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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기업, ‘이혼·상속’에 흔들…재계 “경영 안정성 우려”

입력 2026-10-06 16:01:46 | 수정 2026-10-06 16:09:00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오너일가의 이혼 과정에서 기업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 안정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창업자가 회사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비상장 기업의 경우 배우자에게 핵심 지분이 직접 이전되면 향후 주요 의사결정과 자금조달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상속 과정에서도 높은 세 부담으로 지분을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넘기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한국에서는 기업을 키우고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오너일가의 이혼 과정에서 기업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 안정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사진=연합뉴스 제공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소송 1심에서 배우자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현금 65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규모는 약 2조5500억 원으로 국내 재산분할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권 CVO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로 해당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2심에서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이 나올 경우 스마일게이트의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권 CVO의 스마일게이트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65%로 낮아지고 배우자가 35%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권 CVO는 2012년부터 100%의 지분을 보유하며 스마일게이트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을 사실상 단독으로 이끌어왔다고 볼 수 있다. 

재산분할 이후에도 권 CVO는 과반 지분을 유지하면서 경영권 자체가 넘어가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권 CVO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지배구조가 지분 35%를 가진 배우자와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특히 35%라는 지분율은 단순한 소수지분과는 성격이 다르다. 상법상 정관 변경이나 합병·분할, 이사·감사 해임 등 특별결의 안건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면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권 CVO가 65%를 보유하더라도 이 같은 특별결의 사항을 단독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워진다. 이는 경영상의 의사결정에서 권 CVO의 영향력이 전보다 약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상장 과정에서 정관 변경이나 자본 구조 조정 등 주요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배우자가 반대할 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 배우자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에도 새로운 외부 주주가 들어오면서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주요 주주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IPO 추진 시 불안 요소로 꼽힌다. 

◆해외와 비교해도 과도한 판결…“경영 특수성 고려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역시 오너의 지분율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됐는데 주식이 아닌 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현재 최 회장 측은 이에 불복하고 재상고한 상태지만 재산분할액 중 7000억 원은 다투지 않고, 2440억 원에 대해서만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규모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고, 결국 SK㈜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 회장은 SK㈜ 보통주 165만3924주를 매각할 예정이며, 주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할 방침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8%에서 15.5%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도 25.2%에서 22.9%로 하락한다.

다만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하면 최 회장의 지분율은 23.9%에서 20.8%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33.5%에서 30.5%로 낮아지게 된다. 최 회장 개인과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율이 30%를 웃도는 만큼 당장 경영권이 흔들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재산분할에 따른 자금 마련 과정에서 오너의 지분율이 낮아지고 지배력에도 변화가 발생한다는 점이 우려를 사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오너일가의 개인적인 이혼소송에서 기업의 핵심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으로 직행하는 법원 판결을 두고 과도한 처사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오너가 기업가치 창출과 위험 감수를 감내하며 회사를 성장시켜 온 과정과 경영권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기업 지분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 경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한국의 법원 판결은 기업 경영권 방어에 지나치게 무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맥켄지 스콧의 이혼 당시 스콧은 아마존 지분 4%를 가져갔지만, 해당 지분의 의결권은 베이조스가 행사하는 방식으로 합의하면서 베이조스는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재산분할에서 지분이 포함될 경우 상장사는 일반주주의 투자 판단과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비상장기업은 곧 경영권과 직결된다”며 “경영권 보호와 기업의 연속성을 고려해 현금 분할을 우선하거나 의결권 위임 등 방어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높은 상속에 역시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여의도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기업 키울수록 세금 폭탄”…징벌적 상속세도 부담

기업의 영속성을 위협하는 장벽은 재산분할뿐만 아니라 상속세에서도 나타난다.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다음 세대로 승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외부에 넘겨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상속세 과세표준이 30억 원을 초과하면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대기업 최대주주 주식 상속 시 적용되는 할증까지 더해지면 최고세율은 실질적으로 60%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율인 26%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미국 40%, 영국 40%, 프랑스 45% 등 선진국과도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일본도 최고세율은 55%로 높지만 가업 승계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증여세를 장기 유예해 부담을 낮춰준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경우도 나온다. 청호나이스는 창업주인 정휘동 회장의 별세한 이후 30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상속세로 인해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또 국내 1위 종자기업인 농우바이오는 창업주인 고희선 회장이 별세한 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 52.82%를 농협에 매각하며 경영권이 넘어간 바 있다. 손톱깎이 업체인 쓰리세븐과 락앤락도 상속세 등을 이유로 사모펀드에 매각된 사례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과도한 상속세율과 이혼 재산분할 리스크가 동시에 겹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을 키우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 대가가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는 환경에 대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업 승계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인 최대 60%의 징벌적 상속세를 부과하는 현실은 국가 산업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이 성장하면 자산가치가 커지면서 오히려 상속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만큼 차라리 기업 규모를 늘리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도 확산될 수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선진국들은 가업 승계를 일자리 창출과 기술 승계로 보고 세제 혜택을 주는데 한국은 징벌적 세금 부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인 투자와 사업 확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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