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국내 건설사들이 서울 목동 재건축 대전에서 '설계 거장'을 앞세운 상품 차별화 경쟁을 펼친다. 대형 정비사업에서 해외 유명 설계사와 협업해 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 주요 수주 전략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총 30조 규모의 목동 수주전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활용한 조합원 표심 쟁탈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목동 재건축 수주 경쟁의 밑그림이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면서 각사가 공략할 사업지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14개 단지 중 현대건설은 10단지, 대우건설은 8단지를 핵심 수주 대상으로 낙점했다.
양사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워 설계∙상품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10단지 재건축 사업에 미국 건축사무소 모포시스(Morphosis)와 통합 디자인 그룹 사사키(Sasaki)를 설계 파트너로 참여시킨다. 대우건설은 목동8단지 재건축을 위해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아룹(ARUP)과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의 '압구정 재건축 설계진'이기도 했던 모포시스는 세계적인 건축가 톰 메인(Thom Mayne)이 설립한 건축사무소다. 독창적인 외관과 도시적 디자인을 앞세운 건축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왔다. 사사키는 건축뿐 아니라 조경과 인테리어까지 아우르는 통합 디자인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은 두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해당 단지를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우건설은 기술력에 무게를 뒀다. 아룹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초고층 건축물과 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비롯해 구조·설비·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아룹의 기술력으로 8단지를 미래형 주거단지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건축구조분야 엔지니어링 전문 글로벌 기업, 아룹(ARUP아룹)이 구조설계사로 참여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사진=대우건설
조경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감각을 더한다. 조경설계 그룹 '슈퍼매스스튜디오'와 함께 단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수목원으로 구현하는 '리빙 아보리텀' 개념을 도입한다. 식물분류학적 체계를 바탕으로 12개의 테마별 수목 컬렉션과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경관 계획을 준비 중이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해외 유명 기업과 협력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에는 공사비와 금융 조건, 브랜드 등이 주 경쟁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외관과 조경, 커뮤니티, 평면 등 입주 이후의 주거 경험까지 경쟁 범위가 넓어졌다. 대형 건설사 간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설계 단계부터 차별화된 상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이름값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모포시스와 사사키, 아룹처럼 인지도가 높은 기업을 설계·기술 파트너로 영입하면 조합원에게 세계적인 설계와 기술력이 적용된다는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글로벌 협업이 실제 상품성을 강화하는 수단인 동시에 조합원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도 쓰이는 셈이다.
목동은 이 같은 글로벌 협업 경쟁이 벌어지기에 적합한 대형 사업지로 꼽힌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으로, 전체 사업비만 약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2만6629가구 규모인 단지는 재건축을 거쳐 약 4만7438가구의 신도시급 주거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목동 내 다른 단지에서도 글로벌 설계사 및 엔지니어링 기업을 동원한 수주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이 진행될수록 외관·조경·커뮤니티·구조 등 전반에서 조합원들의 눈높이를 선점하려는 경쟁도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와의 협업은 단지의 상징성과 상품성을 강조하면서 조합원에게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주전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