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서대출을 받은 기업 중 수년째 영업손실을 내거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이 지난 3년간 65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 금액으로만 3조원에 육박하는데,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에도 2조 5000억원 이상의 보증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금융권에 생산적금융 확대를 주문한 가운데, 정책금융이 부실기업의 연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 중 신보의 보증을 받고 있는 기업은 총 6504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증액만 2조 9488억원에 달하는데, 지난 △2022년 2조 6041억원(7821곳) △2023년 2조 7399억원(7427곳) △2024년 3조 624억원(7485곳) △2025년 3조 348억원(6818곳) 등으로 나타났다. 2024년부터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2022년에 견주면 보증액은 여전히 13.2% 높은 실정이다.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서대출을 받은 기업 중 수년째 영업손실을 내거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이 지난 3년간 65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 금액으로만 3조원에 육박하는데,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에도 2조 5000억원 이상의 보증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금융권에 생산적금융 확대를 주문한 가운데, 정책금융이 부실기업의 연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사진=신용보증기금 제공
이보다 상황이 심각한 5년 연속 영업손실 기업에 대한 보증의 경우 증가세가 더욱 뚜렷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보증액은 △2022년 9393억원(2458곳) △2023년 1조 1382억원(2744곳) △2024년 1조 3473억원(3077곳) △2025년 1조 3979억원(2803곳)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8월 말 보증액은 1조 4161억원(2654곳)으로 이미 지난해 말보다 약 182억원 많다. 지난 2022년 9393억원(2458곳)에 견주면 보증규모가 약 50.8% 급증한 셈인데, 연말까지 추가 보증이 이어질 경우 보증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신보가 보증 중인 기업의 재무상태에서도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은 총 9256곳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보증잔액만 4조 3216억원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가 1에 못 미친다는 건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통상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판단할 때 활용된다.
자본을 모두 소진해 부채가 자산을 넘어선 '완전자본잠식' 기업에 대해서도 정책보증이 신규 공급되거나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기업 중 신보의 보증을 받는 곳은 8893곳이었으며, 보증잔액 2조 5559억원을 기록했다. 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 신보로부터 신규 보증을 받거나 기존 보증이 연장된 기업의 보증잔액은 약 1조 9059억원에 달했다.
박 의원은 신보의 전체 보증기업이 줄어드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정책금융의 방향이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신보가 보증하는 전체 업체 수는 2022년 22만 6290곳에서 올해 8월 20만 9621곳으로 약 7.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5년 연속 영업손실 기업에 대한 보증금액은 약 50.8% 급증했고, 3년 연속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보증도 약 20.0% 증가했다.
문제는 장기 한계기업에 대한 보증이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계기업 보증이 부실화되면 신보의 대위변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신보의 일반 신용보증 대위변제액은 지난 2022년 1조 1509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 4362억원으로 약 2배 이상 급증했다. 대위변제율도 같은 기간 1.9%에서 3.8%로 2배 뛰었다.
그 중에서도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건설업계 대위변제가 크게 증가했는데, 신보가 같은 기간 회생·파산한 건설사 중 대위변제한 업체 수는 총 342곳(대위변제액 1210억원)에 달한다. 올해 1~8월 대위변제 규모는 54건(182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부동산 PF 부실이 장기화될 경우 신보의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보는 보증한 기업들의 빚을 변제해준 후 자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했다. 올해 8월 기준 신보의 구상권 회수율은 약 2.9%에 불과했으며, 대위변제 후 회수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8년 5개월에 달했다. 대위변제 후 10년 이상 회수하지 못한 채권도 1만 1890개(1조 3451억원)에 육박한다.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에 보증이 반복 연장될 경우 구조조정 지연으로 신보의 대위변제와 손실 확대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박 의원은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되, 사업성이 없는 부실 사업장을 조기 구조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회생 가능성과 상환능력에 따른 정교한 보증 심사와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어려운 기업의 재기를 돕는 것과 회생 가능성을 따지지 않은 채 정책금융으로 부실을 연명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라며 "보증을 반복하다 부실이 터지면 신보가 대신 갚고,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오는 만큼, 한계기업 보증의 옥석을 제대로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5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를 열고, 생산적 금융 내재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고 지대를 추구하는 기존 금융권의 관행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며 "무늬만 생산적 금융에 그치지 않고 관련 역량이 금융회사 내부에 체계적으로 자리 잡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