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노동조합이 고용 감소나 비용 부담을 우려해 신기술과 자동화 도입을 반대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실제 국내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있는 기업의 자동화 수준과 도입 빈도가 노조가 없는 기업보다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조합이 고용 감소나 비용 부담을 우려해 신기술과 자동화 도입을 반대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실제 국내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있는 기업의 자동화 수준과 도입 빈도가 노조가 없는 기업보다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이미지 생성=chatgpt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노동조합 유무별 사업체의 자동화 현황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된 사업체패널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노조 사업체와 무노조 사업체의 자동화 수준을 기술통계 수준에서 비교·분석했다.
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노조가 고용 불안이나 투자 성과 공유에 따른 투자 유인 약화 문제를 우려해 자동화 도입에 저항하거나 지연시킨다는 '억제 가설'과, 임금 프리미엄에 대응한 방어적 자동화나 원활한 직무 설계를 촉진한다는 '촉진 가설'이 팽팽히 맞서 왔다. 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 국내 데이터에서는 표면적인 지표상 노조가 자동화를 가로막는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새롭게 자동화된 부분이 있다고 응답한 신규 자동화 발생률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통합 기준 유노조 사업체가 10.2%로, 무노조 사업체인 8.3%보다 높았다. 조사가 진행된 5개 차수 모두 유노조 사업체의 발생률이 일관되게 우세했다. 전체 공정 중 자동화 비중이 80% 이상인 고도화 사업장 비율 역시 전 산업 기준 유노조가 13.3%를 기록하며 11.1%에 그친 무노조를 앞질렀다.
유·무노조 간 자동화 격차는 모든 산업군에서 고르게 나타나기보다 대규모 사업장과 제조업 현장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유노조와 무노조 간 신규 자동화 발생률 격차가 0.4%에 불과해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유노조가 21.6%를 기록한 가운데 무노조는 7.1%에 머물러 두 집단 간 격차가 14.6%p로 벌어졌다.
제조업 심층 분석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공장을 보유한 제조업체의 5대 공정인 자재투입과 생산, 조립, 검수, 포장의 평균 자동화율은 유노조가 23.0%로 무노조의 17.0%보다 6.0%p 높았다. 특히 조립과 검수, 포장 공정에서 유노조 사업체의 자동화 우위가 두드러졌다.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도입률도 유노조(69.3%)가 무노조(55.7%)를 앞섰으며, 제조 실행 시스템과 스마트화 제어 단계 이상 진입 비율에서도 유노조가 우세했다.
근로자대표기구 유형별로 보면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가 10.2%, 노사협의회만 있는 경우가 8.7%, 두 기구 모두 없는 경우가 3.6% 순으로 신규 자동화 발생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이를 "제도적 대변 채널이 존재할수록 기술 수용 성향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노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동화가 더 촉진된다는 인과관계로 곧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유노조 사업체는 무노조 사업체에 비해 평균 근로자 수가 2.2배 많고 300인 이상 대기업 비율이 3배 이상이었다.
또한 업력이 약 10년 더 길고 1인당 인건비가 높다는 구조적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즉, 관측된 자동화 지표 격차에는 노조 유무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본력과 사업 규모, 산업 특성 등 이질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정우 전문위원은 "이번 연구는 방대한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체 노조 유무에 따른 자동화 실태를 거울처럼 비춰본 기초 통계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자동화를 억제한다는 통념을 기각하는 한편, 향후 기업 고정효과와 성향점수 매칭 등 정밀한 계량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노조의 순수한 효과를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