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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 수직계열화·생태계 확장…K-조선, 마스가 정조준

입력 2026-07-21 16:34:05 | 수정 2026-07-21 16:41:57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지렛대 삼아 현지 진출 속도를 내고 있다. 유지·보수·정비(MRO) 위주로 전개되던 한미 조선 협력의 무게 중심이 특수선 건조 및 밸류체인 전반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는 각사의 강점을 살린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며 미국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 국방부가 최근 조선 3사에 전투함 및 급유함 관련 정보요청(RFI)을 발송하는 등 동맹국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HD현대 제공



◆ HD현대중공업, 설계·건조·금융 아우르는 '전방위 생태계 확장'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HD현대중공업이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현지 조선소 직접 인수 대신, 현지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거대한 '합종연횡'을 통해 밸류체인 생태계를 확장하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EPC(설계·조달·시공) 기업인 키윗과 선박 공동 건조에 합의하며 현지 공정 노하우를 확보했다. 이어 미국의 대표적인 함정 건조 및 MRO 전문 기업인 헌팅턴잉걸스(HII)와 손잡았고, 거대 금융 자본인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와도 잇따라 협력망을 구축했다.

이는 '설계(HII)-건조(키윗)-금융(서버러스)'을 하나로 묶는 전방위 동맹망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지 주요 기업들의 로비력과 기득권을 활용해 미국 내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와 까다로운 노조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미 해군 발주처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HD현대의 공정 관리 능력이 현지 파트너의 네트워크 및 자본과 결합해 단기간 내에 괄목할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한화오션·삼성중공업, '현지 거점' 밀착 공략…인수 vs 파트너십

HD현대가 넓은 그물을 던졌다면,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현지 조선소라는 '물리적 거점'을 깊게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자국 내 건조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의 '존스법(Jones Act)' 등 규제 장벽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아예 미국 현지 생산 라인을 소유해버린 것이다. 한화는 이를 기반으로 최근 3조 원 규모의 미 해군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2척 건조 사업을 수주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향후 필리조선소의 도크 및 안벽 확장에 약 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연간 건조 능력을 최대 20척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미국 서부 최대 조선소인 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GD NASSCO), 비거마린(Vigor Marine) 등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현지 침투를 가속화했다. 직접 인수에 따른 대규모 재무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현지 톱티어 조선소들과 미 해군 군수지원함 사업에 공동 대응하고 특수선 개념설계 등 핵심 기술을 교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미국 함정 밸류체인 내 입지 점진적으로 높여간다는 복안이다.

◆ 미 국방부 RFI 발송에 수주전 점화…규제 돌파가 관건

미 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K-조선업계를 대상으로 전투함 및 급유함 건조를 위한 정보요청(RFI) 발송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수주전의 막을 올렸다. 이는 실제 발주(RFP)로 이어지기 전 단계로 한국 조선소들의 건조 실적, 재무 상태, 생산 인력 등 핵심 역량을 미국 정부 차원에서 직접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다가오는 23일 워싱턴에서 양국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은 공동 R&D 및 직접 투자 등 정부 차원의 측면 지원이 구체화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견고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법규와 현지 공급망의 폐쇄성이다. 외국 조선소가 현지에서 함정을 건조하더라도 핵심 기자재와 무기 체계는 철저히 미국산을 사용해야 하는 등 밸류체인 진입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결국 어느 기업이 현지 숙련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부품 공급망을 적기에 세팅하느냐가 최종적인 수익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의 해양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의 손을 잡은 것은 명백한 기회지만 현지 규제와 노동 환경은 국내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초기 MRO 사업을 통해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지 밸류체인을 얼마나 내재화할 수 있는지가 향후 특수선 신조 시장 안착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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