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BYD가 국내 판매를 빠르게 늘리는 가운데 지커·체리·창안 등 중국 브랜드의 진입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 수입 전기차가 월간 등록 대수에서 국산차를 처음 앞서는 등 안방 시장 주도권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산업을 보호하고 투자를 유인할 정책적 지원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9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은 3만1768대로, 수입차가 1만8181대(57.2%), 국산차가 1만3587대(42.8%)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수입 전기차가 월간 등록 대수에서 국산차를 앞선 것은 처음이다. 다만 1~9월 누적 등록은 국산차가 16만7312대로 수입차 13만2582대보다 많았다.
BYD Auto 스타필드 안성 전시장./사진=BYD 제공
◆ BYD 판매 확대…중국 브랜드 진입 러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기술력 향상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해 왔으며, 한국 시장 역시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BYD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기존 중견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기록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며 업계 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BYD는 올해 1~9월 국내에서 2만137대를 등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578.7% 늘었으며, 9월 등록 대수는 2614대로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올랐다. BYD는 7월 2846대, 8월 3002대, 9월 2614대를 기록해 3개월 연속 르노코리아·KG모빌리티(KGM)·GM 한국사업장의 개별 월간 내수 판매량을 모두 앞질렀다. 3분기 판매량도 BYD가 8462대로 KGM(7010대), 르노코리아(6017대), GM 한국사업장(2224대)을 각각 웃돌았다.
후발 브랜드의 진입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커는 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7X의 국내 고객 인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 SK온에 1호차를 전달했다. 샤오펑은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지사장을 선임해 판매망을 준비하고 있으며, 체리자동차도 지난 8월 한국 법인 '체리코리아' 설립 등기를 마쳤다.
창안자동차는 아직 국내 진출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한국 사업을 맡을 대표급 인사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순수 전기차 브랜드 디팔 등의 상표도 출원했다. 브랜드별로 국내 진출 단계는 다르지만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 진입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 완성차 빠진 생산세액공제…국회서 법 개정 추진
수입 전기차의 파상 공세 속에서도 국내 기업을 뒷받침할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국내에서 전략 품목을 생산·판매한 기업에 생산 실적에 비례해 세액을 공제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가 담겼다. 지원 대상은 반도체·이차전지·핵심소재·인공지능(AI) 로봇 부품·태양광·풍력 등 6개 분야로, 전기차 완성차는 제외됐다.
정부는 배터리·양극재 등 핵심 부품 지원으로 전기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생산세액공제는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구매보조금과 달리 국내 생산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의 세 부담을 낮추는 제도다. 전기차 완성차가 공제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한 별도의 생산 유인이 정부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지원만으로 완성차의 국내 생산과 투자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매보조금은 차량의 성능과 가격 등 요건에 따라 지급되며 생산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테슬라 주력 모델 구매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약 1146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매 지원과 별도로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전기차를 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19명은 지난 16일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법인세를 감면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국내 생산 기반과 공급망을 함께 유지하려면 구매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제조 기반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막마저 없으면 생산·투자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배터리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완성차 생산과 연구개발, 고용을 뒷받침할 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국내 투자와 산업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