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부담이 맞물리면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전력비 부담까지 커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업계 내에서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여수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6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전력용 연료탄 가격은 톤당 153.4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평균가격인 톤당 109.15달러 대비 40.6%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 LNG 가격도 톤당 852.52달러로 올해 1월 524.5달러보다 62.5% 높아졌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한전의 발전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력 공급 원가는 높아지고 있지만 전기요금 동결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전의 재무 부담 역시 여전히 큰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의 부채는 210조 원 수준이며, 차입금도 133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가 한시적으로 확대했던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가 내년 말 종료될 예정이어서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특례 종료 후 한전의 사채 발행 잔액이 법정 한도를 약 19조2000억 원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도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와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며 전기요금 정상화를 강조했다.
◆전기료 인상 땐 수익성 악화…중국과 경쟁서 밀릴 수도
아직 구체적인 전기요금 인상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산업계에서는 인상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이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 23일 기준 배럴당 116.9달러로 연초 대비 98.3% 상승했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톤당 1016달러로 연초 대비 89.8% 높아졌다.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운송비, 인건비 등 여러 비용 상승 요인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게다가 원가가 오르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이를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까지 현실화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kWh(킬로와트시)당 181.9원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72.4% 상승했다. 미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110원 수준, 중국도 120원 수준으로 국내 기업들은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전력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중국과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값싼 전력과 정부 보조금까지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를 막아내기엔 원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전기요금마저 추가 인상된다면 중국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역별 차등요금제’ 효과 반감 가능성도 제기
정부가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에 나서면서 산업계의 전력 요금 부담을 낮춰주려는 움직임 속에서 전기요금 인상설이 나온다는 점도 기업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전력 자립도가 높고 발전소가 밀집한 지방 권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것으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수도권 북부는 kWh당 6~10원, 중부권은 10~15원, 남부권은 13~18원을 인하하는 게 핵심으로, 정부는 올해 안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효과는 2조8000억 원에 달한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전기요금 인상 시에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통해 전력비 부담을 일부 덜더라도 전체 전기요금 수준이 높아지면 인하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역별 차등요금제에 따른 할인 폭뿐 아니라 향후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인상 수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중장기적인 경영 계획과 투자 판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대규모 누적 적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주택용은 동결한 채 산업용 요금만 잇따라 올리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민생 안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집중된 전기료 인상 부담을 다각도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