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방송인 김영철이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의 시간을 돌아봤다.
24일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는 ‘김영철의 파워FM’ 방송 10주년을 맞아 김영철과 나눈 일문일답을 공개했다. 지난 2016년 10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김영철의 파워FM’은 이날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김영철은 10년 동안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청취자들의 아침을 함께해 왔다. 그에게 라디오는 단순한 방송을 넘어 일상의 중심이자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이 됐다.
매일 아침 마이크 앞에 앉기 위해 지켜온 생활 습관부터 방송을 계기로 시작한 독서 모임, 청취자들과 주고받은 위로까지 그의 일상 곳곳에는 ‘김영철의 파워FM’이 자리하고 있다. 김영철이 직접 전하는 지난 10년간의 추억과 DJ로서의 변화, 청취자들을 향한 애정을 들어봤다.
[이하 ‘김영철의 파워FM’ 10주년 기념 일문일답 전문]
Q. ‘김영철의 파워FM’이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소감은?
A. ‘엊그제 같다’는 표현은 늘 하는 상투적인 말일 수 있겠지만, 나는 문득문득 첫 방송 하루 전날인 2016년 10월 23일이 생각난다. 일요일이었는데 그날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설렘도 있었고, 벅찬 마음도 있었고, ‘진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긴장도 있었다. 그래서 벌써 이렇게 10주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기쁘고, 뭔가 더 대단한 일로 가기 전에 1단계를 통과한 느낌이다.
2017년 1주년 방송 때 내가 울었던 기억도 난다. (웃음) 그때 김원효 씨와 심진화 씨가 게스트였다. 두 분이 “오늘 1주년입니다! 어떠세요?”라고 물어봐 줬는데, 심진화 씨가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한 거다. 그러니까 나도 울컥하더라. 그때 김원효 씨가 “1주년 때 이렇게 울면 2주년에는 오열할 겁니까?”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참 믿기지 않는 순간들이다. 오히려 그때는 내가 뭘 잘 몰랐던 것 같고, 지금은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Q. 10년 동안 매일 아침 생방송을 이어올 수 있었던 자신만의 원칙은?
A. 가장 소중한 원칙이 된 건 밤 11시에는 집에 들어와서 자는 거다. 12시는 안 된다. (웃음) 12시에 들어와서 자면 다음 날 목소리가 타격을 받는다. 아무리 친한 동생의 생일이어도 가급적 2차는 잘 안 간다. 가장 좋은 건 9시 반이나 10시쯤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자는 거다. 최소 6시간 이상은 자는 게 나의 원칙이다.
그리고 나는 아침저녁으로 공부를 한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팟캐스트를 듣기도 하고, 영어와 일본어 공부도 한다. 자기 전에도 공부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라디오 DJ로서 어휘력도 부족할 테니, 꾸준히 공부하면서 그때그때 적재적소에 맞는 표현들을 써내고 싶다. 월화수목금토일, 365일 방송하다 보니까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의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Q. 지난 1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특별한 방송 에피소드는?
A.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는 이경규 선배님이다. 지금까지 거의 다섯 번이나 출연해 주셨다. 처음에는 내가 정말 부탁드려서 나와주셨는데, 이후에는 “야! 내 책이 나왔어. 네 라디오를 나가야겠어”라면서 먼저 출연하겠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다.
이경규 선배님이 왜 기억에 남냐면, 예전에 라디오에서 차태현 씨의 ‘이차선 다리’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선배님이 “야! 노래 나오기 전에 내 얘기를 들어봐” 하시는 거다. 이미 노래가 나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웃음) “영철아, 들어봐!” 하시면서 영화 ‘복면달호’ 이야기를 계속하시는 거다.
정말 예능 천재다. 3분짜리 노래가 나오는 내내 영화 에피소드를 쭉 이야기하시는데 밖에서 PD님들이 웃느라 쓰러지고 난리가 났다.
결국 노래가 다 끝나서 내가 “자, 여러분. ‘복면달호’ 얘기하면서 노래가 다 끝났습니다”라고 했더니 선배님이 “노래가 다 끝났어? 그럼 어떡해? 노래 언제 들어?”라고 하시는 거다. (웃음)
‘후배야, 방송은 이렇게 하는 거란다’라는 걸 보여주신 것 같다. 이경규 선배님은 어록도 정말 많다. 방송 시작하면서 내가 “이경규 씨, 오늘도 화 많이 내주세요”라고 했더니 “화는 지금도 나 있어! 너 때문에!”라고 하셨다. (웃음) 정말 웃고 울렸던 레전드 게스트인 것 같다.
Q. 10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며 DJ로서 달라지거나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A. 내가 2016년에 마흔두 살이었다. 지금은 쉰두 살이 됐다. 4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이 된 거다. 내 40대를 라디오와 함께한 거다.
예전에 인문학 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이 신년 특집에 나오신 적이 있다. 내가 “마흔이 되고 너무 행복하다”고 말씀드렸더니 “너는 50이 돼도 행복할 거야. 행복한 이유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라고 하시더라. 선생님은 본인도 60대가 너무 기대된다고 하셨다. 나보다 한 세대를 앞서가시는 분이다.
실제로 내가 마흔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그 행복한 이유 중 하나가 라디오다.
아침 라디오를 진행하다 보면 뉴스 헤드라인부터 인문학, 시와 소설, 책 소개는 물론 클래식 음악과 미술까지 다양한 분야를 접하게 된다. 이 시간을 통해서 내가 정말 많이 배우는 거다.
그러면서 2023년부터 ‘독주회’라는 독서 모임도 시작했다. 읽을 독(讀), 술 주(酒)다. 어차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거 책을 가지고 만나보자고 한 건데, 진짜 책 이야기를 한다. 책을 통해서 우리 사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책 안에 가족, 사랑, 관계, 모든 것들이 다 있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인생의 방향도 더 잡히고, 책을 다시 읽는 맛도 알게 됐다. 결국 라디오를 하면서 꾸준히 배우고, 그걸 청취자들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나 역시 조금씩 성장해 온 것 같다. 기분 좋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Q. DJ 김영철만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나의 강점은 타고난 밝음도 있고, 어머니 이복자 여사님께 물려받은 기억력인 것 같다. 어머니가 지금 89세이신데 아직도 발음이 정확하시고 기억력이 정말 좋으시다.
내가 청취자분들의 이름을 잘 기억한다. 문자로 보내주셨던 사연도 잘 기억한다. 그래서 사람들 놀릴 때도 “너 옛날에 그랬잖아!” 하면서 이야기한다. (웃음) DJ로서 나의 가장 큰 강점은 기억력이라고 생각한다.
Q. 10년 동안 함께해 온 청취자 ‘철가루’들은 김영철에게 어떤 존재인가?
A. ‘소전서림’이라는 도서관에서 독서 모임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모임의 장이 돼서 여덟 분과 3개월 동안 책 세 권을 읽었다. 그때 함께하셨던 분 중에 나보다 두세 살 많은 형님이 계셨는데, 철가루셨다.
그분이 나한테 “영철 씨, 저는 영철 씨가 보건소 소장 같아요”라고 하시는 거다. “왜요?”라고 물었더니 내 라디오를 들으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고, 힐링도 된다고 하시더라.
그게 너무 뭉클한 거다. 사실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내가 우리 청취자분들한테 받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청취자분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그날 처음 들었다.
우리 철가루들, 정말 다양한 사연을 보내주신다. 내가 그분들을 보듬어 드리기도 하고, 나도 그 안에서 사랑을 받는다. 서로 주고받는 거다.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사연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혼자 남으셨는데, 적적하실 것 같아서 딸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일부터 매일 전화드려야겠다”고 하신 청취자분의 사연이었다.
그 사연을 읽으면서 내가 그랬다. ‘나는 왜 엄마한테 매일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 그래서 그날부터 나도 어머니께 매일 전화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쓱 지나갈 수도 있었던 사연인데, 나는 아직도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Q. 앞으로 라디오를 통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은?
A. 라디오 영어 방송이다! 내가 라디오를 10년 했다. 영어 코너도 있고, 영어 공부도 계속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국인 타일러와 함께했고 지금은 영국인 피터와 함께하고 있는데, 아예 영어로만 진행하는 방송을 해보고 싶다.
팟캐스트도 좋고 영어 유튜브도 좋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년인 2027년쯤에는 영어로만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도전해 보고 싶다.
라디오와 별개로 뮤지컬도 하고 싶은데, 이제 안 불러주신다. (웃음)
Q. 마지막으로 지난 10년 동안 함께해 준 철가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철가루 여러분 내가 10년 동안 했다! 나의 또 다른 목표는 20주년이다. 20주년까지는 한번 해보고 싶다. 그때까지 해보고 더 할 수 있는 체력이 된다면 30주년 고고고 해보겠다.
10주년 마무리 잘했으니까 10년 더 멋지게 달려볼게요. 20주년 때 우리 철가루들과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된다.
매일 아침 7시, 아시죠? ‘김영철의 파워FM’ 내일 또 만나요!
[미디어펜=김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