지고 체계적으로 재목들을 키워내지 못했다. 최근 아시안컵이나 올림픽, 그리고 이번 월드컵 등 대형 국제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한 근본 원인이다.
2026 월드컵을 끝으로 대한축구협회장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정몽규 회장. /사진=더팩트 제공
정몽규 회장은 이번 2026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후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미리 발표했다. 한국대표팀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 명예롭게(?) 물러날 생각이었겠지만, 그마저도 물건너 갔다. 스스로 만든 업보다.
홍명보 감독은 지도력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년 전 홍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될 당시의 흉흉했던 팬심이 지금도 생생하다.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아 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이 이뤄졌다는, 홍명보호의 태생적 한계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이전 어느 월드컵 때보다 풍족한 지원을 받으며 준비를 했음에도 홍 감독은 선수 선발, 상대팀에 대한 대비책, 선수 기용, 경기 운영, 위기 타개 능력 등에서 어느 하나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남아공전에서 패한 후 "모든 책임은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선수들이 왜 무기력한 경기를 했는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믿기 힘든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던 홍 감독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무대에 나섰던 선수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정말 열심히 뛰며 제 기량을 발휘한 선수도 있고, 체코전 역전승을 일궈내 짜릿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팀'으로서는 결국 본선 1승에 그쳤고 조별리그 탈락을 하고 말았다. 특히 남아공전에서 대표선수들은 응원하는 팬들의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너무 경기력이 형편없었고, 특유의 투지도 실종된 모습으로 큰 실망감만 안겼다.
이제 한국 축구 팬들은 다음 월드컵까지 4년을 울분 속에 기다리게 됐다. 2026 월드컵에서 벌어진 한국 축구의 참사에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거나 관련된 사람들이 당장 할 일은 처절한 반성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