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 전선업계가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 전력 인프라 구축이 맞물리면서 수년치 일감을 쌓은 만큼 생산라인을 최대한 가동해 납기 대응력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동시에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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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의 올해 상반기 고압·초고압 케이블 구미공장 가동률은 99.4%로 나타났다. 저압·중압 케이블 구미공장 역시 가동률 95.6%를 보이며 사실상 풀가동 체제를 유지했다.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해저케이블 공장도 지난해 5공장 운영에 들어간 이후 가동률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57.6%였던 해저케이블 공장 가동률은 올해 상반기 78%까지 상승했다.
LS전선 자회사인 가온전선도 국내외 생산 확대에 집중했다. 가온전선의 상반기 국내 공장 평균 가동률은 90.3%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8.4%에서 1.9%포인트 상승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특히 미국 공장은 가동률 100%로 생산라인을 최대치로 운영했다.
대한전선 역시 높은 가동률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당진공장 전선 부문 가동률이 93%로, 1년 전 90%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전선업계가 높은 가동률을 이어가는 것은 전선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 수준으로 쌓인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와 전력망 고도화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송배전 인프라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요처까지 연결하는 초고압 케이블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전력업계의 수주잔고도 급증했다. LS전선의 수주잔고는 상반기 말 기준 9조55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6조2197억 원보다 53.6% 증가했다. 대한전선의 수주잔고도 4조629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2조8907억 원 대비 40.6% 늘었다.
이는 4~5년치에 해당하는 일감으로, 전선업계는 차질 없는 공장 가동으로 납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주 경쟁 못지않게 정해진 기한 내에 차질 없이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납기 관리가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러한 납기 경쟁력은 향후 추가 수주를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만큼 풀가동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능력 확대도 병행…국내는 물론 북미·베트남에도 투자
업계에서는 높은 가동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망 투자는 단기간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발전·송전·배전 설비 구축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이며,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신규 인프라를 지속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꾸준히 진행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많아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망 확충 필요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전선업체들은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능력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늘어날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존에 수주한 일감도 차질 없이 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LS전선은 미국에 해저케이블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은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생산시설로 구축되며, 2028년 1분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멕시코에서도 설비 증설과 자동차용 전선 공장을 신규로 건설한다. 이를 통해 북미 전력 인프라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고 현지 시장 대응력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전선은 당진에 해저케이블 2공장을 건설한다. 1단계 투자를 통해 2027년 공장 가동에 들어가고, 향후 수요 상황 변동에 따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도 추진할 예정이다.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해저케이블 1공장 대비 약 5배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또 베트남에도 400kV(킬로볼트)급 초고압 케이블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동남아시아 내 초고압 케이블 수요는 물론 유럽·오세아니아 등 인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전선업계의 경쟁 구도도 단순히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데서 생산능력과 납기 대응력을 얼마나 갖추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전력망 투자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생산기반을 확보한 업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격차도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전선업계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선제적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이 같은 라인 증설과 생산능력 확보가 향후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