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사를 겪은 한국 축구가 결국 전면적인 인적·제도적 쇄신 국면에 돌입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사퇴에 이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까지 공식 사임한 가운데, 한국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기 위한 ‘케이(K)-축구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공식 출범했다.
혁신위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혁신위는 2026 월드컵 실패 이후 분출된 축구계 전반의 개혁 요구를 수용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거버넌스 개편, 유소년 시스템 혁신, 첨단 기술 도입 등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6일 출범한 K-축구 혁신위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의 투톱 체제로 꾸려졌다. /사진=문체부 제공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수뇌부 구성과 정부와의 ‘거리두기’ 행보다. 당초 공동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었던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관상 독립성 침해 우려를 의식한 듯 첫 회의에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며 공동위원장을 맡지 않기로 했다. 대신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로써 혁신위는 박지성 FIFA(국제축구연맹) 분과위원회 위원과 유승민 회장의 ‘투톱 체제’로 운영된다.
최 장관은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가치”라며 “정부가 법적 범위를 넘어 협회 사무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축구·체육인들이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차기 축구협회 집행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차기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인물들로 구성하기 위해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 등을 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키를 잡은 유승민 공동위원장은 “국민들의 무거운 목소리를 듣고 체육회장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직을 수락했다”면서 “다만 위원회 논의가 단순한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결과물의 법적 성격과 후속 이행 과제를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번 K-축구 혁신위가 정부의 개입이라는 일부 우려를 의식한 듯 당초 공동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던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공동위원장 자리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내주었다. /사진=문체부 제공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혁신의 실행력을 강조했다. /사진=문체부 제공
축구인들을 대표해 공동위원장을 맡은 박지성 위원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축구인으로서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것에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며 “이번 월드컵을 통해 기존 방식대로는 안 된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한국 스포츠 전체에 좋은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논의한 혁신안들이 실제로 얼마나 실천에 옮겨지는가이다”라며 실행력을 강조했다.
이번 혁신위에는 박지성, 유승민 위원장을 비롯해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유영근 변호사, 김대희 부경대 교수 등이 위원으로 합류해 현장과 행정, 법률을 아우르는 논의를 펼칠 계획이다.
한편,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신호탄도 쏘아 올려졌다. 앞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이어, 월드컵 종료 후 사퇴 의사를 밝혔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역시 이날 혁신위 출범 직전 협회에 사임서를 제출하며 13년 만에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수뇌부 공백과 혁신위 출범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한국 축구는 차기 집행부 구성 전까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하게 됐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