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를 둘러싼 내홍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윤민우 윤리위원장이 윤리위 내부 논의 재유출 시 윤리위원 해임을 요청하겠다고 경고하자, 우종환 부위원장 등 윤리위원 2명이 윤 위원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하면서다.
앞서 지난달 30일 윤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 중앙윤리위원회 내부 논의와 관련된 비밀 유지 의무 위반이 재발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윤리위원의 해임을 당 대표에게 요청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우 부위원장과 황경성 윤리위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윤 위원장은 비밀유지의무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며 "누구도 (징계 대상자) 명단이나 (단톡방의) 대화 내용 등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6선 조경태 의원과 친한(친한동훈)계 초선 진종오 의원, 재선 권영진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사진=연합뉴스
이들은 "단톡방의 명단, 대화 내용 유출이라는 규정은 당헌·당규 어디에도 없다"며 "징계 대상자의 신분, 사건 내용, 징계 의결 등과 관련한 것을 비밀 준수 의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한동훈, 배현진, 김종혁 등 주요 인사들의 징계가 논의되던 올해 상반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징계 대상자 명단, 징계 내용, 결정문, 보도자료 일체를 외부인과 사전에 공유하고 상의해 왔다는 심각한 제보와 정황을 알게 됐다"며 "사실이라면 윤 위원장은 스스로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기에 윤리위의 징계 대상이며, 징계안에 오르기 전에 스스로 퇴진하는 명예로운 선택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일부 윤리위원이 자신들을 '친한계'(친한동훈계)로 규정한 데 대해서는 "(위원장이) 윤리위 공식 의결도 없는 보도자료를 임의로 배포해 충성 맹세를 하더니 급기야 견해가 다른 동료 윤리위원을 향해 친한계 프레임을 씌우며 징계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이라며 "위원장이 징계 전출을 위해 윤리위 징계를 당 지도부의 입맛에 맞춰 마음대로 하겠다고 선언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윤리위를 둘러싼 갈등은 지도부 내에서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친한계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윤리위 징계 사안에 있어서 알게 된 피징계자의 사유들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는 게 비밀유지 의무"라며 "지금 윤리위가 독립적이지 않은, 어떤 외압을 받으면서 운영되고 있다는 걸 밝히는 게 비밀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 제기를 해서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지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고, 윤리위원장께서 윤리위원의 비밀 준수 의무를 들어 여러 당부를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결국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윤리위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당의 윤리위원이 다른 윤리위원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행태야말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번 윤리위 파행 사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 당과 당원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지 윤리위원들께서 스스로 생각해보셨으면 한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7.9./사진=연합뉴스
윤리위는 이번 주 중 회의를 열고 징계안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장동혁 대표는 최근 사퇴한 윤리위원 2명의 후임을 임명하면서 5인 체제였던 윤리위를 다시 7인 체제로 정비했다. 이에 따라 징계 심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조경태 의원(박덕흠 국회부의장 낙선 전화 논란), 권영진 의원(정점식 원내대표 멱살 소동), 진종오 의원(무소속 한동훈 지방선거 지원)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의결했다. 다만 당시 회의에는 재적 윤리위원 5명 가운데 윤 위원장 등 3명만 참석했다.
당 일각에서는 윤리위의 과도한 징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당의 질서가 있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원칙에 따라 할 건 해야 한다"면서도 "과도한 징계가 이뤄질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