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날 반도체 업종 전반이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디어펜=김종현 기자]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날 반도체 업종 전반이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주가가 천장을 치고 조정장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시사하는 말기적 현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16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반도체주 전반이 급락했다. 특히 메모리주는 처참했다.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는 13.69% 폭락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5.65%, 샌디스크는 12.63% 각각 급락했다.
대만의 TSMC는 전날 압도적인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402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4.31 달러였다. 이는 시장예상치인 매출 399억4000만 달러, 주당순이익 3.90 달러를 가뿐하게 상회한 수준이다.
TSMC는 3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446억 달러 ~ 458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2분기 대비 약 12% 증가하는 수치다. 연간기준으로는 전년대비 30% 이상 늘어갈 것으로 봤다.
이런 실적이라면 글로벌 반도체주가 상승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오히려 한국과 미국 반도체주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런 현상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삼성전자에 이은 것으로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면 당일이나 그 다음날 반도체주 전반을 조정으로 몰아넣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핵심 기업들의 '어닝 서프'를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가 오를만큼 올랐다는 인식하에 경쟁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주가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AI 수요 폭발을 선반영해 역사적 고점까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시장은 이제 단순한 '어닝 서프'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완벽한 실적과 가이던스'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따라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준은 오히려 실망 매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주가 '상투'를 쳤으며, 더이상 오르지 않고 오히려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폭발이 내년을 거쳐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지만 주가는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세테라 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진 골드만은 로이터에 "AI 거래는 이제 성장성이 아닌 '완벽함'을 기준으로 가치가 평가된다. 그저 훌륭한 실적은 매도세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리서치 업체인 스트라테가스의 토드 손 ETF 전략가는 "현재 반도체와 메모리주의 모습은 2020년 ARKK(혁신기술 ETF) 광풍과 유사하며, 두 사례 모두 열기가 가라앉기 전 극단적 거래량과 자금 유입을 보였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반도체 섹터의 폭발적인 상승 이후 헤지펀드들이 대거 이익 실현에 나서며 수급 공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투자은행은 따라서 반도체 대신 상대적으로 올해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메타, 알파벳, 오라클 등 낙폭 과대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들을 매수할 것을 권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가 발표한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가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AI 버블'을 꼽아 기관들의 경계감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미디어펜=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