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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감량' 시대는 끝…차세대 비만약 판도 '감량의 질'이 가른다

입력 2026-09-28 15:07:04 | 수정 2026-09-28 15:07:04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체중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집중됐던 비만치료제 경쟁이 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이고 근육을 보존하는 감량 이후의 보존으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고감량률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구제와 월 1회 제형 등 투약 편의성과 장기 치료 지속성까지 차세대 비만약의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유럽당뇨병학회 2026이 개최된 가운데 비만치료제가 감량률 외의 보존과 차별점까지 경쟁력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사진=AI 이미지 제작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이날 개막한 제62회 유럽당뇨병학회(EASD 2026)에서는 고감량률을 앞세운 차세대 비만약뿐 아니라 체성분과 투약 편의성을 겨냥한 다양한 임상 결과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특히 체중 자체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넘어 감량 과정에서 지방과 제지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치료를 얼마나 편리하게 지속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감량률 경쟁에 ‘감량의 질’ 더해진다

비만약 시장에서 체중감량률은 여전히 핵심 지표다.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는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겨냥하는 삼중작용제로 개발되고 있으며,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TRIUMPH-2에서 높은 수준의 체중감량 결과가 제시될 예정이다. 로슈 역시 GLP-1·GIP 이중작용제 에니세파타이드의 임상에서 높은 감량률을 확인하며 차세대 치료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고감량 약물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체중 감소량 자체에서 감량의 구성으로 넓어지고 있다. 체중이 줄더라도 제지방량이 함께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GLP-1 계열 치료에 따른 체중 감소 과정에서 제지방 감소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제지방량 감소를 곧바로 골격근 손실이나 근력 저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DXA 등으로 측정되는 제지방에는 근육뿐 아니라 수분과 장기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령자나 근감소성 비만 환자처럼 체중뿐 아니라 신체 기능과 근육 보존이 중요한 환자군에서는 감량의 질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체중·지방량뿐 아니라 제지방량과 근육 기능까지 평가하는 방향으로 개발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제네론의 항마이오스타틴 항체 트레보그루맙이다. 세마글루타이드와 트레보그루맙을 병용해 체중을 줄이는 동시에 제지방 감소를 줄이는 전략으로 기존 GLP-1 치료제에 새로운 기전을 더하는 방식이다. EASD 2026에서도 관련 후속 체성분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좋은 감량’의 실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 먹는 약·월 1회 주사…치료 지속성도 경쟁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내부 시설 모습./사진=한미약품


비만약 경쟁은 투약 방식에서도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흐름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로의 확장이다. EASD 2026에서는 릴리의 경구용 비펩타이드 GLP-1 오포글리프론과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 관련 실사용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경구제는 주사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먹는 약이라고 해서 치료 순응도가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효과와 부작용, 가격, 복용 조건 등이 치료 지속 여부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구제의 장점을 순응도 개선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제한적이다.

투약 횟수를 줄이는 장기지속형 제형도 새로운 경쟁축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GLP-1 계열 치료제가 주 1회 투여를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한 가운데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약물전달 기술을 활용해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제형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맞춰 개발 방향을 세분화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 HM15275를 개발하며 높은 체중감량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5% 이상 감량을 개발 목표 제시했으며 후기 임상 수치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또한 한미약품은 UCN2 계열 후보물질 HM17321을 통해 체중 감소와 체성분 개선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다만 현재 초기 임상 단계인 만큼 사람에서 근육 증가 또는 근육 보존 효과가 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동제약과 유노비아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소분자 경구 GLP-1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에서 체중 감소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4주간 소규모 시험 결과인 만큼 장기간 비만 환자에게서 나타날 효과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펩트론은 세마글루타이드에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기술을 적용한 PT403을 개발하고 있다. 펩트론은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임상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벤티지랩 역시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월 1회 제형을 개발 중이다.

각 회사들의 전략에 비춰 볼 수 있듯 비만약 시장의 경쟁 구도는 몇 퍼센트의 감량에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높은 감량률을 유지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체중을 줄이고 근육과 신체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지 주사 횟수나 복용 부담을 낮춰 장기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차세대 비만약의 차별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후보물질 상당수가 1~2상 또는 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글로벌 후기 임상 결과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특히 초기 건강인 대상 시험의 체중 감소율이나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체성분 변화는 실제 비만 환자의 장기 치료 효과와 구분해 해석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감량률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지만 앞으로는 감량 과정에서 지방과 근육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환자가 치료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약물을 넘어 체성분과 투약 편의성까지 고려한 개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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