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최근 몇 년간 신용카드의 경쟁력을 결정한 것은 금융 혜택이 아니라 브랜드였다. 카드 플레이트 전면에 새겨진 유명 브랜드의 로고 하나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었고 카드사들은 앞다퉈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지난 5월 발생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사태는 카드사가 제휴사 브랜드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마주할 수 있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줬다. 제휴사의 마케팅 논란과 그로 인한 평판 하락이 고스란히 카드사의 고객 이탈이라는 결과로 전이됐기 때문이다. 실제 사태 이후 스타벅스 PLCC 카드 발급 추이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카드의 스타벅스 PLCC인 ‘스타트래블 우리카드’의 지난 5월 발급 건수는 113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출시 첫 달인 4월의 9606건과 비교해 88.2% 급감한 수치다. 해지 건수 또한 4월 121건에서 5월 203건으로 67.8% 증가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삼성카드의 ‘스타벅스 삼성카드’는 5월 발급건수가 83건으로 출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줄어들었으며, 전월 138건과 비교하면 39.9% 감소했다. 해지 건수는 4월 190건에서 5월 276건으로 45.3% 늘었다.
그간 카드사들은 카드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 절감과 충성고객 확보를 함께 노릴 수 있는 PLCC를 새로운 돌파구로 여기고 제휴사를 늘여왔다. 비용을 들여 독자적인 금융 혜택을 설계하고 상품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강력한 팬덤을 가진 대형 브랜드의 후광에 기대는 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PLCC는 카드사와 제휴사가 수익과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며 ‘한 배’를 타는 구조이나 카드사는 제휴사의 마케팅이나 홍보 과정에 개입하기 어렵다. 제휴사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공유하면서도 이를 사전에 관리하거나 통제할 권한은 제한적이다. PLCC 사업이 확대될수록 카드사가 떠안는 ‘평판 리스크’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브랜드 선정부터 위기 대응, 리스크 분담 체계까지 보다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PLCC를 외형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제휴 브랜드의 인기에만 기대는 영업 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브랜드의 성공을 함께 누리려면 위기의 비용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특정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제휴 브랜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PLCC의 구조적 한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브랜드의 후광에만 기대는 금융 상품은 그 빛이 흐려지는 순간 함께 가치를 잃는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