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코스피 변동성 완화장치(VI) 발동 건수가 반기 기준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열기가 이어진 영향으로 시장경보 제도상 최고 단계인 투자위험 종목 지정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8,000선 회복에 주식장 빨간불./사진=연합뉴스 제공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 건수는 총 2만9357건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던 2020년 상반기의 2만4401건이었다.
VI는 개별 종목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등락할 경우 발동되는 장치로, 해당 종목은 2분간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된다.
코스피 변동성 역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거래소 집계 결과 올해 상반기 코스피 평균 일중변동률은 3.30%로, 상반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기록은 1998년 상반기의 3.51%다.
일중변동률은 당일 지수의 고가와 저가 차이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값으로 나눈 값으로, 지수의 하루 변동 폭이 클수록 수치도 높아진다.
시장에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추격 매수와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동시에 유입된 점이 상반기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등도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킨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피는 올해 1월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2월 6000선, 5월에는 7000선과 8000선을 차례로 돌파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9000선까지 넘어섰다.
하지만 9000선 돌파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달 3일에는 8088.34까지 하락했다. 9000선을 넘어선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0% 넘게 밀린 셈이다.
시장 과열 양상도 함께 나타났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자위험 종목 지정 건수는 총 4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건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시장경보제도는 특정 종목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일정 기간 주가가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을 경우 거래소가 투자위험을 알리는 제도로,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등 3단계로 운영된다.
투자경고 종목은 지정 이후 주가가 추가 상승하면 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며 투자위험 종목은 지정 당일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된다.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도 상반기 37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건)의 10배를 넘어섰다. 투자주의 지정 역시 294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271건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증권가는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주가가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손실 회피 성향으로 매도 심리가 확대된다"며 "AI(인공지능) CAPEX(설비투자) 둔화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1차 촉매는 오는 7일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이라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면 메모리 업황 강세 신호로 작용하며 매도 심리를 보유 또는 추격 매수로 전환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방어주 중심의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매도 압력에 노출돼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방어 업종 비중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며 "시장금리도 높아진 가운데 금리 저항력이 강한 업종인 은행·보험 등 금융주에 관심이 필요하며, 인바운드 소비와 관련된 화장품·유통도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