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가 국제 금값을 밀어 올리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금을 찾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이자를 포기하는 아쉬움이 사라져 금에 투자하는 이른바 '양방향 호재'가 형성되며 올해 4분기 금값이 5000달러대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미 재무부의 인위적인 장기금리 관리가 국제 금 가격을 동시에 밀어 올리는 새로운 상승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 생성=Chat GPT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상인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재정적자 위험과 미 재무부의 국채 수급 조절이 맞물리며 국제 금 가격 상승세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금 시장에서는 금리의 단순한 오르내림보다 그 이면에 깔린 '미국의 빚 문제'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7월 재정적자는 4323억달러로 2021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국가 총부채는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부채 탓에 과거 통용되던 경제 공식이 깨지고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려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먼저 국채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금값은 상승한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많이 주는 국채의 인기가 높아져야 하지만, 현재는 부채 규모가 워낙 커서 "미국 정부가 빚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특정 국가의 보증 없이도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금으로 투자 자금이 피신하고 있다.
반대로 미 재무부가 시장에 개입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릴 때도 금값은 뛴다. 최근 미 재무부는 10~30년 만기 국채의 바이백 한도를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상향하며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억누르고 있다. 금은 이자나 배당금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시중 금리가 높을 때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정부 개입으로 시중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이나 국채에 돈을 넣는 것과 금을 쥐고 있는 것의 차이가 줄어들어 금의 투자 가치가 다시 부각된다.
이러한 완벽한 상승 구조 덕분에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금을 쓸어 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7월 금 보유량을 20톤 늘리며 21개월 연속 순매수(총 2366톤)를 이어갔다. 지난 24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연중 최저치였던 지난달 16일(3992.10달러) 대비 18% 급등한 트로이온스당 4697.80달러에 마감했다.
금값의 추가 상승 전망에 국내 투자자들의 '금테크(금+재테크)' 열기도 뜨겁다. 이달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829억6000만원으로 7월 전체 판매액의 2.8배에 달했다. 0.01g 단위로 투자하는 골드뱅킹 잔액 역시 1조8107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948억원 증가했다.
금 투자 시에는 본인의 성향에 맞는 방식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골드바 등 실물 구입은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지만 10%의 부가세와 6%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은 장내에서 주식처럼 금 현물을 사고팔 수 있으며 부가세와 양도소득세가 면제돼 세제 혜택이 뛰어나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는 실시간 거래 편의성이 높지만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인 재정적자는 줄이지 않으면서 단기적인 수급 조절로 금리를 누르는 방식은 재정 위험이 지속되는 한 금 가격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며 "재정 위험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질금리까지 의미 있게 하락한다면 연말 금 가격에는 추가 상승 여력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