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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내년 예산 25.7조원 ‘역대 최대’…반도체 전력망부터 전기차·녹조까지 대전환

입력 2026-09-01 13:07:42 | 수정 2026-09-01 13:07:42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내년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 및 기금을 올해보다 18.3% 늘린 25조7319억 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환경·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을 기후위기 대응에서 첨단산업의 전력·용수 인프라 확충과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계 저탄소 전환, 기후재난 대응까지 넓혀 ‘성장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인프라에만 1조9351억 원을 투입한다. 재생에너지 금융지원은 1조5108억 원으로 2배 이상 늘리고, 전기차 보급 예산도 2조1403억 원으로 확대한다. 히트펌프를 통한 열에너지 전기화, 녹조와 도시침수 대응 등에도 대규모 증액이 이뤄진다.

2027년 기후부 예산안 개요./자료=기후부



기후부는 2027년 예산안을 △첨단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전력·용수 인프라 확충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에너지 대전환 △국민 체감형 녹색전환 △기후재난 대응 △순환경제 및 환경 현안 해결 등으로 구성했다. 브리핑에서도 내년 예산의 방향을 이 같은 다섯 축으로 제시했다.

‘전력 부족’이 산업경쟁력 발목 잡지 않도록…1조9000억 원 선제 투자

기후부 예산에서 산업 인프라 투자의 비중이 커진다. 정부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첨단산업을 겨냥해 전력·용수 기반시설 구축에 총 1조9351억 원을 배정했다. 전력 분야가 1조5489억 원, 용수 분야가 3862억 원이다.

전력망 분야에서는 비수도권에 전력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수요유치형 변전소’ 사업을 새로 추진한다. 송전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는 5724억 원을 투입하고, 전기품질 안정화 설비와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등에도 예산을 배정한다.

전력 공급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 수요가 발생하기 전에 계통을 먼저 구축해 기업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용수 공급에서도 첨단산업을 직접 겨냥한다.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 공급에 1196억 원, 충청권 첨단산업 용수 공급에 81억 원을 투입하고 한국수자원공사 출자에도 2500억 원을 편성했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 폐수처리에도 85억 원이 투입된다.

재생에너지 금융 1조5000억 원…공장 지붕 태양광은 4.4배 

에너지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장 큰 축이다. 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예산은 올해 6480억 원에서 내년 1조5108억 원으로 133.1% 증가한다. 특히 공장 지붕 태양광 융자 예산은 1229억 원에서 5440억 원으로 4.4배 늘어난다. 지원 대상 용량도 116MW에서 512MW로 확대한다.

지역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해 소득을 얻는 ‘햇빛소득마을’ 사업도 확대한다. 정부는 융자방식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하고, 햇빛소득마을과 연계한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사업도 21곳에서 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가정형 태양광 지원도 올해 추경 대비 2배 수준인 750억 원으로 확대해 지원 대상을 10만 가구에서 20만 가구로 늘린다.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대규모 발전사업자 중심에서 공장·가정·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넓히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가정용 태양광 확대를 통해 국민이 재생에너지 생산에 직접 참여하고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강화한 셈이다.

전기차 43만대 시대…보조금 2조1000억 원으로 확대

수송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내년 전기차 보급 예산은 2조1403억 원으로 올해보다 32.8% 증가한다. 보조금 지원 물량은 30만 대에서 43만 대로 확대하고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의 전환을 지원하는 별도 전환지원금도 도입한다.

배달용 전기이륜차에 대한 추가 지원 인센티브는 기존 10%에서 50%로 확대한다. 배달용 이륜차를 이동수단 뿐만 아니라 종사자의 생계수단으로 보고 전환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주택가의 이륜차 소음과 매연 문제까지 동시에 줄인다는 구상이다. 무공해 농업기계 전환을 위한 시범사업도 내년 처음 추진한다.

난방·열 분야에서는 전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히트펌프를 활용한 열에너지 전기화 예산은 올해 157억 원에서 내년 859억 원으로 447.1% 증가한다. 단독주택 중심이었던 사업 범위를 공동주택 실증까지 확대해 이른바 ‘가스배관 없는 아파트’ 구현에 시동을 건다.

이는 전력 생산뿐 아니라 난방 등 최종 에너지 소비 단계에서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정책을 결합해 에너지 전환의 범위를 발전 부문에서 건물·생활 부문까지 넓히겠다는 의미다.

산업계 지원도 확대된다.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금융 공급 규모를 올해 8조7000억 원에서 내년 10조6000억 원으로 늘리고 전환채권과 녹색지방채 지원을 새로 도입한다. 자동차 중소부품사의 온실가스 전과정평가(LCA) 지원 예산은 12억 원에서 191억 원으로 14배 이상 확대된다.

‘기후위기 적응’도 대폭 증액…홍수·가뭄·녹조에 집중

탄소 감축 못지않게 기후변화에 이미 발생하고 있는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크게 늘어난다.

도시침수 예방 예산은 올해 221억 원에서 815억 원으로 268.8% 증가한다. 강남역과 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 도림천 지하방수로 건설을 본격화해 2029년 홍수기 전까지 주요 공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가뭄 대응을 위해서는 이동식 해수담수화 시설 2개를 새로 도입한다. 곳당 하루 120㎥ 규모로, 비상시 약 1000명에게 하루 동안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하수 저류댐 등 지하수자원 확보시설도 4곳에서 7곳으로 확대한다.

녹조 대응은 사실상 별도의 국가사업으로 격상된다. 수질개선 투자액은 올해보다 74.7% 늘어난 5986억 원으로 확대하고, 낙동강·대청호·소양호 등을 대상으로 국가주도 녹조집중관리 사업을 신설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한다. 내년 사업비만 1048억 원이다.

특히 상수원 조류경보제 전 지점에 초분광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해 녹조 발생을 조기에 감지한다. 모니터링 대상은 기존 5곳에서 28곳으로 확대한다.

환경 현안 가운데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예산 증가폭이 가장 크다. 피해구제 방식이 손해배상 체계로 전환됨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배상을 위해 정부 출연금을 올해 100억 원에서 내년 2447억 원으로 대폭 늘린다. 증가율로는 2347%에 달한다.

순환경제 분야에서는 폐배터리 재생원료 생산인증제도를 운영하고, 폐전기·전자제품에서 희토류 영구자석을 분리·선별하는 장비를 재활용업체에 지원한다. 전남지역에는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를 구축하고 민간 재활용시설의 고도화도 지원한다.

‘재정 흐름’도 바꾼다…기후대응기금 중심으로 구조 개편

이번 예산안에서 주목할 또 다른 점은 사업별 증액뿐 아니라 재원 구조 자체를 손질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의 에너지 분야 사업을 기후대응기금으로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전력산업기반기금은 다른 회계·기금으로 전출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보급과 기술개발 등에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조정한다.

기후부의 정책 범위를 기존 환경정책을 넘어 에너지 전환과 산업 경쟁력, 기후재난 대응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데 맞춰 재정의 칸막이도 함께 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내년 기후부 예산안의 핵심은 ‘환경 예산 확대’에 이어 반도체·AI 시대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선제적으로 깔고, 재생에너지와 전기차·히트펌프 등 에너지 전환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홍수·가뭄·녹조와 같은 기후위기의 현실적인 피해에 대응하는 데 재정을 집중했다.

이 같은 기후부의 25조7319억 원 내년 예산안 편성은 9월 2일 국회에 제출해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12월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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