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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만호·47.8조 내놨지만…관건은 결국 ‘실제 착공’

입력 2026-08-13 16:27:25 | 수정 2026-08-13 16:43:55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급 물량과 금융 지원을 동시에 확대했지만 실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택지는 보상과 수용 절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고, 민간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에도 공사비와 분양성 등 사업성이 뒷받침돼야 착공에 나설 수 있어서다. 공급에 필요한 자금은 풀면서 기존 주택 수요에 대한 대출 관리를 이어가는 정책 조합이 민간 공급 회복과 얼마나 맞물릴지도 변수로 꼽힌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금융지원에 나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발표된 공급 규모보다 실제 인허가와 착공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번 8·13 부동산 대책의 골자는 수도권 23만 가구+α 추가 공급과 47조8000억 원+α 규모의 주택공급 금융지원이다. 여기에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고, PF 보증은 올해 23조 원에서 내년 33조 원으로 확대해 공급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 23만호 공급효과…5년간 추가 착공은 12만호

정부가 제시한 수도권 추가 공급효과는 23만가구+α지만 이 물량이 모두 2026~2030년 새로 착공되는 것은 아니다.

발표에 따르면 기존 9·7대책과 1·29 공급방안 대비 이 기간 추가 착공으로 잡힌 물량은 12만가구+α다. 공공택지를 통한 공급효과 16만가구+α 가운데 추가 착공은 5만7000가구+α로 산정됐고, 신규 공공주택지구 10만가구+α의 착공물량은 지구지정 이후 별도로 산정한다.

전문가들은 신규 택지뿐 아니라 사업기간과 금융비용까지 함께 손질한 방향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발표한 공급량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당장의 입주 공백을 새 착공 물량만으로 메우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국토부는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을 10만5000가구로 추산했다. 최근 10년 평균 18만3000가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 역시 2022~2024년 착공 급감에 따른 입주물량 감소를 최근 매매·전월세 가격 상승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장성우 피알본 본부장은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12만호+α는 5년간 물량이고 2026~2027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평년을 크게 밑도는 만큼 단기적인 전월세 안정은 매입임대 등 향후 2~3년 입주 공백을 메울 대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 계획대로 된다면 숫자 자체는 시장 불안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공급 실적을 보면 계획한 만큼 실제 착공할 수 있느냐는 다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주택공급 금융지원을 47조8000억원+α로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원이 실제 착공 확대로 이어지려면 분양성 등 사업성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 68개월→37개월…보상·수용에 법 개정까지

정부는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주택 착공까지 평균 68개월 걸리던 기간을 37개월로 31개월 줄이고, 국공유지 비율과 택지 규모 등 일정 조건을 갖춘 지구에는 21~34개월 내 착공하는 특화모델도 적용한다. 3기 신도시 등 기존 지구는 일정을 1~2년 앞당겨 2030년까지 8만9000가구를 조기 착공한다.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각종 영향평가, 관계기관 협의를 앞당기거나 동시에 진행해 시간을 줄인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지구계획 단계만 기존 24개월에서 13개월로 단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37개월 착공모델은 전략환경영향평가 간소화를 위한 법 개정을 전제로 한 수치다. 정부도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7개월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행정절차뿐 아니라 토지소유자가 얽힌 보상과 수용 단계에서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성환 연구위원은 "공공택지에서 가장 큰 지연 요인은 협의보상과 수용 문제"라며 "관계기관 협의는 정부 의지에 따라 빨라질 수 있겠지만 국공유지가 아닌 이상 부지 확보 절차까지 크게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우 본부장도 37개월 목표에 대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정으로 선언적인 목표 설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 개정 이슈와 지방정부 협력 문제도 얽혀 있고, 특히 보상·이주·퇴거에서 20개월을 줄이는 것은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정도만으로 목표치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 역시 신규 택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절차로 토지보상을 꼽았다. 토지소유자가 보상에 불복하면 사업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광역자치단체로 이어지는 인허가 역시 최소한의 시간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특정 사업장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전체 사업장에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반면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택지의 지연 요소를 직접 손질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신규 택지를 추가로 발표하는 것보다 3기 신도시와 기존 공공택지의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실제 공급 체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보상기간 단축 과정에서 토지소유자와 갈등이 커지거나 환경·문화재 관련 절차가 지나치게 형식화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공급금융 47.8조…착공 가르는 건 결국 ‘사업성’

지난해 수도권 민간주택 착공은 12만1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 19만1000가구를 크게 밑돌았다. 일반주택은 1만4000가구로 장기평균 5만6000가구의 25% 수준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일반주택 착공 역시 장기평균의 24.3%에 머물렀다.

정부는 주택공급 금융지원을 기존 26조3000억 원에서 47조8000억 원+α로 확대한다. PF 보증은 올해 23조 원, 내년 33조 원, 2028년 30조 원으로 늘리고 주거사업장 보증비율도 2027년 말까지 100%로 높인다. 보증수수료를 30% 낮추고 보증 승인 후 3개월 안에 착공하면 추가 인하한다.

부실 사업장에는 캠코 PF정상화 지원펀드 3조원+α를 조성하고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은 1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한다. 당초 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주거사업장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도 2029년으로 2년 미룬다.

보증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자기자본비율 규제 도입도 미룬 만큼 지원 대상 사업장을 얼마나 선별할지도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자금조달 문제로 착공을 미룬 사업장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분양성 자체가 떨어지는 사업장까지 금융지원만으로 움직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랩장은 "사업성이 있어도 공사비와 금융비용 때문에 착공하지 못하는 사업장의 경우 PF 보증 확대와 보증료 인하 등을 통해 자금 부족으로 착공하지 못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성우 본부장은 "민간 공급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는 분양성과 사업성"이라면서도 "사업성을 저울질하고 있던 프로젝트에는 2027년 착공 시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적지 않아 단기적으로 일부 착공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경기에서 2027년까지 착공하는 일정 요건의 사업장에 PF 대출이자를 1%포인트 지원하고, 같은 기간 착공하는 주거시설에는 개발부담금을 전액 면제한다. 장 본부장은 이 같은 인센티브가 사업성을 저울질하던 일부 사업장의 착공 결정을 앞당기는 데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김성환 연구위원은 "민간 공급이 부진한 것은 결국 사업성이 없어서라고 본다"며 "금융비용 등을 개선한다고 해도 공사비·토지가격·분양성 문제가 훨씬 큰 상황에서 착공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위원도 민간 수요 위축으로 분양성이 악화되고 그 결과 PF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지는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금융지원이 일부 도움이 되더라도 시장 전반의 공급 회복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PF 지원 규모 못지않게 사업성 평가 기준을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서 교수는 "사업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지원 확대가 부실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늦출 가능성도 있다. 함 랩장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까지 금융지원이 확대되면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사업장을 연명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사업장 선별과 사후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 정비사업 문턱 낮췄지만…관리처분·이주·공사비 남아

정부는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조기 착공 사업장에는 금융·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주비대출 LTV 산정방식도 개선해 2030년까지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약 23만4000가구의 정상 착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조합 설립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된다. 김성환 연구위원은 "조합을 만들 수 있는 최소 요건을 낮춘 만큼 조합 설립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주비 병목을 어느 정도 건드렸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합설립은 긴 정비사업 절차의 초입이다. 장성우 본부장은 "동의율 완화에 따른 기간 단축 효과는 일부 있겠지만 제한적"이라며 "실제 정비사업에서는 관리처분인가 단계와 이주, 공사비 협상 구간에서 지연이 크게 발생하는 만큼 이후 단계를 줄이는 것이 전체 사업기간 단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비와 기부채납, 임대주택 인수가격 관련 부담을 완화한 조치는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대 주민과의 갈등 가능성은 남는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은 사업장의 경우 동의율 요건 완화가 이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권대중 교수도 동의율 완화 자체는 사업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지만 최근 공사비 상승과 사업성 저하 요인이 남아 있어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공급금융 풀면서 수요는 관리…민간 회복과 양립할까

재건축·재개발 이주비대출과 신축 입주단지 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공급 관련 주담대는 금융회사 총량관리 목표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도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높였다. 늘어난 대출여력은 주택공급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활용한다.

반면 수요관리 기조는 유지한다. 전세대출보증 제한 대상은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하고 해당 주택을 임대 중이면서 본인과 배우자 모두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적이 없는 1주택자까지 확대한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80%에서 70%로 낮춘다.

함영진 랩장은 이번 금융대책을 "공급금융은 크게 풀고 실수요 금융은 완화하되 투기적 수요 금융은 조이는 이원화 정책"으로 평가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만큼 전면적인 유동성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민간 공급이 살아나려면 결국 분양·임대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김성환 연구위원은 "공급을 한다는 것은 결국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사업성도 수요자가 있어야 생긴다"며 "수요자 금융을 과도하게 막아놓으면 공급을 추진하다가도 수요가 없다는 판단에 다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연구위원도 "건물을 만드는 대로 팔릴 것이란 예상이 있다면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어도 착공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며 공급과 수요 간 균형을 강조했다. 다만 그동안 전세자금대출이 당초 제도 취지에 비해 크게 확대된 만큼 일정 부분 축소할 필요성은 있다고 봤다.

비아파트에서도 수요가 변수다. 권대중 교수는 전세사기 이후 수요가 위축된 상태에서 공급 규제만 풀 경우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장성우 본부장은 "수도권 비아파트 역시 전월세 불안을 가중시킨 지점인 만큼 공급 확대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물리적인 공급량이 늘어나면 전월세 안정 효과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확대와 전월세 안심신탁 등 신뢰 회복을 위한 장치가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원 확대의 신호가 실제 공급보다 먼저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함 랩장은 정비사업 금융 여건 개선이 사업성이 높은 서울 핵심지역의 재건축·재개발 기대를 높여 매수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LTV·DSR 등 기존 수요 규제가 유지되는 만큼 전면적인 유동성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대책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발표된 공급 규모보다 향후 인허가와 착공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실제 인허가와 착공물량의 변동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도 "대책의 성패는 발표된 공급량보다 정부가 인허가·보상·금융·정비사업 갈등을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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