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국내 최초의 농림 분야 전용 위성인 ‘농림위성’이 오는 7일 우주로 향한다. 정부는 농림위성 발사를 계기로 농업·산림 분야의 위성 데이터 수집·분석·활용 체계를 고도화해 농지 관리와 공익직불제 이행점검, 농산물 수급관리, 농업재해 대응 등 농정 전반을 데이터 기반의 ‘과학농정’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차세대중형위성 4호인 농림위성이 한국시간 7일 오후 4시 10분(현지시간 7일 오전 0시 1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 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림위성은 우주항공청과 농촌진흥청, 산림청이 공동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농림특화 위성이다. 농업 분야의 위성 활용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2012년 사업 기획을 시작했으며, 2018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2019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그동안 농업·산림 관측은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 위성 등 해외 위성영상에 의존해왔지만, 이번 농림위성 발사로 우리나라 농업환경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공공 관측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농림위성은 공간해상도 5m, 관측폭 120㎞의 성능을 갖췄다. 한 번 촬영하면 폭 120㎞를 관측할 수 있으며, 3일마다 한반도 전역을 촬영할 수 있다. 기존 해외 위성이 5일 간격으로 영상을 확보했던 것보다 관측 주기가 짧아지고, 해외 위성과의 영상 융합기술을 적용하면 실제 데이터 확보 주기는 더욱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가시광선(RGB) 3개 밴드와 적색경계(Red Edge), 근적외선(NIR) 등 모두 5개의 분광밴드를 탑재해 작물의 광합성 정도와 생육상태, 식생 변화 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좁은 경지 규모와 다양한 작물 재배 특성을 고려해 농업에 특화된 위성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책 수요가 높은 분야부터 위성 활용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농지 이용실태조사와 공익직불제 이행점검, 농업경영체 관리에 적용한다. 지금까지 표본조사와 현장조사에 의존했던 농지조사를 전국 단위 전수조사 체계로 전환해 조사 인력과 시간, 비용을 줄이고 정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위성영상과 팜맵,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를 AI로 분석해 실제 경작 여부와 재배 품목을 확인하고, 미경작지나 시설부지, 임야 등을 자동으로 선별해 현장조사 대상지를 효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공익직불금 부정수급을 차단하고 농업경영체 정보의 신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농산물 수급관리 체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배추 등 가격 변동이 큰 채소류와 벼·콩 등 식량작물의 재배면적과 생육상황을 상시 모니터링 해 생산량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선제적인 수급조절에 활용한다. 이상기후로 인한 병해충 발생이나 생육 이상 징후도 조기에 탐지해 방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농업용수와 기반시설 관리, 농업·산림 재난 대응에도 활용된다. 저수지와 수리시설, 침수 농경지를 반복 관측해 상시 물관리를 지원하고, 집중호우 발생 시 침수와 도복 피해를 신속하게 파악해 복구와 재난 지원의 골든타임 확보에 활용할 계획이다. 산불과 산사태 발생 시에는 피해 면적을 광역 단위에서 자동 분석해 복구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또한 농촌 공간 관리 기능도 강화된다. 위성영상을 활용해 시·군·읍·면 단위의 시설물 분포와 식생 변화, 불법 성토와 불법 건축물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농촌공간계획 수립과 사후관리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위성 데이터는 민간에도 순차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정부는 위성영상에 기상·토양·환경 데이터를 결합한 ‘한국형 농업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정밀농업과 자율농작업, 병해충 예측, 생육 진단 등 데이터 기반 농업 서비스 산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일반 국민에게도 현재 도 단위로 제공되는 개화·단풍 예측 서비스를 시·군·읍·면 등 생활권 단위까지 확대해 제공할 예정이다.
농림위성은 발사 후 약 2시간 20분 뒤 위성체 분리 여부가 확인되며, 이후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과의 첫 교신을 거쳐 최종 발사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우리나라 지상국과의 첫 교신은 발사 후 약 6시간 뒤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즉시 정책에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위성의 정상 작동 여부와 영상 품질을 검증하고 보정하는 초기 운영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발사 이후 약 3~4개월 동안 위성체 성능 점검과 영상 보정, 데이터 전처리 등을 진행하고, 올해는 초기 운영과 품질 검증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실제 농지조사 등 정책 활용은 2027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농지 이용실태조사와 공익직불제 이행점검을 시작으로 농산물 수급 예측, 농업재해 대응, 농업용수 관리, 산림정보 서비스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해외 사례를 고려할 때 위성 기반 조사체계가 정착되면 공익직불제 이행점검 등에 투입되는 현장조사 인력과 비용을 30~6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농림위성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2024년부터 농촌진흥청과 산림청,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농림위성 활용 정책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농업e지, 농업관측, 농작물재해보험, 산림정보시스템 등 기존 정책 플랫폼과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의 국토위성 2호와도 데이터를 융합해 관측 정확도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이번 농림위성 발사는 더 이상 외국 위성영상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농업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전환점”이라며 “농지조사와 직불제, 수급관리, 재해 대응, 농업용수, 산림 등 핵심 농정 분야에 정밀성과 광역성, 시의성을 갖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 국민이 체감하는 과학농정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