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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듐이온 배터리 명암①] LFP·리튬이온 넘어서려면..."값싼 소금의 역설"

입력 2026-11-02 15:46:17 | 수정 2026-11-02 16:22:09
김하늘 기자 | ais8959@mediapen.com
리튬을 비롯한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된 가운데 국내 배터리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원료가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안전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듐이온 배터리다. 그러나 저렴한 원료가 실제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정말 안전한지는 여전히 따져볼 문제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소듐이온 배터리를 둘러싼 기대와 현실을 경제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 시장 경쟁을 위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원료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서 ESS 등 새로운 시장 대응이 필요한 시기여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소듐이온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중심의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ESS 등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국내 업체들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나선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관련 제품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들이 소듐이온 배터리 개발에 나선 배경엔 원료 공급망 다변화와 향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보다 무게와 부피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소듐이온 배터리가 LFP 배터리 등 기존 제품 대체를 위해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가격 경쟁력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소듐은 리튬보다 풍부하고 조달이 용이하지만, 이미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경쟁하려면 에너지밀도와 제조비용 등에서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챗GPT 생성


◆ 국내 배터리 3사 개발 추진…중국은 상용화 앞서

소듐이온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작동 원리는 비슷하지만 리튬 대신 소듐(나트륨)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며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이차전지다. 소듐이 소금의 주요 구성 원소라는 점에서 이른바 '소금 배터리'로도 불린다.

소듐은 지각에 리튬보다 1000배 이상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로, 바닷물에서도 얻을 수 있다. 원료 조달처를 다양화할 수 있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원재료 비용을 절감할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저온 환경에서의 성능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2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최신 소듐이온 배터리는 영하 40도에서도 정격용량의 약 90%를 유지할 수 있으며 영상 70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성능은 배터리 소재와 제품 설계, 시험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ESS 등 다양한 용도를 겨냥한 소듐이온 배터리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듐이온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고객사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북미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을 생산해 기술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ESS용 제품은 2030년 전후를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 상황에 따라 적용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내년 북미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생산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양극재와 음극재뿐 아니라 배터리 시스템의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방법 등 다방면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와 전력용 ESS에 적용할 소듐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련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며 향후 양산 계획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SK온 역시 ESS용 소듐이온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8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선 CATL이 소듐이온 배터리 브랜드 '낙스트라(Naxtra)'를 선보이고 ESS용 제품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등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ESS 업체 하이퍼스트롱과 3년간 60GWh 규모의 소듐이온 배터리 공급 협약을 체결했으며, 6월에는 소듐이온 기반 ESS 제품인 '테너 소듐(TENER Sodium)'을 공개했다.

다만 소듐이온 배터리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소듐이온 배터리 생산량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 원료는 저렴한데…규모의 경제 넘어설 수 있을까

소듐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과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원료인 소듐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더라도 배터리 완제품을 LFP보다 낮은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배터리 제조원가는 원재료 가격뿐 아니라 양극재와 음극재 가공, 전극 제조, 셀 조립, 생산설비 운영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포함한다. 원료 가격이 낮더라도 생산 규모가 작거나 소재 제조비용이 높으면 완제품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

특히 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소듐을 사용하는 만큼 이에 적합한 전극 소재가 필요하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제조설비와 기술을 일부 활용할 수 있지만 소재 구성은 달라진다.

대표적인 차이가 음극재다. LFP를 비롯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주로 흑연계 음극재를 사용하는 반면, 소듐이온 배터리는 소듐 이온을 저장하기에 적합한 하드카본을 주로 활용한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소듐을 사용하면서 원료 수급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맞춰 음극재도 바꿔야 한다"며 "아직 시장이 크지 않다 보니 LFP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LFP 배터리는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체제가 이미 구축돼 있다. 오랜 기간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소재 조달과 제조공정이 최적화됐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에너지밀도 차이도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다. 에너지밀도는 일정한 무게에 얼마나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에너지밀도가 낮으면 같은 양의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더 많은 배터리 셀이 필요할 수 있다.

IEA에 따르면 최신 소듐이온 배터리 셀의 에너지밀도는 최대 약 175Wh/kg으로, LFP 배터리의 최대 205Wh/kg보다 낮다.

이 같은 한계는 학술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지난해 1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소듐이온 배터리가 단기간에 저가형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격 우위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기술 개발 수준과 원자재 가격 등 조건에 따라 2030년대에 LFP 배터리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체 6048개 시나리오 중 약 42%에 해당하는 2522개에선 2050년 이전까지 소듐이온 배터리가 LFP보다 저렴해질 확률이 80%를 넘는 가격 우위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소듐이온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면 에너지밀도 향상을 통해 같은 양의 전기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소재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양의 전기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소재 사용량을 줄여야 원가 절감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리튬과 흑연, 니켈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 변화도 경쟁력 확보 시점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 가격이 상승하거나 흑연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 소듐이온 배터리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가격 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기존 배터리 산업에 투입된 막대한 설비투자도 새로운 기술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LFP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생산을 위해 이미 구축한 설비의 투자비를 회수하기 전에 새로운 기술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소듐은 리튬보다 희소성이 낮은 자원인 만큼 앞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이미 LFP와 NCM 배터리를 중심으로 막대한 설비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기존 설비의 투자비 회수 주기가 끝나기 전에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의존도 낮출 대안?…소재·생산 생태계 구축 관건

당장 가격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소듐이온 배터리 개발을 지속하는 이유는 원료 공급망 다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은 리튬을 비롯한 주요 원재료의 정제와 소재 생산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원료 가격이 급등하거나 특정 국가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배터리 생산과 원가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튬 뿐만 아니라 소듐도 원재료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결국 원재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관심사"라고 말했다.

다만 원료가 풍부하다고 해서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곧바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I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소듐이온 배터리 제조능력의 대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이미 가동 중이거나 발표된 생산시설 계획을 반영하면 2030년에도 중국이 전체 생산능력의 9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듐이온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와 음극재 등 핵심 소재의 생산기반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일부 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튬과 흑연 대신 니켈과 망간 등 다른 핵심광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 소재의 가공·조달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지난 9월 발표한 배터리 산업 기술 로드맵엔 소듐이온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를 2027년 160Wh/kg, 2030년 220Wh/kg까지 높인다는 목표가 담겼다. 소재와 셀 제조기업 간 공동개발을 지원해 기술 상용화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소재 개발이 실제 생산 확대로 이어지려면 충분한 수요와 투자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셀 제조업체가 새로운 배터리의 양산에 나서지 않으면 소재업체도 생산 규모를 늘리기 어렵고 소재 공급망이 형성되지 않으면 셀 제조원가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ESS는 소듐이온 배터리의 초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보다 무게와 부피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고, 저온 환경에서의 성능 등 소듐이온 배터리만의 특성을 활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소듐이온 배터리가 당장 LFP를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특정 환경과 용도를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후 수요가 확대되고 소재·원료 공급망이 갖춰지면 제조원가도 점차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배터리업계 내 한 관계자는 "소듐이온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낮지만 저온에서의 성능과 원료 수급 등 LFP와는 다른 장점이 있어 ESS용으로 적합할 수 있다"며 "당장 LFP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지는 않더라도 소듐이온 배터리만의 특성을 고려하면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Lombardo, T., Paoli, L., Fernandez Pales, A., & Gül, T. (2026, February 17). Sodium-ion battery momentum grows, but challenges remain. International Energy Agency.

Yao, A., Benson, S. M., & Chueh, W. C. (2025). Critically assessing sodium-ion technology roadmaps and scenarios for techno-economic competitiveness against lithium-ion batteries. Nature Energy, 10(3), 404-416.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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