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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남’이 밀고 ‘호프’가 당겨야…극장가, 시험대 올라

입력 2026-07-06 09:11:55 | 수정 2026-07-06 17:25:49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2026년 상반기 국내 극장가는 일단 화려한 축제를 즐겼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등극한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무려 1690만 관객을 쓸어 담으며 시장의 외형적 반등을 강력하게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 호황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특정 작품에만 관객이 몰리는 심각한 ‘쏠림 현상’과 기대작들의 잇따른 부진이라는 짙은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올해 전체 극장가의 진정한 정상화 여부는 상반기의 기세를 이어받아 하반기 포문을 열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의 흥행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6년 상반기 극장가의 관객이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그 핵심에는 '황과 사는 남자'가 있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1∼6월 상반기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736만 9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36만 3045명)보다 74.9% 급증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2037억 원에서 올해 3702억 원으로 81.7%나 치솟았다. 5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이 ‘F1: 더 무비’ 단 한 편에 그치고 천만 영화가 전무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확실한 마중물이 시장을 견인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를 극장가 전반의 완전한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해 상반기는 양극화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관객 300만 명 이상을 돌파한 중상위권 흥행작 수는 지난해 4편에서 올해 3편(‘왕과 사는 남자’, ‘군체’, ‘살목지’)으로 오히려 줄었다. 시장을 지탱해 줘야 할 허리급 영화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500만 관객을 넘기며 체면치레는 했으나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던 ‘군체’나, 첩보 액션 대작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휴민트’ 등이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스크린에서 밀려났다.

외화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할리우드 메가 히트 IP 시리즈인 ‘토이스토리 5’와 전작의 신화를 잇기 위해 출격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아바타 3)’가 국내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흥행 전선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탄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기대를 모았던 SF 대작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20년 만에 돌아온 메릴 스트립·앤 해서웨이 주연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마저 국내 극장가에서 맥을 추지 못하면서, 상반기 극장가는 사실상 ‘왕과 사는 남자’ 한 편이 전체 매출을 떠받치는 기형적인 구조를 나타냈다.

상반기의 관객 증가세를 하반기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오는 15일 개봉하는 '호프'의 흥행 여부가 관건이라는 게 영화계 지배적인 의견이다. /사진=플러스템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에는 다소 침체했으나 하반기에 ‘주토피아 2’(770만 명),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569만 명), ‘좀비딸’(563만 명) 등 다채로운 흥행작들이 쏟아지며 연간 관객 수를 고르게 방어해 냈다. 반면 올해는 상반기에 초대형 카드를 이미 소진한 상태여서, 하반기 라인업의 무게감이 떨어질 경우 연간 총 관객 수 반등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호프’의 어깨가 무겁다.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무려 10년 만에 내놓는 마스터피스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해 할리우드 탑스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이미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되며 제작비의 절반을 회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호프’가 상반기 흥행 쏠림 현상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고, 굳게 닫힌 관객들의 지갑을 다시 열어젖히며 하반기 극장가 전체에 활력을 전파할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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