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올해 가을배추와 무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 김장재료 공급에는 여유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가정에서 직접 김장을 담그겠다는 소비자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풍작이 농가의 가격 하락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김장재료 할인과 함께 ‘김장 한 포기 더 담그기’ 캠페인에 나선 것도 소비를 늘려 농가와 소비자 모두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11월 9일부터 12월 6일까지 안정적인 공급 관리와 대규모 할인 지원, 김장 문화 확산 및 나눔 캠페인 등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2026년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자료=농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가정에서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비율은 58.6%로 지난해 64.2%보다 5.6%포인트 감소했다. 4인 가구 기준 김장 규모는 23.4포기로 지난해 23.5포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 김장배추 수요는 지난해 64만2000톤보다 9.1% 감소한 58만3000톤으로 추정된다.
김장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공급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가을배추 생산량은 121만4000톤으로 전년보다 18.5%, 가을무는 37만2000톤으로 1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념류 가운데 마늘과 새우젓 등 일부 품목은 생산량이 감소했지만, 정부는 김장철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은 전년보다 약 37%, 무는 약 32%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김장채소 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풍작에 따른 가격 하락이 농가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김장 대책의 방향을 과거와 달리 공급 부족에 대비한 물량 확보보다 소비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일부 양념채소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정부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충분한 공급 물량을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대부분의 양념채소가 평년보다 낮거나 비슷한 가격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김장을 한 포기라도 더 담가 물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할인 규모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김장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배추 4만6500톤과 무 9000톤을 사전 확보했다. 배추는 비축물량 1만 톤과 출하조절시설 물량 3500톤, 계약재배 물량 3만3000톤으로 구성된다. 무는 비축물량 2000톤과 계약재배 물량 7000톤이다.
이는 공급 과잉 물량을 시장에 추가로 내놓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시적인 공급 불안이나 기상 악화 등에 대비해 확보한 물량으로, 수급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고추 500톤, 마늘 515톤, 양파 1500톤 등 정부 비축 양념채소도 가공업체와 유통업체에 선제적으로 공급한다. 생육 중인 배추와 무, 대파, 쪽파, 생강 등은 생육관리협의체를 통해 재배기술 지도와 병해충 방제, 약제 및 영양제 공급 등을 지원한다.
소비 확대를 위한 할인 지원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640억 원이 투입된다. 농산물 할인에는 440억 원을 활용해 대형·중소형마트 등에서 김장재료 전 품목과 수육용 돼지고기 등을 최대 40% 할인한다. 해당 할인행사는 10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진행된다.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농할상품권도 200억 원 규모로 발행한다. 소비자는 20% 선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1인당 할인 혜택은 최대 10만 원이다. 농할상품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50억 원에서 올해 200억 원으로 4배 늘었다. 농산물 할인 지원액 440억 원에는 마트 등 유통업체 할인 지원 400억 원과 상품권 할인 지원액 40억 원이 포함된다.
수산물은 '대한민국 수산대전 김장 특별전'을 통해 200억 원을 투입한다. 천일염과 새우젓, 멸치액젓, 굴 등 김장재료와 대중성 어종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행사는 10월 28일부터 11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아울러 정부는 배추와 무뿐 아니라 가격 하락 폭이 컸던 오이와 애호박, 토마토, 파프리카, 샤인머스켓 등도 할인 대상에 포함했다. 시설재배 과채류는 기상 여건에 따라 생산량과 가격 변동이 커지는 만큼 할인 소비를 통해 판로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할인 지원이 소비자 부담 완화뿐 아니라 농가 소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할인사업의 농가 소득 개선 효과를 분석한 연구용역 결과를 언급하며 “할인사업을 통해 평소보다 매출이 늘고 수요가 확대되면서 농가 수취가격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장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더하고 나누는 김장, 한 포기 더의 행복’을 핵심 메시지로 지방정부와 농협이 참여하는 전국 단위 김치 담그기 행사와 나눔 활동을 전개한다.
특히 농촌체험휴양마을 등 농촌관광자원을 활용한 김장 체험행사도 확대하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통해 임직원 대상 김치 단체 구매와 가족·친지·이웃에게 김치 선물하기 캠페인을 추진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김치 나눔과 사회 저명인사가 참여하는 릴레이 메시지 전파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김장 수요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식생활과 가구 형태, 주거환경 변화 등에 따른 구조적인 흐름이라는 점에서 캠페인만으로 소비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김장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순히 한 포기를 더 담그자는 호소만으로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식품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장 대책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기후변화에도 안정적인 농업 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구조를 개편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구조 개선은 시간이 필요한 과제인 만큼 당장의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대책과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김장비용 등 가격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수입 김치와 양념채소 등의 원산지 표시 단속을 10월 27일부터 12월 5일까지 실시한다. 배추와 무, 고추, 마늘 등 채소류를 대상으로 10월 12일부터 11월 30일까지 800건의 잔류농약 안전성 조사도 진행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는 전반적으로 김장채소 공급은 충분한 반면, 애쓰신 농업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에 따른 어려움이 우려된다”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김장 문화를 지닌 만큼 ‘한 포기 더 담고 나누기’에 동참해 어려운 농가와 이웃 사랑을 실천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도 “김장재료인 새우젓, 멸치액젓, 굴 등을 최대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는 등 김장철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