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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내년 예산 22.2조 원…증가액·증가율 최대치 규모

입력 2026-09-01 13:07:31 | 수정 2026-09-01 13:07:31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 농업·농촌에 대한 재정 투입을 대폭 늘린다. 농업인 소득 보전뿐 아니라 농산물 가격과 재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농촌 기본소득과 필수서비스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첨단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등 농정의 재정 지출 방향 자체를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7년 농식품부 예산안 인포그래픽./자료=농식품부



농식품부는 2027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2조853억 원, 10.4% 늘어난 22조2215억 원으로 편성했다.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농지관리·농산물가격안정·FTA·축산발전 등 4개 기금에 누적된 3조1000억 원의 채무를 상환한다. 이를 포함하면 내년 농식품부의 실질적인 재정 규모는 25조 3081억 원으로 올해보다 5조1719억 원(25.7%) 늘어나는 규모다.

이번 증액의 배경에는 크게 늘어난 농어촌특별세(농특세) 세입이 자리 잡고 있다. 농식품부는 늘어난 농특세 재원을 농업·농촌 분야에 투입하는 한편 그동안 재원 부족으로 사업 확대에 제약을 받아온 기금의 재정 구조도 손질하기로 했다. 올해 농특세 총 전출 규모는 4조8000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직불금 3조 원 시대’…농가소득·경영안전망 강화, 국가 책임 강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농업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분야다.
공익직불 예산은 2조9703억 원에서 3조615억 원으로 늘어나 처음으로 3조 원대를 넘어선다. 기본형 직불은 비진흥지역 밭의 지급단가를 논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이에 따라 해당 밭 직불금은 ha당 138만~150만 원에서 170만~187만 원으로 25% 인상된다.

쌀 수급 안정과 타 작물 전환을 위한 전략작물직불도 확대한다. 하계 조사료 지원단가는 ha당 550만 원에서 580만 원으로 높이고, 실질적인 휴경 효과가 있는 녹비를 신규 품목으로 도입한다. 친환경농업직불 지원 면적과 단가도 늘리고 산란계·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동물복지축산직불도 시범 도입한다.

가격 급락에 대응하는 새로운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주요 농산물의 평균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그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91억 원 규모로 새로 도입된다.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사료원료 구매자금은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공공형 계절노동 지원은 130곳에서 200곳으로 확대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농업재해보험 지원은 8871억 원에서 9568억 원으로 확대하고, 보험 운영이 어려운 작물을 대상으로 77억 원 규모의 ‘농작물 준보험’을 새로 도입한다. 농업인 안전재해보험 보장 수준도 산재보험 수준으로 높인다. 특히 가뭄 대응을 위한 양수장 시설개선 예산은 246억 원에서 2509억 원으로 10배 이상 확대한다.

기본소득 17→35개군 확대…농촌 정책의 무게중심 이동

농업 생산뿐 아니라 농촌의 ‘생활 기반’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도 크게 늘어난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은 추경을 포함한 올해 3047억 원에서 내년 1조1658억 원으로 증액된다. 대상 지역은 올해 17개 군에서 내년 35개 군으로 늘어나며,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의 절반 수준까지 확대된다. 국비 지원 비율도 40%에서 50%로 높인다. 

농식품부는 기본소득을 여전히 ‘시범사업’으로 표현하면서도 사실상 사업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입법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범사업과 본사업이라는 용어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사업을 보다 확산하는 데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농촌 생활 인프라도 함께 확충한다. AI 기반 수요응답형 교통모델은 전국 82개 군으로 확대하고, 농촌 공간 재구조화와 빈집재생,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 등을 통해 생활인구 유입을 지원한다. 농촌주택의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한 패시브하우스 신축·개량 정책자금도 600억 원 규모로 새로 도입한다.

3개 기금 통합…‘빚내서 농정’ 구조 손질, 재원 배분이 관건

이번 예산안에서 재정 측면의 가장 큰 변화는 농지관리기금·농산물가격안정기금·FTA기금을 하나로 묶는 ‘농업발전기금’ 통합 설치다.

농식품부가 운용하는 7개 기금 가운데 일부는 자체 재원만으로 향후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농지·농안·FTA·축산발전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잔액은 3조1000억 원 수준이며 연간 이자 부담만 12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기금별 칸막이 때문에 특정 사업의 수요가 급증해도 다른 기금의 여유 재원을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농지·농안·FTA 3개 기금을 통합하고 기존 재원 외에 농특회계로부터 전입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연내에 마련한다. 통합 시점에는 과거 누적 채무를 일시에 정리하고, 향후 발생할 결손도 농특회계 여유재원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올해 3개 기금의 지출 규모가 약 5조5000억 원이지만 내년 통합 이후에는 6조3000억 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재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 쓰고 이자를 부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농특회계 등을 활용해 보다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금 통합이 곧바로 재정 부담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가 농특회계 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새로 만드는 만큼 향후 농업 분야의 재정 수요가 커질 경우 국가 재정에서 농업으로 이전되는 재원도 늘어날 수 있다. 결국 통합기금의 성패는 늘어난 재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업 성과를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농업 구조개혁에 10% 이상 구조조정 재원 재투입

농식품부는 예산 총액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기존 사업에 대한 재정 구조조정도 병행했다. 관련해 농식품부는 약 2조7600억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해 농업인 체감도가 높은 사업으로 재원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사료구매자금은 약 2500억 원, 수입 비축 분야에서는 시장 상황에 맞춰 국영무역 방식을 조정하면서 참깨 사업 등에서 약 1300억 원을 줄였다. 농업자금 이차보전도 실제 수요를 감안해 약 1200억 원 감액했고, 집행이 부진하거나 실제 집행 가능성이 낮은 일부 사업도 감액했다.

농식품부는 기존 사업을 재편해 확보한 재원을 가격안정·재해·청년농·AI 등 정책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예산의 질적 전환도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농업·K-푸드 수출…‘보조금 농정’ 넘어 미래산업 투자

미래 성장 분야에서는 피지컬 AI와 스마트농업이 전면에 등장한다. 피지컬 AI 현장 실증과 확산에 208억 원을 신규 투자하고 AI 농기계 공유센터, 농업 AI 로봇 보급 등을 지원한다. AI 기반 스마트농업 솔루션 보급도 확대한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피지컬 AI 기반 노지 무인 자율 농작업 시스템 구축에 46억 원, 농업 분야 재생에너지 운영기술 개발에 30억 원 등을 투입하고, K-푸드의 경우 해외 한식당에서 국산 식자재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1360억 원 규모의 ‘K-식자재 해외진출지원자금’을 도입한다. 해외 복합형 거점 물류센터는 1개국에서 2개국으로 확대하고, 한식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민관협력형 수라학교도 지원한다.

농식품부가 AI와 수출을 결합한 농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전환하려는 방향성이 예산에 반영된 셈이다.

상생협력기금 정부 2000억 원 출연…민간 출연 위축은 과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정부가 처음으로 2000억 원을 출연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초 민간 출연을 통해 10년간 1조 원을 조성한다는 목표였지만 현재까지 민간 출연액은 약 3200억 원에 그쳤다. 농식품부는 정부가 약속했던 부족분을 책임진다는 방침 아래 내년 2000억 원을 우선 투입하고 나머지 5000억 원은 3~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출연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민간 출연분을 대신할 경우 기업의 추가 출연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역시 이 같은 우려를 인정하고 세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민간 출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출연금의 사업 범위와 관리체계 역시 재정당국·전문가들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2027년 농식품부 예산안은 농업인 소득 안전망과 농촌 생활 기반 강화 등 지정 확대에 이어 농업 구조혁신, AI·수출 등 미래투자, 재정구조 개편으로 이어지는 농정 전환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농어촌 기본소득의 전국적 확대 가능성, 가격안정제의 재정 소요, 정부 출연 확대에 따른 상생협력기금의 민간 출연 유인, 농업발전기금 통합 이후 농특회계 전입 규모와 재정 건전성 등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이 편성된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농업·농촌에 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보완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면서 “농특세 증가로 확보된 재정 여력을 농업·농촌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충실히 투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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