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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기를 만드는 기술에서 연결하고 관리하는 기술로…BIXPO 2026, 전력산업의 판이 바뀐다

입력 2026-11-05 09:00:00 | 수정 2026-11-05 09:00:00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전력산업의 경쟁 무대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발전소를 얼마나 많이 짓고,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생산된 전력을 필요한 곳까지 어떻게 전달하고, 전력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수요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력망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연결해야 하고,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대규모 전력 수요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4일부터 6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빛가람 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2026’은 이러한 전력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국내외 198개 기업이 참여한 이번 전시회에는 AI 기반 전력망 운영 기술부터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소형모듈원자로(SMR), 에너지저장장치(ESS), 친환경 전력기기까지 미래 전력 인프라를 구성할 기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장을 관통한 흐름은 분명했다. 전력산업의 경쟁력이 개별 발전설비나 기자재의 성능을 넘어 발전·송전·배전·저장·운영을 연결하는 통합 역량 솔루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AI, 전력망의 숨은 용량 찾는다…한전이 제시한 가상 전력망

한전 공개한 ‘AI 버추얼 파워 그리드(Virtual Power Grid)’./사진=미디어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술은 한국전력이 공개한 ‘AI 버추얼 파워 그리드(Virtual Power Grid)’다.

실제 송배전 전력망을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력 흐름과 설비 운영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전력망에 연결된 설비와 선로의 데이터를 활용해 현재 송전 여력을 파악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추가로 연결할 수 있는 용량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전력망 확충을 위해서는 새로운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부지 확보와 주민 수용성, 투자비, 공사 기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AI 가상 전력망은 기존 설비의 운전 상태를 분석해 활용 가능한 여유 용량을 찾아내고, ESS를 어디에 설치해야 계통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한전은 전시 설명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선로 용량이 부족해질 경우 ESS의 최적 설치 위치를 찾아 전력망 부담을 완화하는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전력 수요처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입지 선정과 송전설비 투자 계획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전은 실제 전력망 전체를 가상공간에 구현한 세계 최초 사례라고 소개했다. 2026년 개념검증(PoC)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 제주·호남 지역 적용을 위한 본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전국 전력망에 상용 적용을 완료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술 개발과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단계로 봐야 한다.

전력망의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사이버보안과 설비 데이터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전KDN은 AI 기반 배전 설계 자동화, 지능형 도면 관리, 분산에너지 지능형 인프라, 국가 전력망 사이버보안, AI 기반 원자재 가격 예측 등 5개 분야의 솔루션을 소개했다.

특히 배전 설계 자동화는 전력 공급을 위한 설비 위치와 전선 경로, 필요 자재, 공사비 등을 AI가 분석해 설계 업무를 지원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전문가가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했던 작업을 데이터 기반으로 효율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자재 가격 예측 서비스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환율, 국제 정세, 운송비 등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6개월의 가격 변동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발전사가 연료 구매 시점을 판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전력 생산비용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AI 반도체의 전력설비 적용 사례도 공개됐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은 한전 변전소 CCTV 영상 분석 시스템에 자사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아톰 맥스(ATOM Max)’를 적용한 실증 결과를 소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한전이 진행한 실증에서 영상 분석 종합점수는 95.4점으로 기존 GPU의 93.3점을 웃돌았다. 서버 1대에서 500개 영상 채널을 처리하고 72시간 연속 운영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리벨리온은 이를 기반으로 2027년 전국 약 800개 변전소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전력망에 AI를 적용하는 이유는 자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전력 수요와 공급이 복잡해지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설비의 활용도를 높이고, 고장과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며, 전력망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가 부른 경쟁…HVDC·해저케이블 공급망 총력전

효성중공업의 HVDC 시스템과 전력망 안정화 설비인 STATCOM./사진=미디어펜


AI가 전력망을 지능화하는 기술이라면 HVDC는 전력을 먼 거리까지 대용량으로 전달하는 핵심 인프라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대도시·산업단지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전력 손실을 줄이고 대용량 송전을 가능하게 하는 HVDC의 중요성은 커진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역시 이러한 대규모 전력 이동을 뒷받침할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국내 전선업계는 이번 전시에서 HVDC 케이블의 기술력과 생산설비, 해저 시공 역량을 앞세웠다.

대한전선은 525kV급 HVDC 해저케이블과 해저케이블 포설선 모형을 전시하며 국가 전력망 사업 참여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한국전력과 공동 개발 중인 345kV급 대용량 송전 케이블을 처음 공개했다. 기존 345kV급 케이블의 최대 도체 단면적을 2500㎟에서 3200㎟로 확대해 송전 용량을 높이는 기술이다.

해저케이블 생산 인프라도 강조했다. 당진 해저케이블 제1공장은 2025년 종합 준공을 마쳤으며, 영광 낙월 해상풍력 등 주요 프로젝트에 케이블을 공급하고 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제2공장은 640kV급 HVDC와 400kV급 HVAC 해저케이블 생산을 겨냥한다. 초고압 케이블 생산을 위한 설비도 구축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제조 기술만으로 사업을 완성할 수 없다. 케이블을 선박에 싣고 해저에 설치하는 포설 기술과 해저 지형 분석, 설치 후 유지보수까지 필요하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전문 시공 역량을 확보해 설계·생산·운송·포설을 아우르는 사업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LS전선은 국내 최초로 525kV급 HVDC 해저·지중 케이블의 장기 신뢰성 시험을 통과한 기술을 앞세웠다. 특히 525kV·80℃급 제품은 도체 허용 운전 온도를 높여 기존 기술보다 송전 용량을 약 25%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LS전선은 자회사 LS마린솔루션과 함께 케이블 설계·제조부터 해저 시공·유지보수까지 연결하는 통합 솔루션도 제시했다. LS마린솔루션은 최대 1만9000톤급 신조 HVDC 포설선 건조 계획과 해저케이블 유지관리·복구 기술을 소개했다.

효성중공업은 전압형 HVDC를 중심으로 핵심 기술 국산화 역량을 강조했다. 한국전력의 대용량 전압형 HVDC 국산화·실증사업에 선정된 밸브와 제어기를 비롯해 HVDC 시스템, 전력망 안정화 설비인 STATCOM, 차세대 전력변환 장치인 반도체 변압기(SST)를 전시했다.

회사는 HVDC 시스템용 핵심 설비와 변압기 생산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약 3300억 원을 투자해 관련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7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전력망 사업에 필요한 핵심 기자재의 국내 공급망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일진전기도 초고압 케이블과 변압기, 차단기 등 송변전 설비 기술을 소개했다. 특히 한국전력과 공동 개발한 154kV 폴리프로필렌(PP) 케이블은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적용한 친환경 제품으로, 기존 XLPE 케이블보다 송전 용량을 1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525kV급 HVDC 케이블은 개발 단계로, 연내 시험 완료를 목표로 제시했다.

전선업계의 움직임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가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넘어 국내 전력기기·케이블·해저 시공 산업의 공급망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전소 밖으로 확장하는 원전 기술…SMR 제조와 해양 활용에 도전

한국전력기술이 개발하고 있는 해양 SMR ‘반디(BANDI)./사진=미디어펜


차세대 전원 분야에서는 SMR이 주요 관심사였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원전 기자재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SMR 제조 공급망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주요 원전 기자재를 제작해 국내외 원전 사업에 공급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글로벌 SMR 개발사들과의 협력 관계를 소개했다.

협력 대상에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영국 롤스로이스 등이 포함됐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혁신형 SMR(i-SMR)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 공장에 SMR 전용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작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제조기술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내세운 ‘SMR 글로벌 파운드리’ 구상은 글로벌 개발사들의 원자로 설계를 실제 기자재와 모듈로 구현하는 제조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70MWe급 혁신형 SMR(i-SMR) 모형을 전시했다. 주요 기기를 일체형으로 구성하고 피동형 안전계통을 적용해 안전성과 경제성, 운전 유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화에 맞춰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전원으로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전력기술은 해양 SMR ‘반디(BANDI)’를 선보였다. 반디는 열출력 200MWt, 전기출력 60MWe 규모의 블록형 가압경수로(PWR) 기반 원자로다. 상용 원전에서 검증된 가압경수로 기술을 바탕으로 선박의 움직임과 해양환경에 대응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반디의 적용 분야는 부유식 발전선과 원자력 추진선, 해양·도서지역 전력 공급, 해수담수화, 선박 추진 에너지 등이다. 육상 전력망에 연결하기 어려운 외딴 섬이나 해양 거점에 안정적인 전력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새로운 모델을 지향한다.

기술적 차별점은 해양환경 대응 설계와 소형·모듈화, 피동 안전설계다. 선박의 움직임과 기울어짐 등 해양 운전조건을 고려하고, 주요 기기를 블록화해 대형 배관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선박 탑재에 적합하도록 설계했다.

한국전력기술이 제시한 부유식 발전 모델 기준 원자로 크기는 폭 8m, 높이 16m다. 설계 수명은 60년이며 핵연료 재장전 주기는 48~60개월이다. 피동 안전계통을 적용해 외부 전원이나 운전원의 능동적인 조작 없이도 원자로 냉각 기능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개발 일정은 2027년까지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2028~2030년 인허가 문서 개발과 표준설계를 추진하는 순서다. 이어 2031~2035년 해양환경 실증과 인허가 취득, 2036~2037년 시운전을 거쳐 2038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개발 로드맵으로, 실제 상용화까지는 해양환경 실증과 인허가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디는 육상 대형 원전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해양·도서지역의 분산전원과 해수담수화, 선박 추진 등 특화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국내 원전 설계 기술을 조선·해양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SS는 안전성과 유연성이 관건…바나듐 배터리부터 직류 배전까지

스탠다드에너지는 기름이 아닌 물로 만든 새 신소재의 ESS를 선보였다./사진=미디어펜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는 전력 저장과 전력 품질 관리 기술의 중요성도 높이고 있다. 때문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는 ESS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바나듐이온배터리(VIB)를 활용한 수계 ESS를 소개했다. 유기계 전해액 대신 물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화재 안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기술이다. 회사는 일반적인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화재·폭발 위험이 크게 낮다는 점을 강조하며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충전소, 실내·상업용 ESS 시장을 주요 적용 분야로 제시했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국내외 13곳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일본 전기차 충전소 연계 ESS 사업을 진행하고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실증과 개념검증(PoC)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으며, 자동화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상용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술적 한계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초기 제품의 가격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약 3배 높고 부피도 약 3배 크다고 설명했다. 바나듐 농도와 에너지 밀도를 높여 부피와 가격을 낮추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SK온·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30~2032년까지 개선을 추진한다는 목표 역시 회사 측 계획이다.

전력기기 분야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친환경 420kV급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선보였다. 기존 육불화황(SF₆) 가스 대신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98% 낮은 친환경 가스를 적용한 제품이다. 회사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 개발 사례라고 소개했다.

위상변환변압기(PST)와 방폭형 변압기도 전시했다. PST는 특정 송전선로에 전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조절해 전력 흐름을 분산하는 장치다. 방폭형 변압기는 내부 고장으로 압력이 급상승할 때 압력을 신속히 해소해 탱크 파열과 화재 위험을 줄이는 기술이다.

LS일렉트릭은 전력 품질과 백업 솔루션인 STATCOM, 슈퍼커패시터, 국가 전력망 관리 시스템(K-EMS), 마이크로그리드, AI 데이터센터용 800V DC 배전 기술을 선보였다. STATCOM은 전력망의 무효전력을 빠르게 제어해 전압 안정성을 높이는 설비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부하 증가로 전력망의 안정성이 중요해지면서 수요가 커지는 분야다.

전력기기 기업들은 변압기·차단기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ESS에 필요한 전력 품질과 직류 배전, 계통 안정화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비 로봇부터 소재·사이버보안까지…전력산업 생태계도 진화

한전KPS의 4족 보행로봇이 시연을 보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전력 인프라의 변화는 발전소 정비와 소재, 사이버보안 분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전KPS는 이동형 양팔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XR 기반 핵연료 장전 시뮬레이터를 선보였다. 회사는 로봇을 고방사선 구역이나 협소한 공간에서 설비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데 활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XR 시뮬레이터는 원전 핵연료 장전 작업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작업자가 실제 설비에 투입되기 전에 작업 순서와 조작 절차, 비상 상황 대응을 반복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다만 전시된 로봇이 실제 고방사선 현장에 상용 투입된 것인지, 향후 적용을 위한 개발·실증 기술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포스코는 전력 인프라에 활용되는 소재 기술을 선보였다. 해안과 영농형 태양광 설비 등 부식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 적용하는 내식성 강재, 고강도·경량화 철탑 소재, 배터리 케이스용 소재, 전자파 차폐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고강도·경량화 철탑은 송전탑의 무게와 설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디자인을 개선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한국전력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전망 건설에서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입지와 주민 수용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소재 기술이 전력망 확충의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협력 분야에서는 주한 캐나다 대사관이 처음으로 캐나다 기업 7곳과 국가관을 구성했다. 설비 검사·안전 진단, 사이버보안, 자산관리, 전력설비 시험·분석, 변압기 절연유, 원자력·방산용 특수 밸브 등 전력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캐나다 측은 수력발전과 원자력 등 청정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소개하고, 한국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 및 기술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타트업 투자관에는 에너지·전력, AI, 친환경 소재, 스마트 산업 분야 유망기업 100개 사가 참여했다. 카메라만으로 맥박과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비접촉 생체신호 기술, 망막 사진을 AI로 분석하는 헬스케어 기술, 110kWh 배터리를 탑재한 이동형 ESS 등 다양한 기술이 소개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투자자와 대·중견기업을 대상으로 3일간 309건의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40개사가 IR 피칭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전력산업의 혁신이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의 발전·송전 설비에서 벗어나 AI 반도체, 데이터 분석, 소재, 이동형 전원 등 다양한 기술 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는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높이고 운영 효율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등장했다. HVDC와 해저케이블은 재생에너지 발전지역과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연결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ESS와 직류 배전, STATCOM은 전력 공급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SMR은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확보하려는 차세대 발전 기술로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기술은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AI가 전력망의 상태와 여유 용량을 분석하면 HVDC와 송전설비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고, ESS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한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뿐 아니라 전력 품질과 직류 배전 기술이 필요하다.

전시장에서 공개된 기술이 곧바로 상용화 성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미래 전력망은 발전원과 송전망, 저장장치, 디지털 운영 시스템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BIXPO 2026은 AI와 HVDC, SMR, ESS가 하나의 전력 인프라 체계로 연결되는 에너지 산업의 전환기를 보여줬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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