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한미약품이 올해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라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에서 확보한 선급금이 현재 R&D(연구개발) 집행 속도 기준 약 1년 반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기술수출 대금 유입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에게 후속 임상개발 부담을 넘기면서 확보한 재원을 후속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R&D 선순환 구조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올해 일라이 릴리와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으로부터 받는 선급금은 총 3758억 원이다. 릴리와 체결한 소네페글루타이드 기술이전 계약의 선급금은 7500만 달러(약 1129억 원)이며 제넨텍과의 HM17321 계약에서는 1억9000만 달러(약 2629억 원)를 받는다. 두 계약의 전체 규모는 각각 최대 12억6000만 달러와 23억 달러로 합산하면 약 5조 원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임상·허가·상업화 등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마일스톤이다.
◆ 선급금 3758억 원…현재 R&D의 1년 반 규모
한미약품의 R&D 투자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2050억 원에서 2024년 2098억 원, 2025년 2290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R&D 투자액은 매출의 14.8%에 해당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1255억 원을 R&D에 투입해 투자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R&D 집행액을 단순히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510억 원이다. 두 기술수출 계약의 선급금 3758억 원은 이 금액의 약 1.5배로 현재와 같은 R&D 집행 속도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약 1년 반치 연구개발비에 해당한다. 지난해 연간 R&D 투자액과 비교하면 1.64배다.
다만 선급금 전액이 R&D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이 선급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별도로 밝힌 것은 아닌 만큼 ‘1년 반치 R&D 실탄’이라는 표현은 현재 투자 속도와 단순 비교한 규모로 봐야 한다. 회사가 확보한 현금의 상당 부분을 후속 신약 개발에 활용할 경우 R&D 투자 지속성을 높일 수 있는 재원이라는 의미다.
이번 계약의 경제적 효과는 선급금에만 그치지 않는다. 릴리와의 계약에서 한미약품은 현재 진행 중인 단장증후군 글로벌 임상 2상을 완료할 때까지 개발을 진행하고 이후 릴리가 추가 임상을 추진한다. HM17321 역시 한미약품이 미국 임상 1상을 진행한 뒤 임상 2상부터 제넨텍이 개발을 이어받는 구조다.
특히 HM17321은 한미약품이 1상을 완료한 이후 글로벌 임상 2상과 그 이후 개발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과 위험을 제넨텍과 분담할 수 있게 됐다. 정확한 비용 절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미약품 입장에서는 자체 자금을 투입해 모든 임상 단계를 진행하는 방식보다 자본 부담을 낮추면서 후속 파이프라인에 연구개발 역량을 배분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 기술수출 성과,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질까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내부 시설 모습./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이후에도 비만·대사질환을 중심으로 후속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임상 2상 단계인 HM15275와 임상 1상 단계인 HM17321을 비롯해 근육 증진 치료제 HM500197 등 차세대 비만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HM17321은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한미약품은 제넨텍과의 계약에 따라 1상 완료까지 개발을 담당한다.
올해 릴리와 제넨텍에 연이어 기술수출한 후보물질 역시 오랜 기간 R&D 투자를 이어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미약품은 매출의 14~15% 수준을 R&D에 투자해왔으며 지난해에는 2290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투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기술수출과 후속 연구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기술수출 계약의 총액을 곧바로 실적이나 현금창출력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두 계약에서 선급금을 제외한 상당 규모의 금액은 임상 개발과 규제 승인, 상업화 등의 성과에 따라 지급된다. HM17321도 현재 임상 1상 단계인 만큼 향후 사람 대상 임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지훈 KB증권 연구원은 "HM17321은 전임상 단독 요법과 병용 요법에서 체중 감량 효과와 근육 증가 효과를 확인했다"며 "로슈는 후발주자로서 비만 시장 침투를 위한 차별화 포인트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HM17321을 주요 선택지로 개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만·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의 제넨텍향 기술이전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 단회투여(SAD) 결과가 성공적일 가능성이 커졌다"며 "올해 4분기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출시를 앞두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또 다른 비만치료제 에셋인 HM15275의 임상 2상 데이터가 나올 예정이라면서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