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터 양산까지 밸류체인 내재화
제품 원가 경쟁력·고마진 동시 확보
홈 뷰티 넘어 의료기기 시장 정조준
연내 HIFU 기반 3등급 장비 상용화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K뷰티 시장에서 지난해 8월은 의미가 깊다. 에이피알이 국내 화장품 전통 강자(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오르며 명실상부한 게임체인저가 된 날이다. 회사가 2강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던 배경에는 속도전이 꼽힌다. 애자일 체제로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사진=에이피알 제공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약 10조6137억 원으로 굳건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시총 7조5397억 원 대비 약 40% 많은 금액이며, LG생활건강 시총 3조9386억 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에이피알이 국내 전통 화장품 2강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던 핵심 요소는 속도에 있다. 최근 산업계 트렌드와 제품 사이클 주기가 급격히 짧아지면서 기민한 대응력이 최우선 생존 조건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개발 및 납품 속도가 기업의 패권을 좌우하듯, 뷰티 업계 역시 신속한 트렌드 반영과 제품 출시, 유통 채널 확보가 경쟁력의 척도가 됐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에이피알은 '애자일 시스템'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전통 제조 문법 상 1~2년 소요되던 제품 기획부터 개발 그리고 출시 전 단계에 속도를 붙였다. 소비자 피드백을 즉각 반영해 수개월 내 신제품을 론칭하는 초단기 개발 사이클로 가동 중인 셈이다. 

시총 1위 기업답게 전방에서 속도전으로 드라이브를 하는 한편, 후방에서는 유통 구조 혁신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에이피알은 외부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자사몰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D2C(소비자 직접 거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중간 유통망에 떼이는 막대한 수수료를 절감해 이를 고스란히 기업 마진으로 남긴 것이다.

여기에 D2C 플랫폼은 속도전을 위한 데이터 기지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초창기부터 수년간 자사몰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오며 확보한 소비자 데이터와 고객 접점을 통해 시장 수요를 빠르게 파악해왔다"며 "이를 활용해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며 제품을 지속해서 개선하는 애자일 문화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 에이피알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 제품들./사진=김견희 기자


◆ 뷰티 기기 밸류체인 내재화...초격차 경쟁력으로

에이피알 전체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뷰티 기기는 회사를 시총 1위로 끌어올린 최대 기폭제다. 지난해 에이피알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뷰티는 71%, 홈 뷰티 디바이스는 27% 비중을 차지했다. 디바이스가 전용 화장품의 재구매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실적을 견인 중이다. 

뷰티 기기 시장에서 고속 성장한 이면에는 밸류체인 내재화가 자리한다. 에이피알은 회사의 주력 제품인 '부스터프로X2' 등의 기획부터 연구개발(R&D), 생산,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재화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술 개발은 APR 디바이스 R&D 센터(ADC)가, 생산은 자회사 에이피알팩토리가 맡으며 원가 절감과 수익성을 확보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디바이스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한 기술 및 제조 역량이 최대 무기"라며 "자체 생산 인프라와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R&D 투자를 늘려 뷰티 밸류체인 내재화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피알은 홈 뷰티 기기 시장에서 입증한 역량을 인허가 장벽이 높은 B2B(전문 의료기기)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애자일 역량을 십분 발휘해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생태계의 주도권까지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홈 뷰티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 역량을 전문 의료기기로 확장해, 고강도 초음파 에너지(HIFU) 기반 제품의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화를 진행 중"이라며 "이미 국내 3등급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를 마쳤으며, 현재 의료진 네트워크를 통한 성능 검증과 영업·생산 체계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 뷰티 기기 시장 잠재력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글로벌 뷰티 기기 시장 규모가 2023년 42억 달러(한화 약 5조8000억 원)에서 2030년 348억 달러(한화 약 48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에이피알은 오는 30일 올해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단기 환율 변동성에 따른 시장 우려를 딛고, 중장기 성장 비전을 증명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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