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특허절벽을 앞둔 글로벌 빅파마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기술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기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에 대비해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플랫폼 기술과 신약 후보를 앞세운 K-바이오가 새로운 협력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업계의 수혜가 기대된다./사진=제미나이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해외 기술수출·이전 계약은 8건, 공개된 계약 기준 누적 규모는 약 86억 달러(약 13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처음 연간 기술수출 20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계약 대상이 단일 신약 후보를 넘어 약물전달 플랫폼, 제형 변경 기술, 생산기술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도 한층 입체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허절벽 맞은 빅파마…K-바이오로 향하는 러브콜
글로벌 제약사들이 공격적인 M&A와 기술도입에 나서는 배경에는 특허 만료가 가까워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대형 품목의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자체 연구개발만으로 메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검증된 후보물질과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텍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GSK는 미국 누발런트를 인수해 폐암 치료 파이프라인을 보강했고 존슨앤드존슨(J&J)은 항암 플랫폼 기업을 품으며 종양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일라이 릴리 역시 알츠하이머 후보물질을 대규모 라이선스 인 방식으로 도입하는 등 외부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특정 기업의 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산업 전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초기 후보물질 중심의 기술이전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의약품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과 후기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까지 관심 대상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빅파마드리 한국에서 찾는 기술의 스펙트럼이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며 "특허 만료에 따른 시장 경쟁이 심화될수록 외부 혁신기술 확보 경쟁도 비례해서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부터 생산기술까지…기술수출 질적 진화
올해 상반기 K-바이오 기술수출의 특징은 계약 규모뿐 아니라 계약 내용의 변화다. 대표 사례는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ALT-B4'를 앞세워 GSK 자회사와 약 42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바이오젠과도 최대 8675억 원 규모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이 여러 제품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신약 분야에서도 글로벌 관심은 이어졌다. 에임드바이오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약 1조4000억 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을 시작으로 최근 미국 아지오스와 세비도플레닙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해당 계약은 반환의무 없이 2500만 달러의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6억6500만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생산기술 분야에서는 SK플라즈마가 튀르키예 적신월가와 혈장분획 기술 이전 계약 체결 및 공장 착공에 들어가 국내 제조 역량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SK플라즈마는 합작법인을 통해 15%의 지분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공장은 오는 2030년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정부도 산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제약바이오산업과를 신설하는 한편 규제 개선과 연구개발 지원 확대를 추진하며 기술사업화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기술수출 확대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보물질을 초기 단계에서 이전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은 확보할 수 있지만 후기 임상과 상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해외 기업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대형 제약사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들도 독자적인 기술력과 글로벌 파트너링 역량을 앞세워 기술수출 및 공동개발과 같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기술수출 성공 경험이 조직 내에서 '성공 DNA'로 이식돼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고 확보한 자금을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국내 바이오 산업에 안착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헀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