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전통 제약사들의 올해 3분기 실적에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엇갈리며 기업별 희비가 나타났다. 외형 확대가 반드시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은 가운데 제품 구성과 비용 집행, 해외법인 실적 등이 각사의 수익성을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반면 한미약품과 보령은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줄었다. 동아에스티와 종근당, 일동제약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증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6개사의 실적을 통해 매출 규모보다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이 중요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 매출 줄어도 이익 늘린 녹십자…제품 구성 변화 주효
GC녹십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21억 원, 영업이익 49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8.5% 증가했다. 외형 감소에도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매출과 이익의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고마진 제품의 성장과 자회사 손익 개선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혈액제제와 백신 등 주요 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은 품목의 비중이 커진 데다 자회사 적자 규모가 축소되면서 전체 이익 개선에 힘을 보탰다. 특히 알리글로의 해외 매출 확대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 변화에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동아에스티와 종근당도 매출 증가율을 웃도는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는 매출 2065억 원, 영업이익 2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27.7% 증가했다. 전문의약품 사업 성장과 판관비 효율화가 맞물리며 이익 개선 폭이 매출 증가 폭을 웃돌았다.
종근당은 매출 4307억 원으로 0.8%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15.4% 증가했다. 기존 제품의 안정적인 매출에 신규 도입 품목이 더해지며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외형 확대보다 제품별 수익성과 비용 관리가 실적 개선에 기여한 사례로 평가된다.
◆ 매출 늘어도 이익 감소…한미·보령, 비용 부담에 수익성 후퇴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7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78억 원으로 31.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40억 원으로 69.1% 줄었다. 매출 성장에도 이익이 감소한 배경에는 전분기 기술료 수익에 따른 기저효과와 연구개발비 부담이 작용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2분기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기술이전 계약금 1128억 원을 수익으로 인식했다. 반면 3분기에는 이 같은 대규모 일회성 기술료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에 3분기 연구개발비로 623억 원을 투입하면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6.5%를 기록했다.
국내 사업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 한미약품 별도 기준 매출은 29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9억 원으로 9.7% 늘었다. 주력 제품인 로수젯의 3분기 원외처방 매출도 652억 원으로 10.6% 증가했다. 국내 본업의 성장에도 기술료 기저효과와 연결 자회사 실적이 반영되면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이다.
보령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1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55억 원으로 13.4% 감소했다.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음에도 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보령은 상각비와 인건비, 지급수수료 등 비용 증가가 영업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형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이 매출 증가분을 상쇄한 셈이다. 특히 매출 확대와 영업이익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미약품과 보령은 제품 판매 증가만으로 수익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로 나타났다.
다만 두 회사의 누적 실적은 분기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한미약품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22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했다. 보령 역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694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분기별 이익 감소에는 일회성 수익과 비용 반영 시점이 영향을 미쳤으며 누적 기준으로는 성장세가 유지됐다.
◆ 매출·이익 동반 성장…일동제약은 개선 폭 제한적
일동제약은 3분기 매출 1510억 원, 영업이익 7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5.7%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늘었지만 영업이익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영업이익률은 4.7%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반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익 체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렵다. 특히 영업이익 개선에도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 했다.
이번 6개사의 실적은 제약업계의 경쟁 기준이 단순한 매출 확대에서 수익성 관리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마진 제품의 비중 확대와 비용 효율화는 이익 개선을 이끄는 요인인 반면 해외법인 부진이나 비용 증가가 매출 성장의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만큼 어떤 제품을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제품별 수익성과 해외 사업 실적, 비용 구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 향후 제약사들의 실적 차이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