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담조직을 꾸리고 전력·냉각 기술을 확보하며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착공으로 연결할 수도권 전력망과 비수도권 통신·임차 수요 기반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들이 AI 데이터센터의 개발·시공 역량을 키우는 가운데 전력망과 비수도권 수요 기반을 확충할 정부 지원이 실제 착공 확대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한 안산 카카오데이터센터./사진=한화 건설부문
15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르면 정부는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규모 민간투자가 예정되면서 건설사들도 설계·시공과 전력·냉각시설을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GS건설은 이달 초 LG유플러스 등과 사전 제작형 모듈러 데이터센터(PMDC)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설계·시공·운영 분야의 역량을 모아 표준 모델을 개발하고 공사 기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SK에코플랜트는 AI 데이터센터 사업단을 신설해 사업 발굴부터 개발·시공까지 관련 기능을 한곳에 모았다. 대우건설도 지난 4월 전담 조직을 꾸려 국내외 시장 진입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 단계별 위험을 점검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을 조절하는 기술과 고효율 모듈형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AI 서버 직접액체냉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력 사용과 발열량이 많은 AI 데이터센터에 맞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건설사들의 준비와 달리 사업을 실제 공사로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전력 확보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24시간 가동하고 열을 식혀야 해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CBRE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월 누적 기준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은 52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79건이 초기 단계에서 공급 불가 판정을 받았고 본심사에 들어간 사례는 24건에 그쳤다. 최종 공급 가능 판정을 받은 건은 10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1.9% 수준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전력 사용시설이 기존 전력망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살피는 절차다.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판단을 받으면 건설사가 시공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착공까지 이어질 수 없다.
비수도권 분산도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전력만으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는 어렵다. 수도권은 통신망과 전문인력,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기업이 집중돼 있다. 비수도권은 전력과 부지를 확보하기 상대적으로 쉽지만 통신 기반과 장기 임차 수요가 부족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의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와 인허가 일괄처리, 기반시설 우선 설치 등의 근거를 마련했다. 특별법은 내년 3월 10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제도 시행까지 시간이 남은 데다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지역 투자를 끌어오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력망과 통신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데이터센터를 장기간 이용할 기업을 함께 유치해야 건설사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실수요와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공급부터 늘려서는 안 된다는 점은 최근 지식산업센터에서도 확인됐다. 2023~2025년 준공된 지식산업센터 153곳의 평균 공실률은 43.5%, 미분양률은 26.9%에 달했다. 개별 분양 중심인 지식산업센터와 장기 임대·운영형 시설인 데이터센터는 사업 구조가 다르지만 수요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데이터센터의 지역 분산을 위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과 세제 감면, 송전망 선제 구축, 인허가 단축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비수도권의 통신망과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해 수도권과의 입지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건물만 지으면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전력과 통신망, 실제 이용할 기업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건설사들이 기술과 인력을 준비한 만큼 정부도 지역별 전력 공급 일정과 비수도권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투자가 실제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