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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료, 지역요금제 '시동'…남부권 최대 18원 인하 설계

입력 2026-08-26 13:00:00 | 수정 2026-08-26 13:00:00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전력 생산이 풍부한 비수도권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에 따라 차등 적용해 최대 10%가량을 낮춰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는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공개됐다. 

전력계통과 지역별 전력자급 여건, 균형성장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가장 저렴한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최대 18원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전력 자급률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다르게 매기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개편안을 내놓고 공정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사진은 전기요금에 민감한 석유화학산업단지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공식 설계안이 나온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전문가 연구와 정부 검토, 산업계·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이번 안을 마련했다.

이번 제도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 ‘지역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지역별로 산업용 전기요금에 차이를 두는 방식이다. 전체적인 전기요금을 일률적으로 올리는 대신 전력 생산과 소비 여건에 따라 가격 신호를 달리해 전력 다소비 기업의 투자와 생산시설을 지방으로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남부권, 최대 18원…중부권 15원·수도권 북부 10원 인하

가장 큰 관심사인 지역별 요금 차이는 상당한 수준으로 설계됐다.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남부는 현행 요금과 동일하거나 1원 안팎의 소폭 조정에 그친다. 반면 인천 등이 포함된 수도권 북부는 최대 약 10원, 강원·충청 등이 포함된 ​중부권은 최대 약 15원의 인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발전설비가 밀집한 남부권은 최대 18원까지 인하된다. 이는 2025년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인 kWh당 181.9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수도권과 지방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전기료를 할인하는 방식은 아닌 전력망의 혼잡과 지역별 전력 흐름을 반영한 계통 구분에 더해 균형성장 요인을 함께 적용해 지역별 조정 폭을 결정한다는 안이다.

정부는 전국을 우선 수도권 남부·수도권 북부·중부권·남부권 등 4개 전력계통 광역권으로 나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의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 산업적 요소를 반영한 4개 균형성장 권역을 조합해 최종적으로 11개 지역을 설정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도서지역이라는 특성과 전력 수급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번 제도에서 제외했다.

산업용 전기, 전체 전력사용 절반 이상 차지…기업투자 변수로

이번 제도는 산업용 전력에 우선 적용된다. 이는 산업용 전력이 국가 전력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가격 변화가 기업의 생산과 투자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025년 기준 산업용 전력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51%를 차지한다. 가정용 전기와 달리 기업은 공장이나 생산시설을 어디에 둘 것인지 결정할 때 전력비용을 주요 생산비 가운데 하나로 고려한다. 정부가 산업용부터 지역별 가격 신호를 적용하면 전력요금 차이가 실제 기업의 입지 선택과 신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산업의 투자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는 향후 기업의 투자지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시장에서도 지역별 전력수급 여건을 반영한 산업용 요금제가 기업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기 생산지와 소비지 맞추는 ‘지산지소’가 핵심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자료=기후부



이번 제도의 가장 큰 정책적 개념은 ‘지산지소(地産地消)’​다.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에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을 함께 키워 발전과 소비의 공간적 불일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력계통은 발전설비가 상대적으로 비수도권에 많이 위치한 반면 전력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장거리 송전하기 위한 대규모 송전망이 필요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전력 생산과 소비 여건에 맞춰 차등화하면 전력이 풍부한 지역의 기업에는 낮은 전기료라는 가격 신호가 제공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비를 낮출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는 전력수요를 발전지역으로 분산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기후부와 한전은 이를 통해 전력수급의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방의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균형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설계안…“기업 전기료 부담 2조8000억 원 줄인다”

정부가 제시한 설계안대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감소 규모는 약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금액은 향후 최종 권역 구분과 요금 설계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정부와 한전은 지역별 요금 인하에 따른 한전의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력시장 도매 단계의 지역별 가격제 도입과 정부 재정지원 등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방에 이미 생산시설을 둔 기업의 원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체의 경우 kWh당 몇 원의 차이도 대규모 생산시설에서는 상당한 비용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기존 기업의 생산비 부담 완화뿐 아니라 비수도권의 신규 투자 유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방에 첨단산업 투자가 확대되면 생산시설에 그치지 않고 협력업체와 관련 서비스업의 동반 입주,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용 소매요금만 바꾸는 것 아냐…도매시장도 지역별 가격

이번 제도는 소매 단계에서 산업용 전기요금만 지역별로 달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는 발전사와 한전 등이 전력을 거래하는 도매 전력시장에도 지역별 가격제를 함께 도입할 계획이다.

지역별 가격제가 시행되면 지역의 전력 수급 상황을 도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발전량에 비해 전력수요가 많은 지역과 발전설비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역의 가격을 달리해 발전사업자에게도 지역별 투자에 대한 가격 신호를 제공하는 구조다.

정부가 구상하는 전력시장 개편은 도매시장에서는 발전사업자의 입지를 움직이고, 소매시장에서는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의 입지를 움직이는 이중 가격 신호​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동시에 발전설비 역시 지역별로 분산해 전력 생산과 소비를 가깝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지역별 가격제가 산업용 지역요금제와 함께 도입되면 지역 간 전력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 투자지도를 바꿀 만큼 충분한가…연내 도입 목표, 공청회 후 최종안 확정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실제 요금 차이가 기업의 투자 결정을 움직일 만큼 충분한 가격 신호가 될 수 있느냐다.

남부권의 최대 인하 폭인 18원은 2025년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의 약 10%에 해당한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에는 분명한 비용 절감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의 투자 입지는 전기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력 확보, 물류망, 시장 접근성, 용수와 산업 인프라, 협력업체 집적도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가 실제 지방 투자 확대라는 정책 목표로 이어지려면 전기료 차등화와 함께 산업단지 인프라, 인력 확보, 교통·물류망 등 기업 입지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역별로 전기요금이 달라지면 기업과 지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상대적으로 요금이 높은 지역에서는 비용 부담 증가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 있고, 한전 역시 요금 인하에 따른 재무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정부가 도매시장 지역별 가격제와 재정지원 등을 병행하기로 한 것도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와 한전은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산업계와 전문가, 지방정부 등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설계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근거 고시를 마련하고 전기요금 약관을 개정하는 후속 절차를 거쳐 연내 제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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