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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다닐 길부터 짓는다…건설사, ‘로봇 친화 설계’ 속도

입력 2026-09-20 09:30:00 | 수정 2026-09-20 09:30:00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사들의 주거 로봇 경쟁이 기기를 단지에 들이는 단계에서 로봇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아파트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 배송로봇 운행 과정에서 공동출입문과 승강기 등 건축물 설비와의 연동이 서비스 범위를 좌우하자 이동 동선과 통신망, 충전시설을 처음부터 반영한 주거 모델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의 기술 경쟁이 로봇 도입을 넘어 이동 동선과 승강기, 충전시설 등을 반영한 ‘로봇 친화 설계’로 확장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의 자율주행 배송로봇. /사진=현대건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상용화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에서 자율주행 음식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배송로봇은 단지 입구에서 지하주차장과 공동출입문을 지나 승강기에 탑승한 뒤 세대 현관까지 식음료 등을 운반한다. 로봇과 승강기 시스템을 연동해 자동 호출과 목적층 재호출, 정원 초과 여부 판단 등의 기능을 구현했다.

단지 내부와 지하주차장에서는 사족보행 순찰로봇 실증도 진행했다. 로봇을 주차관제 시스템과 연결해 미등록 차량을 식별하고 전기차 화재 가능성을 감지하는 등 하나의 운행 기반을 배송뿐 아니라 안전관리에도 활용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공동현관 자동문 개폐와 승강기 호출 기능을 연결해 로봇이 단지 외부에서 세대 현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실증을 마친 데 이어 올해부터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서비스를 연계하고 주문 가능 범위를 단지 반경 1.2㎞ 이내 식음료점 약 130곳으로 넓혔다. 실증 기간 서비스를 이용한 입주민 113명의 만족도는 95%로 나타났다.

두 서비스의 공통점은 로봇의 자율주행 기술만으로는 세대 현관까지 이동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로봇이 이동 경로를 인식하더라도 공동출입문이 열리지 않거나 승강기를 호출할 수 없으면 단지 내부에서 운행이 끊긴다. 이동 과정에서 통신 연결이 유지돼야 하고 운행을 관리할 관제시스템과 충전시설도 갖춰야 한다.

기존 스마트홈이 세대 내부의 가전과 조명, 냉난방 설비를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로봇 서비스는 단지 외부에서 공용공간을 거쳐 세대까지 이어지는 이동 환경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공간과 설비가 로봇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반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이에 공동출입문과 승강기 등 개별 설비를 로봇과 연결하는 데서 나아가 신규 단지를 계획할 때부터 운행 환경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 번 구축한 이동·통신·관제 기반을 배송과 순찰, 주차 등 여러 서비스에 함께 활용해 로봇 도입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승강기와 자동문, 통신망을 로봇과 연결하는 로봇 친화형 아파트를 제안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통합 제어시스템을 통해 배송과 순찰, 주차 등 서로 다른 로봇 서비스를 하나의 주거 시스템으로 연계하는 구상이다.

GS건설은 지난 4월 LG전자와 ‘미래형 주거 로봇 서비스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로봇 운행을 전제로 한 설계기준 개발에 착수했다. 로봇 이동 동선과 전용 승강기 연동, 충전 인프라 등을 주거 설계에 반영하고 세대 내부부터 단지 커뮤니티 시설까지 서비스를 연결할 계획이다.

LG전자의 인공지능(AI) 홈로봇 ‘클로이드’와 자회사 베어로보틱스의 배송·서빙로봇도 활용한다. GS건설은 해당 모델을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에 처음 적용하고 여의도 등 다른 도시정비사업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설사별로 진행되던 로봇 실증과 설계 개발을 공통 기준으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 마련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에 발의된 ‘이동로봇의 안전한 이용 및 상용화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로봇 친화형 건축물의 설계기준과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인증 건축물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지난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토교통부도 ‘스마트+빌딩 핵심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로봇 친화형 건축물의 설계·시공과 운영·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사업은 2028년 12월까지 진행되며 정부지원 연구개발비는 최대 180억 원이다. 로봇 친화형 설계·시공 기술과 다수·다종 로봇 운영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제 건축물 실증과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봇 산업 확산의 전제 조건은 건축 환경의 구조적 전환”이라며 앞으로는 개별 로봇을 단지에 도입하는 것보다 건축물과 로봇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설계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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