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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폐부품에서 규소·구리·티타늄 회수…정부, 미래폐자원서 핵심광물 캔다

입력 2026-09-15 12:00:00 | 수정 2026-09-15 12:00:00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반도체 공정 부산물과 폐배터리, 태양광 폐패널 등 미래폐자원에 포함된 핵심광물을 회수해 국내 공급망에 활용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 새로운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도 현행 폐기물 규제와 재활용 기준에 막혀 사업화가 어려웠던 기업에는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해 실증 기회를 제공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순환경제 분야에서 정부가 과제를 직접 제시하고 사업자를 모집하는 ‘기획형 규제특례(규제샌드박스)’ 3개 과제를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업자 모집은 9월 16일부터 10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정부가 반도체 공정 부산물과 폐배터리, 태양광 폐패널 등 미래폐자원에 포함된 핵심광물을 회수, 공급망에 활용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삼성전자



이번에 추진되는 과제는 △반도체 공정 발생 부산물의 순환자원 관리기준 마련 △폐배터리·태양광 폐패널 내 핵심광물 회수 △지속가능항공유(SAF) 원료 공급원 다각화 등이다.

정부가 우선 주목하는 분야는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실리콘과 타겟 등 폐자원이다. 이들 폐기물에는 규소·알루미늄·구리·티타늄·텅스텐 등 핵심광물이 다량 포함돼 있지만, 그동안 회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국내 재활용 시장과 관련 산업 생태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해당 폐자원을 재활용하려면 허가받은 업체가 정해진 보관기간과 보관장소 등 폐기물 관리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핵심광물 회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새로운 공정을 적용해 사업화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제한된 범위와 기간 안에서 폐자원의 보관·운반·처리 과정에 대한 신기술·서비스 실증을 허용한다. 실증 과정에서 유해성, 경제성 등을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순환자원의 용도와 관리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뿐 아니라 핵심광물 회수기업, 폐기물 수집·운반업체 등이 참여할 수 있어 향후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자원을 다시 산업 원료로 활용하는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폐배터리와 태양광 폐패널 역시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주요 자원으로 꼽혔다.

현재는 발생량이 많지 않아 별도의 재활용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지만 향후 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제적인 산업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특히 글로벌 사용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70조 원에서 2040년 230조 원, 2050년 600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태양광 폐패널 발생량도 2027년 2645톤에서 2032년 9632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기존 재활용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거나 별도의 기준이 없어 사업화하지 못한 기술을 대상으로 실증을 허용할 예정이다. 폐배터리·태양광 폐패널 배출자와 핵심광물 회수기업, 수집·운반업체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이는 폐기물을 처리 대상에서 벗어나 산업용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도시광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 원자재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자원에서 핵심광물을 회수할 경우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규제샌드박스에는 핵심광물 외에 지속가능항공유(SAF) 원료 공급망을 확대하는 과제도 포함됐다.

내년부터 SAF 혼합 의무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는 현재 폐식용유에 집중된 원료 공급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튀김부스러기에서 유분을 회수하는 방안을 실증한다. SAF 혼합 의무비율은 2027년 1%에서 2030년 3~5%, 2035년 7~10%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튀김부스러기는 음식물류 폐기물로 분류돼 석유화학제품이나 석유대체연료 원료물질로 제조하는 재활용 유형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정부는 튀김부스러기에서 추출·정제한 회수유가 폐식용유와 동등한 수준의 품질과 SAF 원료 적합성을 갖췄는지를 검증하고, 유분을 뺀 탈지 잔재물의 재활용 가능성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김고응 기후부 자원순환국장은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인 핵심광물의 확보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미래폐자원 확보 기획형 과제를 비롯해 폐자원 내 핵심광물 회수를 위해 다각적 지원을 추진하고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순환경제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서비스를 일정 기간과 장소, 규모 안에서 실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예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기후부는 2024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63건의 과제에 특례를 부여했다.

정부는 2025년부터 기업이 신청하는 기존 ‘보텀업(bottom-up)’ 방식에 정부가 과제를 제안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 과제는 공급망 불안과 핵심자원 확보 경쟁에 대응해 정책적으로 필요한 분야를 직접 지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기업이 규제 애로를 제기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산업적으로 필요한 과제를 먼저 선정하고 사업자를 모집한다는 점이다.

규제특례 승인기업은 기본 2년 동안 실증사업을 수행하며 필요할 경우 2년을 추가할 수 있다. 정부는 실증사업비를 최대 1억2000만 원, 책임보험료를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법률 검토도 지원한다. 사업자 모집 이후 심의·승인 절차를 거쳐 2027년부터 본격적인 실증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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