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이 허위조작정보 신고와 처리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정부는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신고 접수와 1차 조치, 이의신청 대응은 플랫폼이 맡는다. 업계에서는 삭제 여부보다 어디까지를 허위조작정보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 마련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인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정보와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체계 마련 의무를 부과했다.
개정법은 허위조작정보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 가운데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로 규정했다. 다만 단순 의견 표명이나 정치적 주장, 풍자와 패러디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대규모 플랫폼은 신고가 접수되면 자체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 접근 차단, 노출 제한, 계정 제재, 수익화 제한, 신고 기각 등을 검토해야 한다. 조치가 이뤄질 경우 신고자와 게시자에게 사유와 이의신청 절차를 알려야 하며, 이용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신고·처리 건수와 조치 결과, 이의신청 현황 등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6개월에 1회 이상 공개해야 한다.
네이버는 법 시행에 맞춰 고객센터 내 불법정보·허위조작정보 신고 접수 기능을 반영하고 게시물 운영정책을 정비했다. 블로그, 카페, 뉴스 댓글, 치지직 등 공개형 서비스에서 신고가 접수되면 기존 게시물 운영정책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 등을 바탕으로 조치 여부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도 지난달 30일 고객센터와 통합 신고센터에 허위조작정보 신고 항목을 추가했다. 기존 유해정보, 권리침해, 불법촬영물 신고 체계에 허위조작정보 항목을 더한 형태다. 카카오톡 일반 대화방처럼 사적 성격이 강한 공간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오픈채팅 등 공개성이 있는 서비스는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서비스 운영 주체가 에이엑스지(AXZ)로 이관된 이후 별도 고객센터를 통해 대응한다. AXZ는 서비스 운영정책에 허위조작정보 유통 행위를 금지 대상에 포함했으며, 다음 카페와 뉴스, 티스토리 등 공개형 서비스 게시물에 대한 신고 접수 체계를 마련했다. 유튜브와 구글은 별도 전용 창구를 전면 신설하기보다 기존 법적 신고 절차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판단 책임 커진 플랫폼… 신뢰 경쟁 시험대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신고창구 개설 이후다. 명백한 불법정보나 사칭, 딥페이크, 불법촬영물 등은 기존 운영정책으로도 일정 부분 대응해왔지만 허위정보와 의견, 풍자, 정치적 주장 등이 뒤섞인 사안은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조치할 경우 과잉 차단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신중하게 접근하면 허위정보 확산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국가가 직접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그만큼 초기 판단 부담은 민간 플랫폼으로 넘어간 셈이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뉴스 댓글, 카페, 블로그, 오픈채팅 등 이용자 참여형 서비스가 많은 사업자는 신고 남용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정 게시물이나 계정을 겨냥한 이른바 '신고 폭탄'이 발생할 경우 플랫폼은 신고 건수와 별개로 게시물 맥락, 공익성, 피해 가능성, 고의성 등을 따져야 한다.
업계에서는 운영 인력과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허위조작정보 신고는 사안별로 사실관계와 게시 맥락을 따져야 하는 만큼 단순 키워드 필터링이나 자동화 시스템만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사회적 쟁점이나 기업·인물 관련 게시물은 조치 여부에 따라 이용자 반발, 법적 분쟁, 브랜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플랫폼 입장에서는 판단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가중 손해배상과 과징금 제도도 플랫폼 운영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정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정보 게재자가 허위조작정보로 피해를 입힌 경우 최대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상 대상은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거나 직전 3개월간 게시한 정보의 월별 합산 조회수 평균이 10만 회 이상인 경우 등이다. 법원에서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반복 유통하고, 직전 3개월간 3개 이상 정보를 게재해 수익을 얻은 경우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이 가운데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일찌감치부터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대해 헌법소원과 재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부 온라인 청원에는 반대 서명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정치적 비판이나 의견 표명 자체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론 일각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 플랫폼이 규제 부담을 피하기 위해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가 플랫폼의 기술·운영 역량을 동시에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기반 모니터링과 신고 분류 시스템을 고도화하더라도 허위성, 맥락, 풍자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과정에는 사람의 검토와 외부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불법·허위조작정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세부 운영 사례가 쌓여야 제도 혼선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접수된 게시물을 어떤 기준으로 허위조작정보로 볼지 판단하는 과정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플랫폼이 과도한 책임을 떠안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외부 검증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