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종현 SK 선대회장 서거 28주기를 맞아 민간 주도의 자유시장경제 철학을 세우고 ‘석유·통신·바이오’부터 현재의 반도체까지 SK의 기틀을 다진 그의 업적을 돌아본다. 그는 SK그룹을 대한민국 대표 기업군으로 키워내며 국가 산업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형인 최종건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1973년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의 2대 회장으로 취임한 최 선대회장은 단순한 기업가를 넘어 국가 경제의 미래를 도모하고 대안을 제시했던 대표적인 ‘경세가’형 리더로 꼽힌다.
1980년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인수 후 첫 출근해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SK 제공
서거 28주기를 맞아 그가 일평생 실천했던 경영 철학과 대한민국 사회에 남긴 유산과 아들 최태원 회장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성장 궤적을 짚어본다.
◆ “정부 개입 줄이고 시장 자유로”…자유기업원 설립과 시장경제 확산
최 선대회장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대목 중 하나는 대한민국에 올바른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전파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재임 중이던 1997년, 최 선대회장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유와 기업가정신을 존중하는 것이 국가 경제의 진짜 성장 동력”이라는 소신을 확고히 밝혔다.
그는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민간 차원의 시장경제 전문 싱크탱크인 ‘자유기업센터(현 자유기업원)’ 설립을 추진하고 주도했다.
자유기업원은 민간 주도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이데올로기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시장의 원리를 대중에게 쉽게 알려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체질 개선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 대승적 결단이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 직물에서 화학·석유·통신, 바이오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
사업가로서의 최 선대회장은 뛰어난 통찰력과 결단력으로 내수 시장에서 SK의 굳건한 토대를 다졌다. 그의 진짜 무서움은 단순히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후방 산업을 관통하는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는 점에 있다.
취임 당시 단순한 직물 회사였던 선경직물 중심의 그룹을 선경합섬을 통한 원사 생산, 석유화학 원료인 PTA와 DMT 제조, 그리고 1980년 유공 인수를 통한 정유 사업과 해외 유전 자원개발에 이르기까지 거꾸로 올라가는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여기에 비디오테이프와 필름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제패한 SKC의 모태를 다지고, 1990년대 초 남들보다 30년 앞서 바이오 및 신약 연구에 착수해 오늘날 SK바이오팜의 씨앗을 뿌렸다.
또한 미래 산업의 핵심 축이 될 정보통신의 가치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오늘날 SK텔레콤의 기틀을 마련했다.
최태원 회장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는 SK하이닉스를 글로벌 메모리 및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로 키워냈다. 사진은 이천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사진=SK 제공
◆ “인재 양성은 100년 대계”…한국고등교육재단과 솔선수범의 장묘문화 개선
“나무를 심는 것은 10년 앞을 내다보는 것이고, 인재를 키우는 것은 100년 앞을 내다보는 것이다”는 최 선대회장이 평생 품고 실천했던 대표적인 지론이다.
1974년 사재를 출연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한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수재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장학금을 지원하여 글로벌 학자로 육성했다.
그의 경세가적 면모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1998년 별세를 앞두고 “내 시신은 화장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훌륭한 화장 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당대 재계 리더로서 최초였던 그의 화장 유언은 매장 중심이었던 대한민국 장묘문화를 화장 중심으로 바꾸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초격차’로, 바통 이어받은 최태원 회장
최 선대회장이 구축한 단단한 내수 기반과 인재 중심 경영 원천은 바통을 이어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의해 ‘글로벌 대도약’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내수 기업의 한계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뛰어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본격적인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특히 2012년 안팎의 거센 우려를 무릅쓰고 단행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는 SK의 체질을 내수 중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출 기업으로 바꾼 최대의 승부수였다.
최태원 회장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는 SK하이닉스를 글로벌 메모리 및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로 키워냈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탄탄한 내수 기틀을 세우고, 최태원 회장이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첨단 산업을 개척하며 SK그룹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으로 완성해 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심은 자유시장경제 철학과 내수 사업의 기틀이 있었기에 오늘날 SK의 글로벌 성장이 가능했다”며 “선대와 후대로 이어지는 혜안과 도전 정신은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단단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