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한민국 산업 현장이 노사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을 비롯해 IT, 바이오, 조선, 철강, 금융 부문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파업과 집단행동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강경 투쟁의 배경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추진을 꼽는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 확대와 파업 손해배상 청구 제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노조의 요구 수위와 투쟁 방식이 과감해졌기 때문이다.
사진은 민주노총이 지난달 15일 퐁파업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펜 박준모 기자
◆ 현대차 10년 만의 파업·삼성전자 집회… 협력사 연대 파업 확산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만 64~65세 정년 연장과 상여금 인상, 과거 해고 조합원 복직 등을 촉구하며 이날 10년 만에 8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문제는 파업 여파가 계열사와 협력사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와 1·2차 부품사 노조가 연대 파업에 동참했다. 완성차 생산 라인이 멈춰 서며 수만 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부품 협력사의 연쇄 경영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DX 노조는 성과급(OPI·TAI) 산정 공식의 투명한 공개와 자사주 1000주 균등 지급을 요구하며 집단 연차를 사용해 같은 날 서초사옥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 네이버·카카오 ‘원청 교섭’ 촉구… 삼바는 사후조정 수용
IT·플랫폼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네이버 노조는 계열사 인사·재무에 본사가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며 본사가 참여하는 ‘전사 통합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제트의 임금 동결로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9일 단체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카카오 노사는 연봉 총액 6.3% 인상과 특별 격려금 300만 원 지급에 합의하며 임금 협약을 봉합했으나, 성과급 배분 기준을 둘러싼 불씨는 여전하다. 노조가 성과급 배분의 공정성을 지속 요구하고 있어 다음 성과급 시즌에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100일 넘는 대치 끝에 최근 인천지방노동청의 사후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4월 부분파업과 5월 전면파업에 이어 준법투쟁을 이어왔으나, 장기화에 따른 위기감 속에 조정 절차에 응했다. 파업 등으로 인한 누적 손실액은 약 15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 조선·철강·금융 확산… 경영권 위협에 재계 우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실적 개선에 맞춰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이어간다.
철강업계도 업황 부진 속에 진통을 겪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협력사 직고용 문제를 두고 중노위 조정을 신청하는 등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대제철 노조는 성과급 150% 인상을 내걸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역시 주 4.5일제 도입과 정년 연장을 내걸고 하반기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 같은 전방위 파업 기류에 재계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성과급 산정 공식과 자회사 통합 교섭, 정년 연장 등 경영권 영역까지 쟁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 추진이 불법 파업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 책임을 확대하면서 노조의 파업 부담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법적 권력에 의존한 강대강 대치가 늘고 있다”며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이 국내 투자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